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이 자리잡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부산CBS정부가 올해 하반기에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이전 대상 기관을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해양수도 도약을 준비하는 부산의 경우 해양과 금융 공공기관 이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여기에는 앞서 부산에 뿌리를 내린 금융공기업들의 성공적인 지역 정착 선례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수와 고용, 산업 연계, 사회공헌까지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는 1차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 정착 사례를 토대로 2차 이전 기관 유치의 필요성을 짚어봤다.
예탁원이 쓴 이전 10년 성적표
지난 2014년 말 이뤄진 공공기관 1차 이전으로 13개 기관이 부산에 둥지를 틀었다. 문현금융단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이전 공공기관들은 그동안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뿌리를 내려왔다.
성공적인 지역 정착 사례를 놓고 가장 먼저 언급되는 금융공기관은 한국예탁결제원이다. 현재 예탁결제원의 부산 상주 인원은 500여 명, 서울 사옥 근무 인원은 그 절반가량인 250여 명이다. 부산을 중심으로 인력과 기능의 무게추가 적절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 기여도 뚜렷하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실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부산 이전 공공기관들이 납부한 지방소득세는 345억 2천만 원으로 전국 혁신도시 가운데 가장 많았는데, 이 중 예탁원 한 곳이 224억 7천만 원을 차지했다.
개인·법인 지방소득세를 합친 금액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진 금융공기업 하나가 지역 재정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부산시와 정치권이 산업은행 등 자산 규모가 훨씬 큰 국책은행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런 재정 효과가 한층 커질 것이라는 기대와 맞닿아 있다.
금융 클러스터의 핵심 축
예탁원은 문현금융단지 안에서 한국거래소, 기술보증기금, BNK금융그룹 등과 물리적으로 밀집해 있으면서 금융 클러스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는 부산 소재 대학생을 위한 직무교육 프로그램 'KSD 금융·증권 오픈캠퍼스'를 자체 운영해왔고, 최근에는 한국은행·한국거래소 등 부산 소재 금융기관 10곳이 공동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확대됐다.
개별 기관이 각자 사회공헌을 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대학과 금융공기업들이 협력해 부산을 '금융 인재 양성 기지'로 만들어가는 구조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산연구원은 산업은행이 추가로 이전할 경우 이미 자리 잡은 한국거래소·기술보증기금·BNK금융그룹과의 시너지, 해양산업과의 연계, 글로벌 금융기관 유치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제공세금을 넘어선 지역 정착
사회공헌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 10년간 지역 대학의 IT·상경계열 학생들에게 장학금 19억 8천만원을 지급했다.
또,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보호종료 청년(만 18~24세)을 위한 오피스텔 15채를 지원하며 자립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최근에는 지역 사회적기업의 수수료 26억 원을 감면하고, 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250억 원 규모 펀드도 조성했다. 법적 의무를 채우는 수준을 넘어, 부산이라는 지역사회 안에서 장기적인 파트너로 자리 잡으려는 행보로 읽힌다.
법적 지위는 바뀌어도, 뿌리는 그대로
사실 예탁원은 지난 2022년 1월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됐다. 2019년 시행된 전자증권법으로 예탁결제원의 고유 업무였던 전자등록업무가 독점 업무 목록에서 빠지면서, 정부지원액 비중이 공공기관 지정 요건인 50%에 못 미치게 됐기 때문이다.
예탁원은 법적 의무가 사라진 뒤에도 부산지역인재 채용목표제(30%)를 자체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장학금 지급과 사회적기업 지원, 자립준비청년 주거 지원 사업 등을 이어오고 있다.
공공기관 지위와는 별개로 혁신도시법상 이전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은 계속 수행하고 있는 것인데, 지역에 한 번 정착하면 법과 제도가 바뀌어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
13개 이전 공공기관 합동 사회공헌…기관별 활동도
지역 기여는 비단 예탁결제원 한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탁원을 포함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이전공공기관 13개소는 2021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합동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생필품을 담은 '희망상자'를 만들어 전달하는 행사가 대표적인데,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1000개 안팎의 희망상자가 지역 취약계층에게 전달하고 있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이 금융공공기관 이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이와 함께 각 기관마다 기관의 성격에 맞는 직접 지원과 사회 공헌 활동을 진행하며 지역 사회에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 체감을 위한 설득 논리 토대로 여론 모아야
시민사회단체는 2차 이전 공공기관 발표를 앞두고 부산시와 정치권, 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예탁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에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여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금융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현실화하면 가장 직관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 내 산업과 연계해 투자 등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그리고, 이 같은 효과를 시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은 BIFC를 중심으로 법정 금융중심지로서의 정체성을 20년 가까이 쌓아 온 도시"라며 "이름뿐인 금융중심지가 아닌 실질적 금융중심지를 완성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