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나온 식품을 가장한 화학물질 범벅, 즉 초가공식품을 먹어서 내 몸에 대사 이상과 염증이 생겼다면 치료 역시 음식으로 해야 마땅합니다. 나쁜 음식을 끊고 내 몸을 회복시키는 진짜 음식을 내 손으로 직접 공급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질병을 고치는 치료이자 '집밥 테라피(Therapy)'인 이유입니다."
비만과 대사 질환 치료의 권위자인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부 박용우 교수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건강비책>에 출연해 신간 『내 몸을 바꾸는 집밥테라피』를 관통하는 핵심 철학을 이같이 밝혔다. 외식과 배달 음식에 밀려 식탁의 주도권을 빼앗긴 현대인들에게, 집밥은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가사 노동이 아니라 무너진 몸을 근본적으로 되돌리는 강력한 치료제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특히 1980년부터 40여 년간 이어진 영양학의 상식을 180도 뒤집은 2026~2030 미국 식생활 지침의 격변을 짚으며, 잘못된 식습관으로 망가진 신체 대사를 '집밥'으로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를 역설했다.
식품 피라미드의 붕괴…탄수화물, 넓은 바닥에서 역삼각형 끝으로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건강비책] 강북삼성병원 박용우 교수 편) 화면 캡처이번 지침에서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첫 장을 장식한 '역삼각형' 모형이다. 과거 지침은 정제 탄수화물(쌀, 빵, 파스타)이 피라미드의 가장 넓은 바닥을 차지하고 육류와 유제품, 지방은 맨 꼭대기에서 극도로 제한했다.
새 지침은 이를 완전히 뒤집었다. 역삼각형의 넓은 상단은 크게 둘로 나뉜다. 좌측 상단에는 붉은 육류와 닭고기가 가장 위에 자리 잡고, 그 아래로 치즈, 버터, 전지유(Whole Milk), 올리브유, 요거트, 해산물, 아보카도 등 '단백질·유제품·유익한 지방'이 채워졌다. 우측 상단에는 브로콜리, 당근, 사과 등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넓게 배치됐다.
반면 과거 주식 대접을 받던 탄수화물은 정제 탄수화물이 아예 퇴출당하고 오직 통곡물 형태로만 축소되어 역삼각형의 맨 아래 꼭짓점에 작게 머물렀다. 박 교수는 "과거 전문가들이 칼로리와 영양소를 쪼개서 따지는 환원주의에 매몰된 사이, 가공식품 업계는 저지방·무콜레스테롤 딱지를 붙인 정제당과 식물성 기름 범벅의 초가공식품을 양산했다"며 "영양소의 수치가 아닌 음식 본연을 통째로 섭취하는 전체론적 접근으로의 대전환"이라고 짚었다.
단백질 2배 늘리고 정제 식용유 퇴출…포화지방의 재평가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건강비책] 강북삼성병원 박용우 교수 편) 화면 캡처단백질 권장량은 기존 체중 1kg당 0.8g에서 1.2~1.6g으로 최대 2배까지 대폭 늘어났다. 박 교수는 "과거 기준은 생존을 위한 최소치였을 뿐"이라며 "노인 인구 급증과 근감소증을 예방하려면 젊을 때보다 단백질 합성이 어려운 중장년층일수록 식탁의 최우선 순위에 단백질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에 대한 시선도 180도 바뀌었다. 가열 시 산화 스트레스와 체내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목된 정제 식물성 기름(씨앗 기름)을 주방에서 치우고, 대신 열 안정성이 뛰어난 버터, 라드(돼지기름), 우지(소기름)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아보카도 오일 사용을 권장했다.
포화지방 논란에 대해 박 교수는 '씨앗과 토양'의 논리로 선을 그었다. "이미 초가공식품과 단순당에 절어 몸속 만성 염증과 지방간이 깔려 있는 사람에게는 포화지방이 독이 될 수 있지만, 현재 대중을 빠르게 망가뜨리는 주범은 포화지방이 아니라 설탕과 초가공식품"이라며 급선무는 가공식품 퇴출이라고 강조했다.
설탕 섭취 규제와 장내 미생물·GLP-1 깨우는 발효 음식의 부상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건강비책] 강북삼성병원 박용우 교수 편) 화면 캡처
탄수화물과 더불어 단순당에 대한 규제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해졌다. 과거 미국 가이드라인은 총 에너지의 10% 미만(하루 약 50g)까지 설탕 섭취를 허용했으나, 이번 새 지침은 사실상 설탕을 식탁에서 완전히 덜어낼 것을 요구한다. 4세 미만 영유아에게는 설탕 섭취 '제로'를 권고했고, 성인 역시 부득이하게 먹을 때조차 1회 섭취량을 10g 미만으로 강하게 제한했다.
반면 장 건강을 위한 식이섬유와 발효 식품은 핵심 지침으로 격상됐다. 채소와 통곡물의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단쇄지방산(SCFA)을 만들고, 이는 천연 식욕 억제 호르몬인 'GLP-1'을 자극해 생리적 포만감을 유도한다. 박 교수는 "가이드라인에서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는 발효 식품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김치와 같은 전통 발효 음식을 식단에 챙겨 먹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해답은 '집밥'…21세기 식탁, 하루 한 끼로 식탁의 주도권을 되찾아라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건강비책] 강북삼성병원 박용우 교수 편) 화면 캡처박 교수는 외식과 배달 음식에 밀려 과거와 달리 하루 한 끼조차 집밥을 먹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21세기의 집밥은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간도 없고 바쁜 현대인들에게 장보기부터 조리와 설거지까지 복잡한 요리를 요구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인 만큼, 조리법을 대폭 단순화해서라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이번 책을 통해 간편한 실천법을 제안한 이유 역시, 집밥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식재료를 직접 고르는 '식탁의 주도권'을 쥐도록 돕기 위해서다.
화학물질과 정제 기름 범벅인 초가공식품을 끊고 자연 상태의 진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우리 몸을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만성 염증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그가 약 대신 건네는 '집밥 처방'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삼시 세끼의 부담을 내려놓고 하루 딱 한 끼, 내 손으로 간편하게 차려 먹는 단순한 집밥으로부터 몸속 만성 염증을 걷어내는 가장 확실한 치유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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