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소에서 박수현 충남지사가 키좀 응고둡 마살리 사무국장을 비롯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AI 허브' 관계자들과 논의를 하는 모습. 김정남 기자| ▶ 글 싣는 순서 |
① 평화: 바티칸에서 발견한 충남 종교문화자원의 의미 ② 전환: 독일 바스프 사에서 내다본 석유화학의 미래 ③ 혁신: '지속가능한' 인공지능(AI) 기본사회의 조건 (계속) |
"내일은 비바람이 불 예정이니 농약을 치지 마세요. 다음날 오전 6시에 살포하세요." "오케이, 오케이!"스마트폰 앱이 하늘에서 위성으로 밭을 관찰하고 날씨 정보와 토양 데이터를 결합해 농부에게 최적의 농약 살포 시기를 알려준다. 아프리카의 인공지능(AI) 농업 스타트업 '딥 리프(Deep Leaf)'가 개발한 '아그로노미스트 원(Agronomist One)'의 작동 모습이다.
단 한 장의 이미지로 83개 작물에 걸친 1500가지의 질병과 해충 상태를 파악해 소수 토착어와 방언을 포함한 20개 이상의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이 기술은, 현재 케냐의 300만 농가와 카타르의 5천 개 농장에 보급돼 농민들을 돕고 있다. 이를 통해 농민은 자신의 농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처럼 첨단 기술이 전통 산업으로 꼽히는 농업 종사자들을 돕는 모습은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AI 허브(AI Hub for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추진 및 협력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다.
유엔개발계획(UNDP) 로마 사무소 입구에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AI 허브'를 소개하는 입간판이 세워져있다. 김정남 기자AI 등장 이후 정보와 자본의 격차가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기술 소외 계층의 AI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UNDP AI 허브의 활동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이름에서도 나타나듯 이 같은 활동의
'지속가능성'은 저개발 국가 및 전통 산업에 대한 AI 정책에서 깊게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여겨진다.
UNDP AI 허브의 키좀 응고둡 마살리 사무국장은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수백만 명의 농부들이 있고, 여전히 인터넷 접속조차 안 되는 12억 명의 사람들이 있다"며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AI 허브'는 AI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가능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민·관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의 참여와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살리 국장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AI 허브와 한국 정부가 주도할 UN AI 허브가 서로 협력하고 상호 보완해나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영역"이라며 "AI 분야에서는 경쟁보다는 민간 부문을 포함한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소를 방문한 박수현 충남지사가 충남의 'AI 기본사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남 기자충청남도 역시 AI 산업 혁신과 함께, 전 세대와 계층이 향유할 수 있는 'AI 기본사회'를 양대 축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산업과 사람의 균형, 첨단 산업과 전통 산업의 균형,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가 오히려 '격차'를 벌리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이러한 충남의 철학은 국제사회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마살리 사무국장은 "단순히 AI 모델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농업, 임업, 어업 등에서 소상공인과 농민들을 위해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충남도의 실용주의적 접근에 큰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수현 충남지사는 UNDP에 △AI 공공재 및 거버넌스 경험 공유 △산업·농업 현장 기반 AI 실증 협력 △미래 세대를 위한 AI 인재 양성 및 청년 스타트업 교류 △탄소중립 및 그린테크 AI 접목 협력 등 4개 협력 방안을 제안하고, 추후 업무협약(MOU) 등을 맺고 소통을 이어가자는 뜻을 전했다.
우리 정부는 앞서 지난 5월 '글로벌 AI 허브'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9개 국제기구 및 5개 다자개발은행과 함께 기후위기·보건·식량 등 인류 공통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지구적 협력 플랫폼인 '글로벌 AI 허브'를 대한민국에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AI 표준·지침 수립과 국가 간 자원·기술 협력 네트워크 구축, 국제사회 공동 난제 해결 AI 솔루션 개발·실증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곳이다.
국가적 핵심 과제인 AI 허브 유치에 충남도 역시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박수현 지사는 "AI 산업 혁신은 주로 대기업, 첨단 산업, 또 중앙정부 중심으로 이뤄지겠지만, 거기에서 소외돼있는 전통 산업과 의료·교육·문화·복지 등 사람의 문제에 대한 지방정부 차원의 관심이 AI 허브와 긴밀히 연결된다면 소외되는 사람이나 산업이 없는 동반상승효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에는 철강·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첨단 산업은 물론 농·축·수산업을 비롯한 전통 산업과 중소 제조업이 함께 자리 잡고 있어 다양한 AI 기술을 현장에서 '실증'할 수 있는 최적지라는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충남도는 이를 통해 'AI 기본사회'로서의 역할 또한 단단히 해나간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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