손서연. 아시아배구연맹 페이스북 캡처2025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최하위 강등과 김연경 은퇴 이후 끝없는 침체에 빠진 한국 여자배구에 한 줄기 빛이 내리쬐었다.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 무대를 뒤흔든 '리틀 김연경' 손서연(선명여고)이 그 주인공이다.
손서연의 거침없는 질주는 국제 무대에서 이미 증명됐다.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한국을 45년 만의 정상으로 이끌며 차세대 에이스의 탄생을 알렸다. 기세는 세계 무대로 이어졌다. 지난달 열린 2026 국제배구연맹(FIVB) U-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무려 179점을 폭발시키며 대회 득점 공동 2위에 올랐다. 이승여 감독(금천중)의 지휘 아래 조별리그 5전 전승, 16강 필리핀전 승리, 5~8위전 라이벌 태국전 격파를 이끌며 한국을 최종 6위에 올려놓은 일등공신 역시 단연 손서연이었다.
손서연의 독보적인 존재감은 국내 코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3일 경북 영천시 일대에서 막을 내린 제37회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는 손서연의 소속팀 선명여고가 한중일 주니어 종합경기대회 출전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불참했다. 비록 최고 기대주는 코트를 비웠지만, 대회 현장 지도자들의 대화 중심에는 여전히 손서연이라는 이름 석 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프로 무대의 시선도 이미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프로 구단 사령탑들 사이에서는 일찌감치 "공격력 하나만큼은 지금 당장 프로에서 주전 한자리를 꿰찰 수준"이라는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아마추어 현장 지도자들 역시 손서연이 지닌 천부적인 재능과 가공할 파워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U-17 세계선수권 6위를 함께 일군 이승여 감독은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할 때 성인 대표팀 언니들도 서연이가 볼을 때리는 임팩트 순간만큼은 프로와 견줘도 손색없다고 인정할 정도로 파워가 뛰어나다"며 남다른 타구 위력을 증언했다.
손서연. 아시아배구연맹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지도자들은 손서연을 향해 쏟아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라는 수식어 뒤편의 피나는 노력에 더 주목했다. 경해여중 시절 손서연을 지도한 김현정 감독은 "본인의 무수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선수"라며 "원래 미들 블로커로 뛰다 중학교 2학년 때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바꾸는 과정의 버거움을 남다른 집념과 승부욕으로 극복했다. 훈련할 때 하나를 얘기하면 더 하려고 했지 꾀를 부리지 않는 선수"라고 회고했다.
'제2의 김연경'이라는 거대한 찬사와 장밋빛 기대감 뒤에는 아직 다듬어야 할 숙제와 냉정한 우려의 시선도 공존한다. 한국 여자배구를 홀로 짊어져야 한다는 과도한 조명과 조급함이 자칫 유망주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정 감독은 "서연이에게도 '제2의 김연경을 보여주려 하지 말고 손서연 너만의 배구를 해라. 주변의 관심은 복이니 감사히 여기되, 인성과 태도가 바른 선수가 돼야 실력도 따라온다'고 늘 조언한다"고 전했다.
코트 안에서 진정한 완성형 날개 공격수로 거듭나기 위한 실질적 과제도 명확하다. 이승여 감독은 "아웃사이드 히터는 때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때리는 것은 조금만 노력해도 되지만 받는 것은 수없이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잘 받아야 때릴 수 있는 포지션인 만큼 리시브 보완이 우선"이라고 짚었다. 김현정 감독 역시 "공격력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상대의 집중 목적타 서브를 견뎌내는 것도 본인이 감내하고 즐겨야 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여자배구의 전설 장윤희 중앙여고 감독 또한 에이스를 향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팀의 균형을 강조했다. 장 감독은 "손서연 선수가 잘한 것은 맞지만 배구는 절대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누군가 밑에서 공을 받아주고 띄워줬기 때문에 마지막에 득점을 내는 선수가 빛나는 것"이라며 주변 동료들의 희생과 원팀의 가치를 함께 품을 때 에이스의 가치도 더욱 빛난다고 제언했다.
세계 무대에서 이미 가공할 파워와 잠재력을 증명한 손서연. 프로 사령탑들이 눈독을 들이는 폭발적인 득점력에 더해 리시브 안정감과 단단한 멘탈을 채워나간다면, 한국 배구가 그토록 갈망하던 에이스 계보를 잇는 진짜 주역으로 우뚝 설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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