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조건으로 부과된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이 두 건의 변경요청 모두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업무용 전산파일과 이메일을 삭제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심사관은 이를 조사방해로 판단하고 대한항공과 직원 3명을 각각 고발하는 의견도 제시했다.
다만 변경요청 기각과 고발 여부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며, 향후 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등 5개 항공사의 시정명령 변경요청 2건과 대한항공의 조사방해 사건에 대한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 사무처는 관련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이날 해당 사업자들에게도 송부했다.
앞서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국제선 40개 노선에 공급좌석 유지 등의 의무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 5개사는 대상 노선의 연간 공급좌석을 원칙적으로 2019년의 9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대한항공 등은 이 가운데 '청주~제주' 노선에 대해 해당 연도 공급좌석이 2019년의 70% 이상이면 유지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외부적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 측이 주장한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심사관은 시정명령 변경요청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변경 사유로 인정받으려면 시정명령을 최종 확정한 변경처분 의결일인 2024년 12월 24일 이후 새로운 사정이 발생해야 하는데, 이후 청주~제주 노선의 의무 이행을 어렵게 할 새로운 사정변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요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자료 삭제에 따른 조사방해 혐의도 불거졌다.
연합뉴스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은 지난 2월 2~6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 기간 중인 2월 2~4일 대한항공 직원 3명이 조사대상 사건과 관련된 업무용 전산파일과 이메일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사관은 이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대한항공 법인과 해당 직원 3명을 각각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한항공 등은 청주~제주 노선과 별개로 시정명령 대상 전체 노선의 올해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환율 급등과 항공여객 수요 위축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심사관은 이 요청에 대해서도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발권 내역을 바탕으로 노선별 올해 연간 항공여객 수요를 추정한 결과, 중동전쟁과 유가·환율 상승에도 전반적인 수요 위축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시정명령을 변경해야 할 중대하거나 불가피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해당 사업자들에게 서면 의견 제출과 증거자료 열람·복사, 의견진술 등의 기회를 보장한 뒤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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