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재단장을 마치고 17일 재개관하는 부산시립미술관. 정혜린 기자2년간의 대규모 재단장을 마친 부산시립미술관이 경계를 허문 새 모습으로 관람객 맞이에 나선다.
미래와 역사, 부산과 전 세계를 아우르는 4개의 특별전과 함께 돌아온 미술관은 단순히 그림을 걸어두는 정적인 방을 넘어, 시민과 기술·자연이 교류하는 문화 공간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식 재개관을 하루 앞둔 16일 오후, 부산시립미술관 내부는 막바지 관람객 맞이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아직 관람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새하얀 로비 공간에는 큼직하게 난 창으로 햇빛이 쏟아졌고, 창 너머로는 새롭게 재단장한 야외 조각공원이 훤히 내다보였다.
주 전시장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창밖의 초록빛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안과 밖, 자연과 미술관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흐려져 있었다.
주 전시장으로 발길이 옮기면 3층까지 수직으로 탁 트인 공간에 대형 작품과 함께 진행 중인 전시가 한 눈에 들어왔다.
2년간 재단장을 마치고 17일 재개관하는 부산시립미술관. 정혜린 기자미술관은 이번 리노베이션의 핵심을 '경계의 해체성, '가변의 유동성', 문화의 다변성'으로 설명한다. 공간을 수평·수직으로 모두 허물어, 관람객이 어디서든 탁 트인 개방감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 여러 개의 전시실로 분절되어 있던 2~3층 주 전시장 구조도 넓은 한 공간으로 통합·개편돼 언제든 기능에 따라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유동적인 구조로 다시 짜였다.
1층으로 다시 내려와 만날 수 있는 문화폄집장 공간은 디자인과 공예, 공연, 서점이 어우러지며 누구나 편하게 머무는 열린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작품 관리를 위한 최첨단 항온·항습 시스템 구축과 수장고 확충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미술관 본연의 내실을 다지는 데도 공을 들였다.
2년간 재단장을 마치고 17일 재개관하는 부산시립미술관 특별전 <퓨처 뮤지올로지>. 정혜린 기자2년 만의 재개관을 기념해 동시에 막을 올린 특별전들의 면면도 다채롭다.
국제전 '퓨처 뮤지올로지'는 국내외 9개 미술관 협의체와 공동 기획한 전시로, AI와 생태, 기술의 시대를 맞이한 시점에서 미래 미술관의 역할과 기능을 탐구한다.
AI 에이전트의 지시를 받고 부산지역 예술가들이 실시간으로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업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AI가 시와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작품까지 기술과 결합한 실험적인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호주의 대표적인 영상 미술관 ACMI는 부산의 지역성을 고려해 이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영상 프로젝트 두 편으로 특별전에 참여했다.
2년간 재단장을 마치고 17일 재개관하는 부산시립미술관 특별전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바다 높은 물결 위에 있다: 1945-1953>. 정혜린 기자
미술관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해, AI 도슨트의 작품 해설을 듣고 가상 전시 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 '메타버스 부산시립미술관'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미술관을 그대로 옮긴 화면 속에서는 부산시 대표 캐릭터 '부기'가 작품 해설을 도왔다.
2층 전시실에서는 광복 이후 한국 사회와 미술의 흐름이 조명하는 전시,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바다 높은 물결 위에 있다:1945-1953'도 선보인다. 전시는 1945년 광복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후까지 사회 모습을 미술 작품과 기록 자료로 살펴보는 전시다. 당시 예술가들의 시선과 동시대 작가들의 해석을 통해 한국 사회의 형성 과정을 조명한다.
2년간 재단장을 마치고 17일 재개관하는 부산시립미술관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바다 높은 물결 위에 있다: 1945-1953>. 정혜린 기자전시에는 당대 미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을 남긴 이쾌대와 이여성 등 월북 화가의 작업도 포함됐다.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는 부산의 감성적이고 포용적인 면을 담고 있다. 작업마다 개개인의 삶과 인간 사이 관계성이 더 먼저 다가올 수 있다. 당시 사회와 사건·사고, 서사도 중요하지만 미학적 형상과 조형적인 부분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 더 재미있는 관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전시에서는 해방기 부산에서 열린 미술전람회 자료를 통해 부산 1세대 화가들의 활동상을 살펴볼 수 있다. 별도 섹션으로 마련된 양달석과 김종식 등 당대 부산에서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당시 부산의 풍경과 상황도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이 밖에도 미술관의 30년 역사를 돌아보는 아카이빙 전시 '이 모든 어제의 미술관에게'와 어린이 갤러리 전시 '안전기지'도 열려 관람의 폭을 넓혔다.
2년간 재단장을 마치고 17일 재개관하는 부산시립미술관 특별전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바다 높은 물결 위에 있다: 1945-1953>. 정혜린 기자부산시립미술관은 17일 오전 10시부터 시설과 재개관 특별전을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한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재개관을 계기로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시민과 사회, 기술과 자연이 연결되고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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