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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소 봉쇄' 석 달 만에 뚫렸다…갈등의 95일,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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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진입 시도 끝에 핸드볼경기장 진입…봉쇄 95일 만
수만 명 모였던 초기 집회…장기화하며 참가자 급감
현재 고령층·유튜버 등 일부 참가자 중심으로 '부정선거' 주장
특검 출범…"이제는 시위대도 자중하고 질서 회복해야"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반출한 물품을 트럭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반출한 물품을 트럭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체육회가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진입해 사무실에서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반출했다. 6·3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개표소인 핸드볼경기장 주변에서 봉쇄 시위가 시작된 지 3개월여 만이다.
 
초기 '재선거'를 요구하며 수만 명까지 모였던 집회는 장기화 과정에서 참가자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고, 이후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정부 규탄 등으로 구호와 성격이 확대됐다. 참가자 수가 크게 줄어든 뒤에도 봉쇄가 계속되면서 경기장 안에 사무실을 둔 체육단체들의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태한 특별검사)이 출범해 관련 수사에 착수한 만큼, 이제는 의혹 규명을 수사 결과에 맡기고 체육단체 등의 업무를 방해하는 집회는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가자 크게 줄었지만 장기화…내부 세력 다툼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진 8일 경찰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출입구에 설치된 부착물을 제거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진 8일 경찰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출입구에 설치된 부착물을 제거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전날 오전 9시 13분쯤 경찰의 협조를 받아 핸드볼경기장 2-3 출입구를 통해 사무실에 진입했다. 경찰이 통로를 확보하면서 대한체육회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노트북, 인감 등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반출했다.
 
체육단체 관계자 수십 명이 2-3 출입구에 모이자 인근에 있던 시위 참가자 수십 명도 몰려들었지만, 경찰이 접근을 막았다. 경찰은 28개 기동대와 대화경찰, 형사 등 약 2천 명의 경력을 투입해 현장 질서를 유지했다.
 
현재 핸드볼경기장 앞 시위는 장기화하면서 참가자 수가 크게 줄었고, 고령층과 유튜버 등 일부 참가자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텐트와 이불 등을 가져와 현장에서 숙식하는 장기 농성 형태의 시위는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일부 출입구에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참가자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내부에서도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한 출입구에는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가 우리나라와 미국 등 전 세계 부정선거의 배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다른 출입구에는 중앙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주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등 참가자들의 주장도 세분화된 양상이다.
 

3개월간 갈등 반복…결국 힘 빠진 '올공 봉쇄 시위'

봉쇄 시위는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개표소로 투표함이 강제로 옮겨진 지난 6월 5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참가자들은 개표소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막아서고 고함을 치며 "선관위 직원 아니냐", "신분증 보여달라" 등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을 폭행하는 일도 발생했다.
 
다음 날인 6일 토요일 저녁부터 주말 동안에는 20~30대 청년들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주장이나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고 '재선거 요구'에 집중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참가자들도 격한 언행을 자제하면서 한때 격앙됐던 현장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 당시 집회 참가 인원은 경찰 비공식 추산 3만 명대까지 늘었다.
 
그러나 8일 월요일부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왜 부정선거를 주장하면 안 되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재선거 요구에 집중하자는 참가자들을 "대학생진보연합 출신", "프락치(끄나풀)"로 지칭하는 등 내부 갈등도 나타났다. 이후 단순히 "재선거"를 요구하던 구호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로 다시 바뀌었고, 이와 다른 입장을 보인 일부 참가자들은 시위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후 현재까지도 개표소 내 투표함 반출을 막기 위한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정선거를 주장하거나 현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참가자 수가 크게 줄어든 뒤에도 현장 방송과 후원금 모금 등은 이어졌다. 이에 선관위 의혹 규명이나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보다 집회 자체를 이어가는 데 무게가 실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시위 과정에서 여자 유소년 핸드볼 국가대표팀 소지품 검문검색과 기자 폭행, 경찰관 모욕 등 각종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련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개표소 집회 관련 불법행위 사건이 지금까지 137건 접수됐고, 88건이 종결됐다"며 "남은 49건 중 44건은 참가자 사이 폭행 사건이며, 나머지 5건은 경찰관 모욕과 명예훼손 사건"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6월 22일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게 침을 뱉고 욕설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여성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하기도 했다.
 

봉쇄 장기화에 체육단체 피해…아시안게임 앞두고 결국 진입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진 8일 대한체육회 등 관계자들이 경찰의 지원을 받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진 8일 대한체육회 등 관계자들이 경찰의 지원을 받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집회가 3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체육단체들의 피해도 커졌다. 핸드볼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9개 종목단체는 출입이 제한되면서 컴퓨터와 전산장비, 회계자료는 물론 국가대표 훈련과 국제대회 참가에 필요한 경기 장비도 제때 꺼내지 못했다. 직원 급여 지급과 세금 납부 등 기본적인 행정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봉쇄 2주 만인 지난 6월 중순 기준 9개 종목단체가 자체 집계한 피해액은 40억 원 이상이었다. 봉쇄가 장기화된 현재는 피해액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19일 개막하는 아이치·나고야 하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한체육회는 더 이상 경기장 진입을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전날 봉쇄 95일 만에 경기장에 들어가 물품을 반출했다.
 
대한체육회 측의 경기장 진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체육단체들은 봉쇄 나흘째인 지난 6월 9일 처음 경기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시위대 반발에 막혔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6월 16일에는 국민의힘 중재로 경찰의 협조를 받아 출입문 앞까지 도달했지만, 한 여성 참가자가 출입문 손잡이를 붙잡고 막아서면서 진입이 무산됐다. 이후 이 여성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올다르크'로 불렸다.
 
7월 2일에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현장 검증을 위해 핸드볼경기장 내부에 들어갔지만, 종목단체 관계자들의 사무실 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선관위 특검' 출범…"정상적으로 질서 회복할 시점"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한 문제 제기와 별개로, 관련 의혹을 규명할 특검팀이 출범한 만큼 이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선거권 침해나 불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를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권리까지 침해하는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며 "특검이 출범한 만큼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고, 집회 참가자들도 음모론에 잠식되기보다는 절제와 자중을 통해 정상적인 질서를 회복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태한 특검팀은 지난 7일 공식적으로 수사에 돌입했다. 수사 기간은 최장 150일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투표 통계 조작, 선관위 관계자들의 외유성 출장, 부정 채용 및 승진 등 총 12개 의혹을 수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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