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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컨베이어벨트는 잊어라…로봇이 만드는 기아의 맞춤형 PB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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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PBV 전용 생산 거점 'EVO 플랜트' 가보니

4개 공정으로 차체 나눠 조립…비전카메라가 위치 확인하고 로봇이 작업
차량마다 다른 사양…스마트 태그로 '맞춤형' 부품·설비 연결
로봇이 도어 달고, 후드 장착…노동자 부담도 줄여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 전시된 PV5 라인업. 기아 제공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 전시된 PV5 라인업. 기아 제공
몇가지 차종을 똑같이 찍어내던 자동차 공장의 정형화된 틀이 깨지고 있다. 기아가 목적기반차량(PBV)을 앞세워 맞춤형 유연 생산 체제로 자동차 생산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는 고객의 용도에 맞춰 다양한 차체가 생산되고 있다.

6920평 차체공장에 로봇 261대…다차종 유연 생산

8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의 차체공장에 들어서자 산업용 로봇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6920평짜리 차체 공장은 1층과 1.5층으로 이어지는 복층 구조로, 상부와 하부 공간에 노란색 산업용 로봇들이 빼곡히 자리했다. 로봇이 차체 부품을 집어올리고 용접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운반 장비인 AGV(무인반송차)가 다음 공정으로 차체를 옮겼다.

차체공장의 129개 공정에는 261대의 로봇, 21대의 AGV가 투입된다. 이 산업용 로봇들의 작업이 눈에 띄는 이유는 단순히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차량은 전기 PBV인 'PV5'다. PV5는 승객을 태우는 패신저부터 화물을 싣는 카고 등 다양한 특장·컨버전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 일반적인 승용차와 생산 방식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차체 사양이 모델별로 다른 만큼 생산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부품들도 달랐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O Plant East 차체 공장. 기아 제공기아 오토랜드 화성 EVO Plant East 차체 공장. 기아 제공
차체 골격을 조립하는 과정부터 일반적인 생산방식과 차이가 있었다. 차체를 한 번에 조립하는 대신 주요 구조를 여러 단계로 나눠 순차적으로 결합하는 4-Buck 순차 조립 공법이 적용됐다.

산업용 로봇들은 4개의 벅(Buck·차체 조립 공정)으로 나뉘어 배치됐다. 인너벅(Inner Buck)과 레일벅(Rail Buck)에서는 차량 내부 골격과 측면 구조를 만들고, 아우터벅(Outer Buck)과 루프벅(Roof Buck)에서는 외관 패널과 지붕 구조를 조립한다.

차체 생산을 세분화하면 차량의 제원이나 사양이 달라졌을 때 생산라인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화성 공장 관계자는 각 부위에 맞는 용접 조건을 적용해 차체 강성과 내구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어와 테일게이트 등 외장 부품을 장착하는 공정에는 비전카메라도 동원된다. 비전카메라가 차체의 위치를 확인하고 해당 정보를 로봇에 전달한다. 로봇은 측정된 정보에 맞춰 부품 위치를 보정한다. 차량마다 미세한 차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카메라로 실제 위치를 확인하고 로봇이 작업 위치를 수정하는 것이다.

PBV 생산에서는 이같은 비전 기반 자율 보정 장착 기술이 중요하다. 차종과 사양이 다양할 수록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에 따라 품질 편차가 생길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화성공장은 이를 데이터와 자동화 설비로 줄이고 있다.

도어와 테일게이트뿐 아니라 다양한 부품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물류 시스템도 현장에 적용됐다. 차량별 사양에 맞는 부품이 필요한 시점에 공급되도록 생산과 물류를 연결했다.

현장에서 차체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이 직접 하는 작업도 눈에 띈다. 반복적이고 정밀도가 요구되는 작업은 로봇이 맡지만, 차체에 남은 쇠 가시를 제거하는 작업처럼 세밀한 작업은 인간 노동자의 몫이다. 이는 기아가 추구하는 '손끝에서 완성되는 궁극의 품질'로 이어진다.

