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 토크 콘서트 2026에서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남성경 기자암 유전자 활성을 1분 안에 예측하고, 42만개 후보 물질 가운데 탈모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하루 만에 찾아낸다. 인공지능(AI)이 종목을 골라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범용 AI가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과학과 금융, 제조 현장의 전문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 AI'로 진화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14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AI 토크 콘서트 2026'을 열고 과학·금융·제조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전문가 AI와 주요 성과를 공개했다.
LG AI연구원 임우형 공동 연구원장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변수를 비롯해 단 1%의 특이 사항까지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AI가 필요했다"며 "AI가 실제 업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은 줄이며 생산성과 품질을 개선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AI의 경쟁은 단순히 모델의 성능을 비교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며 "누가 AI로 더 큰 현실의 변화를 만들어내는가가 경쟁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탈모 물질 하루 만에…24시간 실험하는 AI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AI가 탈모 원인 물질을 찾아내고 결합 구조를 예측하는 실시간 AI 그래픽 및 시뮬레이션 구동 화면. 남성경 기자
전문가 AI가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과학과 의료다.
LG AI연구원의 과학 특화 AI '엑사원 디스커버리(EXAONE Discovery)'는 물질의 특성을 분석해 새로운 후보 물질을 설계하고 합성 결과까지 예측한다.
LG생활건강과의 협업에서는 42만개가 넘는 후보 물질을 검토해 하루 만에 탈모 효능 가능성이 높은 물질 '람시딜(Rhamsydil)'을 찾아냈다. 통상 화장품 소재 하나를 개발하는 데 약 22개월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후보 물질을 찾는 시간을 크게 줄인 셈이다.
암 치료에도 AI가 활용된다. LG AI연구원은 미국 밴더빌트대 메디컬센터와 조직 병리 이미지와 유전자 정보, 약물 반응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암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암 유전자 활성 상태를 1분 안에 예측하고 평균 4주 이상 걸리던 분석과 맞춤 치료 전략 설계 과정을 하루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현재 위암을 시작으로 대장암과 폐암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이날 24시간 스스로 실험하고 학습하는 'AI 자율실험실'을 올해 말부터 본격 가동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AI가 새로운 물질의 합성 결과를 예측해 실험 대상을 정하면 로봇과 자동화 장비가 실제 실험을 수행한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AI가 다시 학습해 다음 실험을 설계하는 구조다.
한세희 LG AI연구원 머티리얼스 인텔리전스 랩장은 "가능한 모든 실험을 수행하는 대신 현재 우선적으로 확인할 가치가 가장 높은 실험을 먼저 제안한다"며 "최소한의 실험량으로 넓은 화학 영역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연구자들의 업무 방식도 달라진다. 현재 소재 연구는 실험 조건을 준비하고 결과물을 분석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해 하나의 제품 개발에 짧게는 수주, 길게는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임종구 GS칼텍스 기반기술팀장은 토크콘서트에서 "AI 자율실험실은 24시간 계속 운영될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실험의 개수가 기존보다 확연히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연구 개발 속도와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 시장도 읽는다…"조심스러운 단계" 신중론도
금융 분야에서는 AI의 예측 능력이 실제 투자에 적용되고 있다.
LG AI연구원의 기술이 적용된 'LQAI ETF'는 2023년 11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미국 대형주 500개 가운데 AI가 4주마다 100개 종목을 새로 선정해 운용한다.
상장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수익률은 96.22%로 같은 기간 S&P500을 추종하는 ETF의 76.78%보다 19%포인트 이상 높았다.
LG AI연구원은 금융 예측 기술을 기업과 금융기관이 사용할 수 있는 '엑사원 BI(EXAONE Business Intelligence)'로 확장했다.
엑사원 BI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업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추론·예측한 뒤 판단의 근거까지 설명하는 금융 특화 AI다. 한국과 미국에 상장된 약 8천개 기업을 매일 분석해 향후 4주간의 주가 흐름을 예측한다.
특히 금융 현장에서는 AI의 '설명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단순히 종목의 상승·하락 가능성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AI가 어떤 정보에 근거해 판단했는지를 금융 전문가 수준의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기관투자자들은 AI의 역할을 투자 결정을 대신하는 것보다는 사람이 처리하기 어려운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는 데 두고 있다.
최광일 국민연금공간기금정보AI팀 전문운용역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정보를 소화할 수 있는 시간과 인력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라며 "결국 병목은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이 처리하는 용량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I의 예측을 곧바로 투자에 활용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 전문운용역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AI 결과물을 투자에 직접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러운 단계"라며 "현재는 리서치를 지원하고 운용역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코스콤 등과 엑사원 BI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과도 기금운용에 특화된 AI 개발에 나섰다.
300시간→50시간…공장도 '전문가 AI'
LG AI 토크 콘서트 2026에서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남성경 기자
제조 분야에서는 전문가 AI가 문제가 발생한 뒤 원인을 찾는 '사후 대응'을 이상 징후를 먼저 포착하는 '선제 대응'으로 바꾸고 있다.
핵심 기술은 제조 현장의 표 형태 데이터를 분석하는 '엑사원 태뷸러(EXAONE Tabular)'다. 온도와 압력, 공정 조건, 품질 검사 결과, 생산 이력처럼 복잡하게 얽힌 데이터를 분석해 불량 가능성을 예측하고 최적의 생산 조건을 찾는다.
기존 머신러닝 방식은 새로운 제품이나 공정이 만들어질 때 충분한 데이터가 쌓여야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엑사원 태뷸러는 소량의 현장 데이터만으로 예측을 시작하고 이후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추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 LG이노텍 제조 공정에 적용한 결과 모델 대응 시간도 크게 줄었다.
유정선 LG이노텍 AX담당은 "기존 방식에서는 모델을 재학습하는 데 최소 14일, 약 300시간 이상의 생산 공정 데이터가 필요했다"며 "엑사원 태뷸러는 최대 50시간 내에 변화된 조건을 반영해 추론할 수 있어 모델 대응 리드타임을 약 85%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불완전한 데이터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조 공정에서는 센서값이 누락되거나 제품과 공정이 바뀌면서 데이터 특성이 달라지는 일이 빈번하다.
이순영 LG AI연구원 데이터 인텔리전스 랩장은 "측정 결과 전체 컨텍스트의 20%에 결측치가 있어도 안정적인 예측 성능을 확인했다"며 "새로운 환경에서 전처리를 거치지 않은 데이터를 바로 예측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은 공정이나 제품 외관이 달라져도 별도의 재학습 없이 검사할 수 있는 '엑사원 옴니 인스펙트(EXAONE Omni-Inspect)'도 개발했다. 올해 안에 실제 검사 공정에 적용할 예정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이 생산 목표와 품질 기준을 제시하면 AI가 공장 상태를 이해하고 로봇과 검사 시스템, 설비 최적화 모델을 연결해 스스로 생산 계획을 세우는 '자율형 공장'이다.
LG AI연구원은 2020년 12월 설립 이후 배터리 수명·용량 예측, 불량 제품 선별, 생산·자재 관리 최적화, 신약 후보 물질 발굴 등 100건이 넘는 산업 난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 AI 학회에 논문 368편이 채택됐고 국내외 특허 1080건을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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