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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석유길 꽉 막혔다"…커지는 '12월 위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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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홍해 이어 사우디 송유관까지 막혀
기존 계약 물량으로 11월까지 버틸 수 있지만
9월 계약분부터 부담 커질 듯…12월 원유 조달에 차질 가능성
대체 원유 찾아도 배·보험료 급등…정유사 조달 비용 눈덩이
전세계 재고 5억700만 배럴 소진…전쟁 길어질수록 석유시장 완충력 약화


연합뉴스연합뉴스
중동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가 동시에 막힌 데 더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육상 우회 송유관까지 멈춰 서면서 정유업계에서는 '12월 위기설'이 고개 들고 있다.

당장은 기존 계약 물량과 재고로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달부터 계약하는 원유의 조달 비용 증가와 수급 부담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막혔는데 홍해까지…사우디 우회로도 차질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중동 원유를 들여오는 주요 수송로들이 전쟁으로 막힌 상태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은 3월부터 마비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쟁 전 하루 약 2천만 배럴에 달했던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석유제품 수송량은 전쟁 이후 급격히 줄어 현재는 거의 중단된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이 이처럼 사실상 폐쇄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호르무즈가 막히자 사우디는 동부 유전지대의 원유를 내륙을 가로질러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는 동서 파이프라인을 대체 수송로로 활용해 왔다. 길이 약 1200㎞인 이 송유관은 최대 하루 7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다. 아람코는 지난 3월 10일 이 가운데 약 500만 배럴을 수출용으로 활용할 수 있고, 나머지는 국내 정유시설 공급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쟁 기간 동안 동서 파이프라인은 세계 시장의 '비상 우회로' 역할을 해 왔다.

문제는 이 송유관마저 최근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미국과 사우디 정부는 공격 배후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내 무장세력을 지목하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리야드와 메디나 지역의 송유관과 펌프 시설 등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해 상황도 악화일로다.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 테러 단체 후티는 지난 10일 홍해 연안의 모카항을 장악한 데 이어 11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페림섬까지 장악했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해상 관문으로, 이곳이 막히면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장거리 우회 항로를 택해야 한다.

결국 사우디의 원유 수송망은 동쪽의 호르무즈 해협, 서쪽의 홍해, 그리고 두 해상로를 우회하기 위해 활용해 온 육상 송유관까지 동시에 막힌 상황이 됐다.

당장 기름 부족 아니지만…대체 원유 확보 힘들어질 수도

정유업계에서는 당장 전쟁 직후 위기가 되풀이 되지는 않겠지만,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도 봉쇄가 뚫리지 않으면 12월부터 충격파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는 통상 2~3개월 시차를 두고 계약한다. 국내 정유사들이 지난 7~8월 계약한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는 10~11월까지 입고될 예정이라서 단기적으로는 수급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 설명이다.

문제는 9월에 계약하게 될 물량이다. 수송로 차단이 단기간에 풀리지 않으면 12월 이후 물량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달부터 대체 공급처와 수송로를 확보해야 한다.

중동산 원유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중동 국가로는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꼽힌다. 오만은 아라비아해에 직접 접해 있어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지 않고 UAE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푸자이라 항으로 원유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 물동량이 하루 평균 2천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만큼, 양국의 우회 수송망만으로는 해협 봉쇄 시 발생하는 공급 공백을 메우기에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원유 수입국들도 대체 공급처를 찾으면서 원유는 물론 원유를 운반하는 선박과 보험료 등이 덩달아 오르는 것도 문제다.

중동에서 중국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VLCC(초대형 원유 운반선)의 용선료는 최근 하루 76만달러 가까이 올랐다. 3월 호르무즈 위기 당시 고점보다 26% 높은 사상 최고치다.

호르무즈를 피해 대체 공급처로 거론되는 오만에서 중국으로 가는 VLCC 운임도 하루 35만8201달러까지 뛰었다. 한 달 전보다 144% 상승한 수준이다. 대체 원유를 확보더라도 이를 한국까지 실어 나르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박에 부과되는 전쟁위험보험료 역시 화물가액의 최대 10% 수준까지 상승했고, 화물보험료도 최대 5~6%까지 오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UAE 국영석유회사 에미리츠내셔널오일컴퍼니(ENOC) 관계자를 인용해 호르무즈 통과에 따른 전체 운송 관련 비용이 한 차례에 1000만~2000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겨울 다가오는데…관건은 얼마나 빨리 뚫리느냐

겨울철 난방유 수요가 커지면 정제 제품 공급이 더 빠듯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정유업계의 시름을 깊게 한다.

IEA에 따르면 올해 8월 걸프 국가들의 경유·가스오일 순수출은 하루 평균 39만 배럴로 전쟁 전의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러시아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이 이어지면서 정제제품 생산과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 중동과 러시아에서 동시에 정제제품 공급이 줄면서 경유 등 중간유분 시장의 병목이 원유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 정유시설을 둘러싼 공격과 생산 차질도 이어지고 있다. IEA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정제 시스템의 차질이 중동발 공급 충격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을 진정시킬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유가·휘발유 가격에 대해 "돌처럼 떨어질 것(drop like a rock)"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세계 석유시장의 완충 장치는 빠르게 줄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각국이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고, 사우디 등 산유국이 기존 수송로를 우회해 원유를 내보내며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우회 수송에 필요한 선박과 항로가 부족해졌고,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마저 공격받으면서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크게 줄었다.

재고 역시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IEA에 따르면 세계 관측 석유 재고는 2월 전쟁 발발 이후 8월까지 누적 5억700만 배럴 감소했고, 8월 한 달에만 9500만 배럴 줄었다. IEA는 공급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올해 세계 석유 공급이 지난해보다 하루 57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업계 전문가는 "타격 받은 곳들도 다 재건이 안 되어 있어서 전쟁 초보다 더 악화된 상황이다. 전쟁 확전 양상이 빨리 진정돼야 한다"며 "두 개의 주요 수송로가 다 막혀 있어서 시장 심리에 먼저 반영이 됐고, 그에 따른 도입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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