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모습. 김혜민 기자 칸·베를린과 어깨를 나란히 한 부산영화제가 세계 정상급 영화제로 공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영화제를 대표할 간판작 발굴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3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새 인증체계에서 세계 최고 등급인 A-리스트에 오른 데 이어 5월에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까지 얻으면서 세계 정상급 영화제 반열에 섰다.
부산영화제가 같은 선상에 이름을 올린 영화제들의 면면을 보면 이 같은 평가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A-리스트에 포함된 17개 영화제 명단에 칸, 베를린, 베니스와 함께 이름을 올렸고, 아카데미 출품 자격을 얻은 6개 영화제는 선댄스, 토론토와 나란히 포함됐다.
31년 역사를 써오며 비로서 세계적인 영화제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영화제 측은 아직 주위의 평가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시장은 지난 1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산영화제가) 전 세계 영화제에서 공식적으로 평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어 "국제적 영향력이라는 관점에서 유럽 영화계가 보기에는 14대 영화제로, 미국 아카데미 관점에서는 전 세계 6개의 중용한 영화제에 들간다고 보는 것 같다"며 "부산영화제가 6대 영화제든, 17대 영화제로 발표되든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영화제의 무게추는 결국 영화…오락가락 개막작 선정 이제는 자리잡나?
영화제의 무게감은 관객과 프로그램, 역사 등등이 맞물릴 때 커진다. 무엇보다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올해도 315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난다. 그 중심에는 개막작이 있다.
다만,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동안 개막작 선정에 있어 명확한 기조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최근 몇 해 사이 해마다 다른 성격의 작품이 개막식을 열었다.
지난, 2023년 28회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저예산 독립영화였는데, 이듬해 8월 정식 개봉했을 때는 6만 1716명에 그쳤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선정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그러자 2024년 29회는 방향을 완전히 틀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전,란'을 개막작에 올렸다. OTT 영화가 개막작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고,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영화를 극장 중심 영화제의 얼굴로 세운 데 대한 논쟁도 뒤따랐다.
당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던 박도신 부집행위원장은 "역대 개막작 중 가장 대중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선택의 배경을 밝혔다.
지난해 영화제에서는 다시 궤도를 바꿨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어쩔수가없다'는 개봉 첫날부터 박찬욱 감독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더니, 손익분기점의 두 배가 넘는 294만명을 모으며 흥행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은 드문 사례로 남았다.
올해 31회는 다시 소품으로 시선을 돌렸다.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하나의 카페를 스쳐 간 네 쌍의 남녀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영화인데, 올해 영화제 개막식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된다.
정한석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개막작 선정 이유를 세 가지로 짚었다. "감독이 갖고 있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굉장히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들 각자가 갖고 있는 연기력", 그리고 "돈으로 묶을 수 없는 멀티캐스팅의 현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산영화제가 그동안 개막작에 대한 지나친 강박을 갖고 있었다"고 돌아보며, "개막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다 함께 재미있어할 만한 작품이면 좋다는 쪽으로 기준을 바꿔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2년 차 경쟁부문, 신뢰가 쌓이는 시간
개막작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상징할 작품은 경쟁 부문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신설된 경쟁부문은 올해로 2년 차에 접어들었고, 14편이 부산 어워드를 놓고 겨룬다. 정한석 위원장은 "출품작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됐고, 수작들의 층위가 두터워졌다"고 그 변화를 짚었다.
그는 지난해 경쟁부문에 뽑힌 일본 작품들을 예로 들며 "일본에서 저희 경쟁 부문에 선정되었던 작품들이 주요 시상을 다 휩쓸고 산업 내에서도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목도했다"고 말했다. 평가의 수준과 공정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국제영화제 무대인 영화의전당. 부산CBS여기에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까지 얻으면서, 그 신뢰에는 한층 실질적인 무게가 더해졌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국제 인증으로 다져진 위상을 실질적인 무게로 채우는 일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영화제를 상징할 작품이 앞으로 얼마나 꾸준히 나오느냐가 관건으로 남는 셈이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영화제로서, 어떻게 독창적인 영화제로 나아갈 수 있을 지가 지속적인 고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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