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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만 빌려줬다"던 경찰관…피해금 송금 뒤 잇단 부동산 취득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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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건넨 돈 A씨 계좌로 들어간 뒤 13일 만에 해당 부동산 A씨 명의 취득
경기·인천서도 자금 요구와 부동산 취득 시점 맞물려…대형 사찰까지 A씨 명의로 등기
불송치 뒤 민사소송서 계좌 사용 목적 언급 주목…피해자 측 "자금 흐름 확인해야"
경찰 "고소인 자료 포함해 공모 여부 등 면밀히 다시 살피는 중"…구체적 수사 내용은 비공개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21억원대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고소됐다가 불송치된 현직 경찰관 A씨가 친모인 무속인 B씨의 부동산 매입자금 요구 시기와 맞물려 자신의 명의로 부동산을 잇따라 취득한 정황 등이 나타났다.

검찰 요구로 진행 중인 재수사에서 쟁점이 될지 주목된다.

자금 요구 시점과 맞물린 A씨 명의 부동산 취득 정황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씨와 B씨 측은 지난 3월 피해자 측이 제기한 민사소송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A씨 명의 통장을 A씨가 사찰을 매입하는 대금을 빌리기 위한 입·출금 통장으로 사용했다고 기재했다.

이와 함께 추가로 확인된 금융거래 내역과 부동산 등기자료 등에서는 A씨의 부동산 취득 시점이 B씨가 피해자에게 부동산 매입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일부 시기와 맞물리는 사례도 확인됐다.

피해자 진술서와 금융거래 내역 등에 따르면 B씨는 2013년 11월 피해자에게 경기 시흥시 소재 건물 매입에 필요한 돈을 빌려달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같은 날 피해자 측 자금 2600만원이 A씨 명의 계좌로 송금됐다. 부동산 등기상 A씨는 송금 13일 뒤 B씨가 매입자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던 건물을 자신의 명의로 취득했다.

이듬해 파주시에서도 자금 요구 시기와 A씨의 부동산 취득 시점이 맞물리는 정황이 관찰된다. 피해자 진술서에는 B씨가 파주 소재 토지와 건물을 사야 한다며 자금 부족을 이유로 돈을 요구한 내용이 있다.

2014년 3~4월 피해자 측에서는 1500만원, 4500만원, 8천만원 등 모두 1억 4천만원이 A씨 명의 계좌로 송금됐다. A씨는 같은 해 4월 인천시에 있는 부동산을 추가 취득했고, 3개월 뒤쯤에는 파주 소재 부동산 2건을 자신의 명의로 동시 매입했다.

이후 2014년 5월부터 7월 말까지 자금 요구는 대형 사찰 매입으로 확대됐고, 약 2억 8500만원을 사찰 매수자금과 A씨 명의의 사찰 매수를 위한 잔금 처리 목적 등으로 요구받았다는 게 피해자의 진술이다. 실제로 해당 사찰은 같은 해 10월 A씨 명의로 취득·등기됐다.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A씨 명의로 집중적으로 취득한 부동산 중에는 사찰·종교시설 부동산이 다수 포함됐고, 이들 부동산을 담보로 수십 억원대 돈을 빌린 기록도 있다.

이 같은 부동산 매입 자금이 피해자가 건넨 돈에서 직접 나온 것인지, A씨가 부동산 취득 과정에 직접 관여했는지 등은 현재 확인된 자료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금전 거래 과정에서 B씨가 부동산 매입을 이유로 돈을 요구할 때마다 A씨 명의 계좌로 자금이 들어갔고, 이후 A씨 명의 부동산 취득과 대출이 반복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피해자는 B씨가 받는 사기 혐의의 핵심인 사찰까지 A씨 명의로 매입된 사실을 감안하면, 부동산 거래 과정 등에서 A씨가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불송치 뒤 보완수사…공모 여부 다시 살피는 경찰

앞서 경찰은 B씨의 21억 8천여만원대 사기 혐의 가운데 16억 8천여만원과 관련한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송치했다.

B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인천의 점집에서 알게 된 피해자 C(60대·여)씨에게 2004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C씨 측은 B씨가 가족에게 큰일이 생길 수 있다며 굿이나 기도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돈을 요구했고, 이후 사찰 매입 등을 이유로 추가 자금을 요구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A씨 명의 계좌와 부동산이 사용되는 등 공모가 의심된다는 게 C씨 측 시각이다.

하지만 경찰은 A씨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취지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피해자의 이의신청과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경찰이 다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애초 경찰은 피해자와 A씨 사이에 직접적인 채권·채무 관계가 없고, B씨가 신용불량 상태에서 아들인 A씨의 계좌를 빌렸다고 진술한 점 등을 불송치 판단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불송치 이후 피해자 측은 민사소송에서 A씨 명의 계좌의 구체적 사용 목적이 제시된 데 이어, B씨의 자금 요구 시점과 A씨의 부동산 취득 시점이 맞물린 정황까지 나온 만큼, 계좌와 부동산 사이의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1차 수사를 담당했던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동일 수사팀이 재수사를 맡은 데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같은 수사팀이 보완수사를 맡는 것 자체가 절차상 문제는 아니지만, 피의자가 현직 경찰관인 데다 기존 수사팀이 내린 불송치 판단을 다시 검토하는 상황을 고려해 객관적인 금융자료를 통한 철저한 재검증과 수사 이후 구체적 설명도 필요하다는 논리다.

현재 확인된 자료만으로 범행을 공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실제 자금 출처와 이동 경로, 계좌의 실사용자, 부동산 취득 시 A씨의 관여 여부 등은 보완수사에서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취지다.

피해자 측은 "A씨가 단순히 명의와 계좌만 빌려준 것인지, 실제 부동산 취득과 자금 운용 과정에 관여했는지는 객관적인 금융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피해금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끝까지 확인해달라"고 밝혔다.

경찰은 고소인 측이 추가로 제출한 자료와 진술 등을 토대로 보완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범에 대해서는 이미 송치를 했고, 고소인의 이의신청과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공모 여부나 적용 혐의 등에 대해 다시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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