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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스 합친다지만…수십조 부채·자원안보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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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부채 22조·완전자본잠식…가스공사 재무악화 우려
통합 발표 직후 가스공사 주가 6.9%↓…부채 승계 우려 반영
에너지안보 강화한다면서 석유 탐사·개발은 '제한적'
부실투자 막되 탐사 인력·기술 등 자원개발 역량 유지 과제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왼쪽),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내 LNG 저장탱크 모습. 연합뉴스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왼쪽),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내 LNG 저장탱크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합쳐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를 설립하기로 했지만 통합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20조원을 웃도는 석유공사 부채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당장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통합 과정에서 석유 탐사·개발 기능까지 축소하기로 하면서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겠다는 당초 통합 취지와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자산 73조 '에너지 공룡'…부채도 65조

7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확정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통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에너지자원공사로 통합하기로 했다.

석유와 가스의 도입·비축 전략을 한 기관에서 운용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산유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등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원유와 천연가스가 탐사·개발 과정에서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두 기관의 전문성과 사업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문제는 통합공사가 떠안을 막대한 재무 부담이다. 지난해 말 연결재무상태표 기준 석유공사의 자산은 19조4442억원, 부채는 21조9733억원이다. 자본은 마이너스 2조529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24년 말 마이너스 1조3216억원이었던 자본잠식 규모가 1년 만에 약 1조2000억원 더 불어났다.

가스공사도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자산 53조6278억원, 부채 42조8289억원으로 부채비율이 396.6%에 달한다. 민수용 도시가스 원료비 미수금도 13조8649억원에 이른다.

두 기관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단순 합산하면 자산 약 73조1000억원, 부채 약 64조8000억원의 초대형 에너지 공기업이 탄생한다. 자본은 약 8조3000억원에 그쳐 단순 계산한 부채비율은 780%를 웃돈다.

손익도 마찬가지다. 두 기관의 지난해 매출을 합치면 약 38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3조1000억원이다. 외형은 커지지만 순손익은 약 1조1000억원 적자다.

실제 합병 과정에서는 내부거래 제거와 자산 재평가, 부실자산 분리, 정부 출자 등이 이뤄질 수 있어 단순 합산 수치가 그대로 통합공사의 재무제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석유공사의 누적 부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별도의 재무구조 개선책 없이 석유공사의 부채와 자본잠식이 넘어가면 가스공사의 재무구조까지 악화할 수 있다.

통합안 발표 직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지난 4일 가스공사 주가는 6.90% 하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약 2400억원 줄었다. 시장에서는 석유공사의 막대한 부채를 가스공사가 사실상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석유공사의 부실자산과 부채 일부를 별도 자회사로 넘겨 매각·청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어떤 자산과 부채를 떼어낼지, 별도 자회사의 운영비와 기존 차입금 상환 부담을 누가 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부채를 통합공사 장부 밖으로 옮긴다고 손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정부 출자로 부실자산을 정리하거나 차입금을 상환한다면 결국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통합의 성패가 두 기관을 한 조직으로 묶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석유공사의 누적 부실을 어떤 재원과 방식으로 정리하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에너지안보 강화한다면서…석유 탐사·개발은 '제한적'

한국석유공사 본사. 연합뉴스한국석유공사 본사. 연합뉴스
재무 문제와 함께 논란이 되는 대목은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기능이다. 정부는 통합 명분으로 에너지안보와 글로벌 협상력 강화를 내세우면서도 석유공사에서 통합공사로 넘길 기능을 '제한된 석유 탐사·개발'이라고 규정했다.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두 기관을 합치면서 정작 석유공사의 핵심 기능인 탐사·개발에는 '제한적'이라는 단서를 붙인 셈이다.

정부는 과거처럼 석유공사가 대규모 자금을 직접 투입해 고위험 해외 자원개발을 주도하는 방식은 지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2009년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 사업이다. 약 9조원을 투입했지만 회수액은 517억원에 그쳤다.

앞으로는 대규모 직접 탐사보다 생산광구 지분 참여와 글로벌 기업 공동개발, 원유 교환, 비축 확대, 도입선 다변화 등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공급망 위기 때 활용할 수 있는 사업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 부실투자의 책임과 국가 차원의 자원개발 역량은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리한 대형 인수와 고위험 투자를 줄이는 것과 별개로 그동안 확보한 생산광구와 매장량, 탐사 인력과 기술까지 위축되면 장기적으로 국내 자원개발 역량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석유공사가 현재 보유한 해외 생산 기반도 수십 년간의 자원개발 투자를 통해 확보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외 15개국에서 31개 석유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약 12만7000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확보 매장량은 약 9억배럴이다. 국내 9개 비축기지에는 공동비축 물량을 제외하고 약 1억배럴의 석유가 저장돼 있다.

자원개발은 실패 위험이 크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생산광구와 매장량을 확보하면 국제유가 급등이나 지정학적 위기 때 직접 조달할 수 있는 물량이 된다. 과거 투자에서 상당한 손실을 봤더라도 확보한 생산 기반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저위험 사업 위주로 재편하면 단기적인 재무 부담은 낮출 수 있다. 장기적으로 자원 확보 기반까지 약화할 가능성은 따져봐야 한다.

특히 석유공사가 수십 년간 축적한 탐사 인력과 기술 노하우가 통합 과정에서 사라지면 향후 다시 자원개발에 나서더라도 관련 역량을 복원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부채 문제와 자원개발 기능의 재설계가 통합공사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다. 두 문제를 풀지 못한 채 조직부터 합치면 자산 70조원대 대형 에너지 공기업을 만드는 데 그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통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석유공사의 부채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떠안을지, 정부가 밝힌 '제한적 탐사·개발'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지가 통합 논의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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