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장기기증협회 제공한 사람의 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절박한 삶의 시작이 되는 '생명나눔'의 가치를 되새기고, 이를 제도적·사회적 시대정신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연대의 장이 부산에서 마련됐다.
사단법인 한국장기기증협회는 9일 오후 부산시청 국제회의장에서 '2026년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장기기증은 이 시대의 성숙한 시대정신'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이날 행사에는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 순수 생체 기증자, 기증 희망 서약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생명나눔의 숭고한 가치를 되새겼다.
기념식에서는 세상과 작별하며 또 다른 생명을 살린 이들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됐다. 강치영 한국장기기증협회 회장은 "대가 없이 자신의 장기를 나눠 타인의 생명을 구한 기증자들과 숭고한 결단을 내린 유가족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빛과 소금"이라며 깊은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고귀한 선물을 남긴 뇌사 기증자 유가족들과, 대가 없이 자신의 일부를 떼어준 순수 생체 기증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2016년 22세의 젊은 나이에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고(故) 정안라 씨의 아버지 정위석 씨, 2020년 안타까운 교통사고로 장기와 인체조직 전체를 기증한 고 김채연(당시 23세) 씨의 어머니 최경순 씨가 참석해 먼저 떠나보낸 자식의 숭고한 뜻을 되새겼다.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선뜻 신장을 내어준 기증자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1998년 신장을 기증한 정덕수 씨와 그의 부인 오차순 씨(2002년 기증), 허상윤 씨(1998년 기증), 강태선 목사(2010년 기증) 등 생체 기증자들과 협회 임원진은 자리를 함께하며 생명나눔이 이어온 긴 궤적과 그 의미를 나눴다.
지자체와 지역 교육계, 대학의 연대 의지도 이어졌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는 조례 제정과 홍보관 운영, 기념공원 조성 등 생명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청소년기 생명 존중 교육과 연계한 기증 문화 확산을, 고신대학교는 대학 인프라를 활용한 정기 캠페인과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초지자체 단위의 실천도 확산하는 추세다. 앞서 지난 4일 부산 동래구청과 동래구의회는 한국장기기증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구청장을 비롯한 여야 구의원들이 단체로 사후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하며 솔선수범에 나섰다.
장기기증은 현대 의학이 도달한 가장 인본주의적인 생명 연장의 수단이자, 한 사회의 도덕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다. 장기이식 대기자에 비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행정·교육·민간이 어우러진 이번 부산의 연대 움직임이 단발성 행사를 넘어 지속 가능한 생명나눔 문화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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