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뇌병변장애가 있는 A씨는 주차장 관리요원으로 일하며 버는 월 6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장애 판정을 받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장애인연금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과거 장애등급제에서 하나의 장애만으로 '3급'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받아온 장애수당은 월 6만원에 그쳤다.A씨처럼 중증장애가 있는데도 장애인연금을 받지 못했던 26만7천명이 내년부터 연금 대상에 포함된다. 2019년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뒤에도 장애인연금에 남아 있던 옛 등급 기준이 9년 만에 사라지는 셈이다.
6일 보건복지부의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장애인연금 지급 대상을 현재의 '중증장애인 중 3급 단일장애를 제외한 사람'에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전체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장애 요건상 지원 대상은 올해 34만5천명에서 내년 61만2천명으로 26만7천명 늘어난다. 관련 예산도 올해 9071억원에서 내년 1조1194억원으로 2123억원 증가했다. 확대된 기준은 내년 7월부터 적용된다.
장애등급제는 폐지됐는데…연금에는 남았던 '3급' 기준
현행 장애인연금에는 2019년 폐지된 장애등급제의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 과거 장애등급제에서 1·2급 장애인과 3급 중복장애인은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하나의 장애만으로 3급 판정을 받은 '3급 단일장애인'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기존 1~3급은 모두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통합됐지만 장애인연금 지급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정신장애나 뇌병변장애처럼 장애가 하나뿐이어도 일상생활과 근로에 큰 제약을 받는 장애인들이 연금 사각지대에 남았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해왔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추진하던 2019년에는 직장생활이 어려운 정신장애 3급 장애인을 연금 사각지대 사례로 제시하며 지급 기준을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2년 대선 당시 장애인연금 지급 대상을 모든 중증장애인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이 이번 예산안에 반영됐다.
사각지대 없앴지만…새 수급자는 연금도 '절반'
장애인연금의 문턱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 대상에 포함되는 3급 단일장애인의 내년 기초급여는 월 17만9395원이다. 기존 수급자가 받는 기초급여의 절반 수준이다.
생계·의료급여 수급자는 부가급여 6만7500원을 더해 최대 24만6895원을 받는다. 주거·교육급여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23만9395원, 차상위 초과자는 20만1895원을 받게 된다.
기존 장애인연금 수급자는 올해 기준 기초급여 월 34만9700원에 부가급여를 더해 생계·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최대 월 43만9700원을 받고 있다. 3급 단일장애인을 아예 연금 대상에서 제외했던 사각지대는 해소되지만, 과거 장애등급에 따른 급여 격차는 남는 셈이다.
소득·재산 기준도 그대로 적용된다. 장애인연금은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을 합산한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올해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월 140만원, 부부가구 월 224만원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3급 단일 판정을 이유로 연금 대상에서 끝내 제외됐던 이들의 몫이 9년이 지난 2027년에야 예산으로 도착했다"며 "오랜 기다림이었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장애계는 장애인 예산 전체를 놓고 보면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고 지적한다. 9년간 남아 있던 장애등급 기준은 사라지지만 장애인이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지원체계까지 충분히 확대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장연은 "장애인 자립지원에 대한 복지부의 예산은 78억원에 그치는데 거주시설 운영 예산은 7351억원으로 94배나 차이가 난다"며 "격리와 고립의 시설사회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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