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독립PD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로 구성된 창작자연대는 최근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조정식 국회의장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재정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 자리에서 K-콘텐츠 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작품을 만든 창작자에게 수익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
①[단독]韓콘텐츠 해외 보상금 나오는데…재주만 부린 창작자들? ②[단독]임오경 의원, 저작권법 개정 재추진…제작사 측은 왜 반대했나 (계속) |
저작자.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의미한다. 원칙적으로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에 대해 법의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영상저작물은 여러 창작자의 협업으로 완성되는 종합예술작품이라는 특성상, 원활한 유통을 위해 영상제작자가 이용에 필요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가 적용된다. 해당 특례는 1987년에 도입됐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의 계약 과정에서 제작비와 일정 금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대신 영상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양도하는 이른바 '매절 계약'이 관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창작자가 작품 흥행에 따른 추가 보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2023년 제작사 측 반발로 무산됐던 저작권법 개정법률안을 재추진한다. 지난 3년간 현장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보완하고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이번 개정안에는 제작사 측이 앞서 제기한 '이중 보상' 우려를 반영해 플랫폼이 보상한 만큼 제작자의 보상 의무를 면제하는 조정 장치를 담을 계획이다. 또, 재송신과 OTT뿐 아니라 이용자 업로드 기반 플랫폼까지 보상 대상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보완을 검토했다.
임오경 의원은 "창작자가 정당한 몫을 받아 다음 작품에 재투자하고, 좋은 인력이 유지된 채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창작 구조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며 "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유럽과 남미는 법적 보상체계를 두고 있지만, 세계적인 변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우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끝내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실효적 장치를 갖춘 통합안으로 입법의 매듭을 먼저 짓고 그 토대 위에서 구체적인 조율을 이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3년 전 제작사·플랫폼 측 반대한 이유는? "이중 보상"
창작자 측에서도 해외 주요국에서 이미 영상저작물에 대한 보상 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측은 "유럽연합은 2019년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지침을 통해 저작자·실연자에게 적정한 비례보상을 보장하도록 명문화했다"며 "미국의 경우 배우들은 이미 1960년대부터 '재상영분배금(Residuals)'을 계약으로 보장받아 왔고 2019년부터는 그 적용 범위를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2020년부터는 뉴미디어 전반으로 넓혀왔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실 제공제작사 측은 3년 전 저작권법 개정법률안을 두고 유통 불확실성과 투자 위축, 사전 제작비 부담 확대 등을 근거로 반발한 바 있다.
(사)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배대식 사무총장은 "당시 법안은 최종 편성권자인 플랫폼에 보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었다"며 "제작사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플랫폼이 보상 금액을 온전히 책임지지 않고 제작사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배 사무총장은 "과거 지상파와 제작사 간의 해외 판매 수익은 5대 5로 분배했지만, 제작비를 100% 준 게 아니라 60~70%만 지급해 제작사는 분배되는 수익이나 PPL(간접광고)로 충당해야 했다"며 "그나마 CJ가 제작비 100%를 줬고, 넷플릭스 등은 제작비에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해 주고 있지만 지금은 그 수익도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이 원하는 톱배우들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들어가면서 출연료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제작비가 상승하다 보니 제작 환경은 더 어려워졌다. 제작사들도 된다는 것만 한다. 이렇게 되면 업계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측도 "오랫동안 한국 영화산업의 보상시스템으로 자리잡은 수익대비 보상(인센티브 보상)과 별도로 이용대비 보상(저작권 보상)을 추가할 경우 이중 보상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용대비 보상은 영화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사용에 대비해서 보상해야 한다"며 "지금 같은 영화산업 불황기에 산업시스템 변경을 강행할 경우 위축된 투자심리를 더 악화시켜 자칫 영화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제작사뿐 아니라 플랫폼 측에서도 반발했다. 미디어플랫폼저작권대책연대(미디어플랫폼연대) 관계자는 "유료 VOD 서비스의 경우 영화가 판매될 때마다 해당 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투자·배급사에게 지급하고 있다"며 "투자·배급사는 영화 제작사하고 계약된 근거에 의해서 수익금을 배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감독과 작가들이 영화 제작사와 어떤 계약이 돼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당시 개정안에는) 전체적인 유통 구조 흐름과 상관없이 플랫폼인 저희가 별도로 창작자들에게 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리스크가 컸다"고 말했다.