문·후드도 로봇이 달고 뗀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O Plant East 조립 공장. 기아 제공기아 오토랜드 화성 EVO Plant East 조립 공장. 기아 제공
차체와 도장 공정을 거친 차량은 조립공장으로 넘어온다. 1만3939평 규모의 조립공장에서도 산업용 로봇들이 곳곳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차량의 문을 조립하는 데에는 앞문에 4대, 뒷문에 2대, 총 6대의 로봇이 동원된다. 먼저 비전 카메라가 볼트 위치를 확인하면 로봇이 해당 위치를 찾아 문을 떼어낸다. 로봇은 창문 등 관련 부품을 조립한 뒤 다시 차체에 문을 설치한다. 문을 차체에서 떼어내 별도 공정에서 작업한 뒤 다시 다는 방식으로, 인간 노동자의 작업 순서와 정반대다. 노동자가 하기 어려운 작업을 자동화하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도록 구성한 생산 방식이다.

후드 장착도 자동화돼 있다. 로봇이 볼트를 집은 뒤 완성된 후드를 들어 차체 정위치에 조여 고정한다. 후드나 헤드라이닝처럼 크기가 크거나 노동자가 들어 올리기 불편한 부품 장착도 자동화했다. 차량마다 같은 위치와 순서로 조립할 수 있어 품질 편차도 줄일 수 있다.

'사람의 눈' 대신 '데이터'로 품질을 관리한다

공장 곳곳에 설치된 현황판으로는 각 공정의 작업 상태와 가동률, 생산 실적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생산라인이 단순히 차량을 흘려보내는 공간이 아니라 공정별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차량에는 스마트 태그가 붙는다. 차량의 위치와 생산 정보를 파악하고 각 공정에서 해당 차량에 맞는 공구와 설비가 연결되도록 기능한다. 여러 사양의 차량이 같은 라인에서 생산되는 만큼 차량을 잘못 인식하거나 다른 사양의 부품을 다는 실수를 막기 위한 장치다.

품질검사에도 비전 시스템이 활용된다. 차체의 구멍 위치를 측정하고 부품을 장착한 뒤 다시 측정해 조립 오차를 줄인다. 완성차 외관도 카메라를 이용해 검사한다.

조립공장의 외관 품질 검사에서는 3D 비전카메라를 이용해 차량 위치를 보정하고 차량 좌우 각 21개 지점의 간격과 단차를 측정한다. 측정 정밀도는 ±0.2㎜ 수준이다.

외관 검사에는 18대의 카메라가 활용된다. 아웃사이드미러와 도어 가니시, 펜더, 도어 손잡이 등 24개 부품의 사양이 제대로 적용됐는지도 자동으로 확인한다.

PBV는 같은 생산라인에서도 차량별 사양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차량을 만들면서도 같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기아가 자동화 설비와 비전 시스템, 스마트 태그를 생산공정 전반에 적용한 이유다.

뼈대는 공장에서…완성은 고객 마음대로

한편 기아 PBV는 공장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오토랜드 화성 인근 컨버전 센터에서 기본차를 고객의 목적에 맞는 차량으로 다시 만든다. PV5 프라임·오픈베드·크루밴·내장·냉동탑차 등이 대표적이다.

기아는 설계 단계부터 향후 개조작업(컨버전)을 염두에 뒀다. 외부 특장업체가 별도의 구멍을 뚫거나 배선을 끊지 않고도 부품을 바로 조립할 수 있도록, 차체에 전용 장착 구멍과 연결용 브래킷, 제어 배선 등을 사전에 통합 설계해 출시했다.

기아는 컨버전에 필요 없는 시트와 바닥 매트 등은 생산 단계에서 빼고, 외부 특장사에는 불필요한 부품을 미리 제거한 '도너 모델'을 제공한다. 외부 업체에는 기본차의 3차원 설계자료와 개조 기준, 인증자료 등을 제공하고 기술 문의에도 대응한다. 기아가 모든 특장차를 직접 만드는 대신 기본차와 기술을 제공하고 전문업체가 다양한 용도의 차량을 만드는 방식이다.

PV5는 올해 8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3만9천대 이상 판매됐다. 오는 14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는 대형 전동화 PBV 'PV7'이 처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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