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는 모습. 황진환 기자2028년 총선까지 1년 반이상 남았지만 부산 기장과 강서에서는 벌써부터 총선 전초전을 연상시키는 여야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두 지역의 기초단체장을 차지한 뒤 우성빈 기장군수와 박상준 강서구청장이 지역 현안을 들고 잇따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을 찾고, 민주당 지역위원장들까지 가세하면서다. 국민의힘 재선 정동만(기장) 의원과 4선 김도읍(강서) 의원이 각각 현역으로 버티고 있지만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 정치 지형이 흔들린 만큼, 지역 현안을 둘러싼 공방이 차기 총선의 주도권 경쟁으로 옮겨붙는 모습이다.죽도 들고 나온 우성빈…최택용까지 한자리에
가장 두드러진 곳은 기장이다.
우성빈 기장군수는 7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임 군정에서 85억 원에 매입한 죽도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고 원소유자인 신앙촌 제2대 교주 박모 씨에 대한 실종신고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7일 우성빈 부산 기장군수가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도 매매 계약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김혜민 기자 기장군은 죽도 매매 과정에서 원소유자의 직접적인 매도 의사가 확인되지 않았고, 위임장과 인감증명, 계약서 작성 절차 등에서도 여러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군은 매매 개시 단계부터 매도 의향서가 원소유자가 아닌 신앙촌식품 대표 명의로 제출됐고, 계약 전까지 원소유자와 직접 대면하거나 전화·영상통화 등으로 매도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매도인 위임장에 신분증이 빠졌고, 부동산 매매에 필요한 매도용 인감증명서 대신 일반 인감증명서가 첨부됐으며, 계약서에 대리인의 표시와 기명날인이 누락됐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죽도 문제는 이미 기장지역 정치권의 정면충돌로 번졌다.
국민의힘 소속 기장군의원들은 우 군수의 문제 제기를 '정치 공세'로 규정했고, 김명원 군의원과 우 군수 사이에서는 신앙촌과 지역 정치권의 관계를 놓고 설전과 법적 대응 예고까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최택용 부산 기장군 지역위원장(왼쪽)과 현역 지역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 각 정당 제공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는 평소 군정 현안 기자회견과 달리 최택용 더불어민주당 기장군 지역위원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행정기관인 기장군이 전임 군정의 대표 사업을 문제 삼는 자리에 민주당 지역위원장까지 동석하면서 지역 정가에서는 죽도 문제가 단순한 행정적 논란을 넘어 여야 정치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택용 위원장은 2028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과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민주당의 유력 후보군이다.
기장에서는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전임 국민의힘 군정의 대표 사업을 정면으로 문제 삼고, 민주당 지역위원장이 같은 현안의 정치적 공간에 등장하면서 차기 총선을 앞둔 양당의 전선이 예상보다 일찍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박상준, 전재수와도 충돌…김도읍-변성완 대리전까지
강서의 움직임은 더욱 복잡하다.
박상준 강서구청장은 같은 날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을 찾아 부산시가 재추진하기로 한 생곡 자원순환 복합타운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7일 박상준 부산 강서구청장이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생곡 자원순환 복합타운 추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연 모습. 김혜민 기자박 구청장은 생곡 일대에 이미 쓰레기매립장과 하수처리장, 음식물자원화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이 집중돼 있다며 부산 전체의 폐기물 처리 부담을 강서에 다시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존 명지소각장 폐쇄 역시 어떠한 조건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부산시와 각을 세웠다.
주목되는 점은 상대가 같은 민주당 소속 전재수 부산시장이라는 것이다.
전 시장이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와 이미 투입된 사업비 등을 이유로 생곡 소각장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박 구청장은 시청 앞 1인 시위에 이어 시의회 기자회견까지 열며 공개 반대 행보를 이어갔다.
지역 현안에서는 당 소속보다 강서 주민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현역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도 직접 주민설명회를 열고 부산시가 내세운 사업 재추진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전면에 나섰다.
김 의원은 생곡 대신 장항·율리 마을 등 대체부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박 구청장은 이 부분에서도 선을 그었다.
박 구청장은 대체부지로 거론된 지역 역시 강서구에 속한다며 "가덕도 주민들에게 확인해보면 대체부지 논의 자체를 모르고 있고, 김도읍 의원 측과도 협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밝혔다. 주민 동의 없는 대체부지 추진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겉으로는 같은 생곡 소각장에 반대하는 듯 보이지만 세부적인 해법을 놓고 박 구청장과 김 의원의 입장 차도 드러나는 셈이다.
민주당 변성완 강서지역위원장도 생곡 소각장 재추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강서의 정치적 대립은 사실상 차기 총선 구도와 맞물리는 양상이다.
표면적으로는 박상준 강서구청장과 부산시의 정책 충돌이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박 구청장이 전면에서 지역 현안을 제기하고 그 뒤에서 변 위원장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구조가 현역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과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특히 김 의원이 직접 주민설명회를 열고 부산시 논리를 반박하는 등 생곡 문제의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민주당에서는 박 구청장이 행정 책임자로 주민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변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변성완 부산 강서구 지역위원장(왼쪽)과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각 정당 제공 결국 생곡 소각장 문제가 단순한 부산시-강서구 갈등을 넘어 김도읍 의원과 변성완 위원장이 차기 총선을 앞두고 지역 현안 주도권을 놓고 맞붙는 시험대로 변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지방선거서 흔들린 보수 우위…지역 현안이 총선 무대로
기장과 강서가 일찌감치 총선 격전지로 주목받는 것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정치 지형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두 지역 모두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이 있는 곳이지만 6·3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기초단체장을 차지했다.
강서는 변화의 폭이 더 컸다. 민주당이 강서구청장뿐 아니라 지역 시의원 2석까지 모두 가져가면서 기존 국민의힘 중심의 지역 정치 구조가 크게 흔들렸다.
기장에서도 민주당이 군수 자리를 차지했고 시의원 의석 역시 여야가 나눠 가지면서 국민의힘이 과거처럼 압도적인 지역 조직 우위를 자신하기 어려운 구도가 만들어졌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이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 현안을 공론화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앞서 민주당 박재범 남구청장은 전임 구정의 재정 운용을 문제 삼으며 '재정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서태경 사상구청장 역시 재정난을 이유로 일부 사업을 중단하는 재정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전임 오은택 남구청장 등이 반박 기자회견에 나서는 등 곳곳에서 신·구 권력 간 충돌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를 전임 행정의 성과를 지우고 정치적 책임을 부각하려는 행보라고 비판할 여지가 있는 반면, 민주당 단체장들은 새로 드러난 문제를 바로잡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정상적인 군·구정이라고 맞설 수 있다.
다만 기장과 강서의 경우 단체장뿐 아니라 차기 총선 주자인 지역위원장과 현역 국회의원까지 현안 공방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들면서 다른 지역보다 정치적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특히 두 지역 모두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기초단체장을 가져갔다는 점에서 2028년 총선을 앞둔 여야의 전략적 가치도 한층 커졌다.
민주당으로서는 지방선거에서 확보한 기초단체장을 교두보 삼아 국회의원 선거까지 세를 넓힐 기회이고, 국민의힘으로서는 기존 현역 지역구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결국 죽도와 생곡이라는 지역 현안이 당장은 행정의 영역에서 출발했지만 누가 지역민의 이해를 제대로 대변하고 전임 행정의 책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정치적 경쟁으로 옮겨붙고 있다.1년 반 뒤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기장에서는 정동만-최택용, 강서에서는 김도읍-변성완의 대결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이 지역 현안의 전면에 서면서 두 지역의 총선 시계는 이미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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