"창작자 보상 제도, 해외 창작자에게 돈 더 줄 수도"
영상 관련 창작자는 방송·영화 영상제작자와 계약을 맺는다. 방송 영상제작사는 방송사와, 영화 영상제작사는 투자·배급사와 각각 계약을 체결하고 플랫폼은 주로 방송사, 투자·배급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연합뉴스국내 창작자를 위한 보상 제도를 새롭게 도입할 경우 1996년 한국이 가입한 '베른협약'에 따라 해외 창작자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보상을 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있다.
현재 180여 나라가 가입한 베른협약은 문학·예술 저작물의 보호를 위한 국제조약으로, 회원국이 자국민에게 부여하는 저작권 보호를 다른 회원국 국민에게도 동등하게 적용하는 '내국민대우' 원칙을 두고 있다. 해외에서 국내 창작자의 영상저작물이 이용되면서 발생하는 보상금 또한 국제적 저작권 보호 체계와 연관돼 있다는 설명이다.
미디어플랫폼 연대 관계자는 "추가 보상 제도가 국내에 생기면 우리가 해외 창작자들한테 돈을 더 줘야 될 수도 있다"며 "국내에 외화 시장이 큰 만큼 국내에 재투자되고 있는 돈의 상당액이 해외로 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PGK 측은 "한국 OTT 업체 등 국내 플랫폼들은 자체 콘텐츠 제작을 하기에도 어려운 열악한 시장 상황에서 해외 제작 콘텐츠에 대한 창작자 보상을 해야 하는 부담을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장 법제화를 추진하기보다 시장 상황과 업계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제작사를 운영하는 한 현직 감독은 "감독도 다음 작품이 안 되거나 했을 때 큰 타격을 받고 다음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어려워지지만 제작사도 제작 기회를 잃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개발 비용을 자기가 다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측면에 있어서 큰 리스크"라며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회당 10억 드라마 1억…OTT 시리즈 만든다고 제작사 수백 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 지사(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 5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2%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최고 수치로 영업이익도 200억 원을 첫 돌파했다.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
이 같은 논쟁의 배경에는 글로벌 OTT 플랫폼의 성장으로 급격하게 변화한 국내 콘텐츠 산업의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콘텐츠 시장 규모가 확대됐지만, 동시에 제작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제작 환경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배대식 사무총장은 "제작사들도 리스크를 안고 2, 3년 전 선제작을 많이 했지만 미편성 드라마가 30여 편이었다"며 "작년에 그 작품들이 헐값에 방송사와 OTT에 팔렸다. 회당 10억 원짜리 드라마가 1억 원만 받기도 했다. 이러니 국내 방송사에 돈을 받지 않더라도 편성만 해 달라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영화제작사들이 OTT 시리즈를 한다고 엄청나게 넘어왔다"며 "협회 회원사가 53개사지만, 드라마 제작하겠다고 등록한 제작사는 지금은 수백 개가 됐다"고 짚었다.
한 제작 업계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이 성공했지만 IP로만 봤을 때 미국 작품"이라며 "국내 제작사가 성공한 건 아니고 국내 산업도 성장보다는 이후 더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이런 구조로 가다가 결국은 글로벌 OTT에 종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OTT 韓 콘텐츠 강조…'매절 계약'? 서로 요구 맞은 것"
또 다른 OTT 플랫폼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이용자가 특정 OTT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중요해졌다"며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와 IP는 신규 이용자를 유입시키고 기존 이용자를 유지하는 핵심 경쟁력이다. 장기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반면, 글로벌 OTT 플랫폼의 성장이 국내 콘텐츠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OTT 플랫폼 관계자는 "OTT가 생기기 전에는 방송사 편성과 라이선싱을 중심으로 유통이 이뤄졌다"며 "이후 점차 제작비는 올라가면서 수익 보장은 되지 않는 고위험군 시장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오징어 게임'이 주목받으면서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업계의) 기조가 생겼다"며 "10년 전만 해도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논란이 됐지만, 글로벌 OTT가 들어오면서 한국적인 콘텐츠를 강조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상 관련해서는 리스크를 감수하기 위해 시즌제를 만들면서 창작자들에게 보상이 되는 부분들도 있다"며 "글로벌 OTT가 끊임없이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투자를 잘하는 곳은 더 투자를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 줘야 국내에 돈이 계속 돌 것"이라고 말했다.
꾸준히 지적되는 '매절 계약' 관행에 대해서는 "계약 방식이 너무나 다양하다. OTT플랫폼이 제작사와 협의도 하고 기획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며 "창작자와 계약도 강제로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계약이라는 게 서로 간의 니즈가 맞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불였다.
※다음 기획물에서는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과 업계의 미래 방향을 짚어봅니다.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