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38년 전, 서울 청량리역 광장에서 굶주린 어르신에게 건넨 밥 한 그릇이 누적 1500만 그릇의 나눔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일공동체는 밥퍼 1500만 그릇 돌파 감사축제를 열고, 소외 이웃의 존엄을 지켜나가는 나눔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커다란 나무 그릇에 하얀 밥과 형형색색의 고명이 담기고, 대형 주걱으로 비빔밥이 완성됩니다.
서로 다른 재료가 한데 어우러지는 비빔밥처럼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어르신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든 지난 38년 나눔의 시간입니다.
밥퍼나눔운동은 지난 1988년 11월 11일, 청량리역 광장에서 굶주린 어르신에게 밥 한 그릇을 건네며 시작됐습니다.
이후 2006년 누적 300만 그릇, 2014년 700만 그릇, 2017년 1천만 그릇을 넘긴 데 이어, 올해 6월 말 누적 1500만 그릇을 돌파했습니다.
1500만 그릇 나눔을 기념해 특별 제작된 초대형 비빔밥. 지난 38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밥퍼를 지켜온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홀몸 어르신과 시민들의 마음이 모여 오늘의 1,500만 그릇을 이루었다는 의미를 비빔밥으로 표현했다. 오요셉 기자최일도 목사는 "1500만이라는 숫자보다 더 소중한 것은 밥을 드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라며 "첫 한 그릇을 내놓았던 초심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최일도 목사 / 다일공동체 대표]
"처음 한 그릇, 한 분에게, 한 영혼에게 드린 그 한 그릇이나 1500만 그릇이나 마음은 같습니다. 그 초심을 또 유지하고 싶은 게 우리 모든 다일 가족들의 한 마음 한 뜻이고요.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봉사하신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후원회원들, 그분들이 받아야 할 마땅한 칭찬입니다."
밥퍼 사역에 함께해 온 사회 각계 인사들도 참석해, 1500만 그릇의 나눔을 축하하고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에스겔선교회 김동호 목사는 "재물과 사랑이 일부에게 머물지 않고 이웃에게 흘러갈 때, 사회는 더욱 건강해지고 평화도 가능해진다"며 밥퍼가 그 나눔의 흐름을 이어가는 현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동호 목사/ 에스겔선교회]
"밥을 함께 나누기 때문에 이 땅의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에요. 이게 흐르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나요. 갈등이 일어나요. 싸움이 일어나요. (성경은) '우리 강한 자가 마땅히 연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해야 된다' 하는데 가장 중요한 단어가 뭔가 하면 '마땅히'에요. 하면 좋고 안 해도 괜찮은 게 아니에요. 이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에요."
이번 행사엔 우원식 전 국회의장, 송영길 국회의원, 유덕열 전 동대문구청장, 샘물호스피스 유원식 회장, 김광철 서울시의회 의원, 배우 박상원, 가수 간미연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밥퍼의 1500만 그릇 나눔은 순탄하게 쌓인 기록만은 아닙니다.
증축 건물을 둘러싸고 동대문구청과 장기간 법적 다툼을 벌이며 철거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밥퍼의 주방 불은 단 하루도 꺼지지 않았고,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은 식탁을 지키며 어르신들에게 매일 따뜻한 밥을 나눴습니다.
[곽수광 목사 / 푸른나무교회]
"사랑의 하나님,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에 머물지 않고, 가난하고 연약한 이웃이 더욱 존중받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게 하옵소서. 아무도 굶주림 때문에 절망하지 않고, 가난 때문에 존엄을 잃지 않으며, 외로움 속에서 홀로 죽어가지 않는 사회가 되게 하옵소서."
밥퍼는 앞으로 무료급식 공간을 넘어, 홀몸 어르신의 고독사와 치매를 예방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돌봄의 공간으로 활동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최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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