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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속도조절론' 떴지만…반도체 업계 타격 조짐은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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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CEO가 띄운 AI 개발 속도조절론
AI 대부들 공감에…미중 신경전까지 '활활'
반도체 타격 받나…시장 심리는 '얼음'이지만
업계에선 "속도조절 가능한가" 물음표
"반도체 이상 신호도 현재 없어" 진단도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연합뉴스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연합뉴스
미국 AI(인공지능) 선두주자들이 쏘아 올린 'AI 개발 속도조절론'이 크게 부각되면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시장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AI 기술 고도화 속도가 늦춰지면 반도체 수요도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투자 심리 위축으로 연결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속도조절론에 불을 지핀 건 AI 모델 클로드 개발사인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다. 아모데이 CEO는 12일(현지시간) '우리는 프런티어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AI 시스템의 통제력 상실', '사이버 공격과 생물 테러 등에 AI 악용' 등 가능성을 언급하며 "너무 빠르게 (AI)를 개발하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위험 예방 조치가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AI 모델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업계의 동참을 촉구했다. 아모데이 CEO의 우려 표명은 앤트로픽의 연구원이었던 제이콥 콕슨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I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이 기술이 10년 안에 우리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내용의 경고성 글을 남기고 퇴사한 직후에 이뤄진 터라 주목도가 더욱 높았다.
 
이에 더해 샘 올트먼 오픈AI CEO, xAI 창립자인 일론 머스크, 알파벳 산하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립자 데미스 허사비스 등 'AI 대부'들이 아모데이 CEO의 글에 잇따라 공감을 표하면서 그 파급력이 커졌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까지 공격적으로 반응하면서 국가 간 신경전으로까지 비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논의를 반길 국가는 중국이라고 지목한 뒤 "AI에서 이기는 자가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 모든 다른 나라들을 앞서고 있으며, 계속 그럴 것"이라며 속도조절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에서도 외교부가 나서 "(서방 기업인들의 우려는) AI 글로벌 거버넌스의 진전을 방해할 뿐"이라고 반발했다. 아모데이 CEO의 글에는 중국의 AI 발전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미국 등과의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AI 칩을 비롯한 반도체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는데, 이에 대해 날선 반응을 내놓은 모양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AI 개발 속도와 투자를 조절하면, 당장 AI 핵심 부품인 반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과 맞물려 반도체 업종의 글로벌 투자 심리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미국 시장에서도 최근 기술주들의 주가가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고, 한국에서는 '메모리 투톱'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논의가 반도체 투자 위축으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많다.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인 유재희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16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번에 불거진 속도조절론의 배경에는 AI 후발주자들에 대한 진입 장벽 구축과 설비 투자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중국을 포함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AI의 위험'을 명분으로 한 속도조절 신사협정이 설령 이뤄진다고 해도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이 AI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경쟁 중인 가운데 이탈 없이 일제히 개발 속도조절을 하기는 어려우며, 그 조절 조치가 AI 기술 고도화라는 대세를 꺾기는 어려워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신중론이다.
 
신승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16일 보고서에서 "아모데이 CEO 발언 이후 그에 따른 AI 데이터센터 계약 취소, 설비 투자 가이던스 하향 조정 조치 등은 없었다"며 "속도조절을 중국 공조 없이 서구권만 추진한다면 실효성도 제한된다. (따라서 속도조절론은) 규제 확립을 통한 후발 주자 차단 의도로 풀이할 수 있어 그 동기가 전략적 포석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 역시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최근 반도체 시장은 실적보다 AI 기술 개발 속도가 당초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집중돼 있다"며 "(그러나) 빅테크의 최대 우려는 내년 메모리 공급 부족 심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9월 현재 주요 기업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과 고성능 디램 중심의 메모리 주문에서 감소 조짐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가 10일치 미만으로 역사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에서, 내년 공급 여력은 더욱 타이트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주요 빅테크 기업들에서는 내년 공급 부족 심화를 감안해 선제적 물량 확보 움직임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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