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국내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이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켜 지역 간 노동시장 격차를 확대하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은 정민수 지역경제조사팀장은 15일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AI와 지역 노동시장: 지역 간 격차 확대 위험과 새로운 기회'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AI를 '생성형', '에이전틱', '피지컬'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국내 최초로 직업별·지역별 AI 노출도를 산출했다.
직업별로 보면 생성형 AI는 사무직, 판매직, 전문가 직군에서, 에이전틱 AI는 관리직에서, 피지컬 AI는 장치·기계조작, 단순 노무 등에서 노출도가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 모두 서울, 세종, 경기 등의 순으로 노출도가 높았다. 수도권에 지식서비스업이 집중되고 전문직, 관리직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피지컬 AI 노출도는 장치·기계 조작, 단순노무, 서비스직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한 경북, 전남, 충북, 울산 등 비수도권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행 제공
또 최근 AI 고노출 직업의 취업자수(15~59세) 증가를 수도권이 주도하는 AI와 고용 변화 간의 상관 관계도 나타났다.
2023년 이후 3년간 생성형 AI 고(高)노출 일자리는 24만 7천 명 증가했는데, 그 중 수도권이 80.8%(19만 9천 명)을 차지했다. 에이전틱 AI 고노출 직업에서도 지난해 증가한 일자리(10만 5천 명) 중 88.3%(9.3만명)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는 AI 활용도와 IT 인적자본의 지역간 격차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반면, 육체노동 위주인 피지컬 AI 고노출 직업의 취업자 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장기간 감소세를 보였다.
한은은 AI 확산 이후 전문성, 경험, 연륜, 사회적 역량 등의 수요가 증가했지만 이를 충족할 인력 공급은 충분치 않아 수도권 중심으로 전문인력 부족에 따른 임금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대의 경우에는 생성형 AI나 에이전틱 AI 고노출 직업의 취업자 수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모두 감소했고, 지역 간 차이도 뚜렷하지 않았다. 대학교육이 여전히 전통적인 지식과 정보 축적에 초점을 두고 있어, 대학 졸업 직후 청년층이 전문성, 경험 등 역량을 갖추는 것은 지역과 무관하게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국은행 제공한은은 AI 확산의 위험 요인으로 수도권 쏠림에 따른 지역별 노동시장 격차 확대를 들었다.
AI 투자가 수도권에 몰리면 이미 수도권으로 집중된 지식서비스나 반도체 제조업의 집적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또 피지컬 AI 발전이 가속화할 경우 피지컬 AI 노출도가 높은 비수도권의 제조, 운수, 숙박음식 등에서 고용 감소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기회 요인으로는 먼저 AI와 인간 간의 협업 모델과 피지컬 AI가 발전해 인재와 연구·개발(R&D)의 수도권 집적을 완화할 가능성을 꼽았다.
또 AI가 인적 자본이 부족한 비수도권 생산성을 개선하고 공급 제약을 완화해 지역 내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으며, 비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 청년 유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거론했다.
한은은 이를 위해 "지역 서비스업의 전문화와 혁신성장을 위한 지원, 지역 제조업과 지식서비스 간 융합과 스타트업 육성 지원, 지역 거점대학의 지역 AI 허브화를 위한 투자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한편,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심포지엄 개회사에서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와 조직, 제도 측면에서 '보완적 혁신(complementary innovation)'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19세기 말 최초의 산업용 발전기, '다이너모(Dynamo)' 도입 당시 겪었던 시행착오를 언급하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새로운 역량을 갖추고, 기업의 업무방식이 바뀌며, AI 인프라가 지역의 산업과 시장에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AI가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인지는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보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역경제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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