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정부 부채 이자로만 한 해 2조달러(한화 약 2689조원)가 넘는 돈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10여개 국가는 국방비보다 빚의 이자를 갚는 데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OECD 회원국의 정부 부채 이자 지출이 지난해 기준 2조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자 지출 비율은 3.19%로, 2024년 3.24%에 이어 2년 연속 3%를 웃돌았다.
특히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10여개 국가는 정부 부채를 유지·관리하는 데 국방비보다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각국의 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빚을 유지하는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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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부채는 지난달 사상 처음 40조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OECD 회원국이 새로 빌릴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도 역대 최대인 18조달러에 달한다.
마이클 리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펀드매니저는 "이런 막대한 국가 부채를 각국 정부는 갈수록 높아지는 금리로 차환해야만 한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미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정부 차입과 물가 상승, 각국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 종료 등이 맞물리면서 국채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주요 7개국(G7)의 10년 만기 국채 평균 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4%에 육박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도 금리는 높은 편이었지만 정부 부채 규모가 지금보다 작았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부채가 늘어나는 대신 중앙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저금리가 유지됐다.
그러나 현재는 '막대한 부채'와 '높은 금리'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각국 정부의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국채 금리가 2022년 리즈 트러스 정부의 감세안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을 당시보다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부담하는 이자 비용만 연간 1100억파운드에 달한다.
존 힐리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7일 연설에서 정부 부채 이자를 하나의 정부 부처로 가정할 경우 보건복지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부·내무부·법무부를 합친 것보다도 큰 부처일 것"이라며 "정부 지출 10파운드 가운데 1파운드를 이자에 쓰는 건 전혀 진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프랑스 역시 높은 부채 비용에 따른 재정 압박이 정치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프랑스는 2024년 총선 이후 총리가 세 차례 바뀌는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향후 경제성장률이 크게 높아지면 부채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국이 경기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단기간에 재정 여건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적인 부채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공공부채는 세계 GDP의 94%에 달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비율이 2030년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민간 부채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의 부채는 모두 300조달러에 육박한다.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면서 한정된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질 모엑 악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이 하나의 저축 자금 풀을 두고 엄청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막대한 재정적자와 자본지출 급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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