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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임명한 워시, 첫 금리 조정은 '인하' 아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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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FOMC, 연 3.75~4.00%로 0.25%p 기준금리 인상
올해 안에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시사
워시, '트럼프에 메시지' 질문엔 "할 말 없다"
"연준 독립성 일부는 우리 차선을 지키는 것" 거리두기
"무역적자국과 교역 중단" 트럼프 위협은 일단 '무용'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 하는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뉴스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 하는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통화 긴축 조치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너무 높고 너무 오래 지속됐다"며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는데, 워시를 임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금리인하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점에서 향후 통화정책을 두고 충돌 여부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무역적자국들과의 교역을 중단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물가지표…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 기정사실화

이날 연준은 워싱턴 DC에서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통화 긴축 조치인데, 표결권이 있는 FOMC 위원(연준 이사 및 지역연방준비은행 총재) 12명 전원이 금리 인상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직전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한 위원은 단 3명뿐이었다.

단 한 차례 회의 만에 FOMC 위원 전체가 인상 쪽으로 돌아선 셈이다.

앞서 시장은 최근의 물가상승세 등을 감안해 이날 FOMC 회의 전부터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했다.

지난 11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2.4% 상승했는데, 시장은 물가 상승 압력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7개월째 접어든 이란전쟁이 좀처럼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가 봉쇄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점도 물가 상승 심리를 더욱 촉발시켰다. 

금리선물 시장이 반영한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일주일만에 60% 수준에서 90%대로 치솟기도 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에 참석해 "우리의 책무 중 하나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볼 때 관련 지표들은 우려스럽다"며 진작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양대 책무'(dual mandate)로 설정하고 통화정책을 펴는 연준이 현재의 미국 경제 상황을 '장기화된 인플레이션'이라고 우려하면서 물가 안정 필요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올해 안에 강력한 추가 금리인상 신호…문제는 시점

이날 연준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주목된다. 

연준은 경제지표 전망 자료에서 FOMC 위원 19명 중 18명의 연말 금리 예상치 중간값 평균을 4.1%로 집계했다. 지난 6월보다 0.3%p 높은 수준이다.

이는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를 0.25%p 추가 인상할 여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불필요한 시장 예측를 피하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해당 점도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연준은 지난 2024년 9월, 11월, 12월 그리고 지난해 9월, 10월, 12월 각각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내렸다.

올해 들어선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뒤 이번엔 금리인상을 택했다.

연준이 이날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위원회의 목표치인 2%로 보다 적시에 복귀하도록 뒷받침할 것"이라는 문구를 새롭게 추가한 점도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제 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거나 "국내 소비가 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생산성 증가세가 강하고 자본투자도 활발하다"는 평가 역시 새롭게 담겼다.

연준이 통화정책의 무게추를 경기 둔화에 대한 부담보다 시급한 물가 안정쪽으로 옮긴 셈이다.

특히 다음 번 FOMC가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연준이 곧바로 연속 인상에 나설지 아니면 한 차례 금리를 동결한 뒤 12월 추가 인상에 나설지도 관전포인트다.

"무역적자국과 교역 중단" 트럼프 위협도 안 통했다

이날 연준의 금리인상 만장일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상대로 노골적인 금리 인하 요구를 한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워시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추천으로 올해 5월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인 제롬 파월 의장이 자신의 관세정책을 비판하고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자 "항상 늦고 틀리는 사람"(Always Too late and wrong)이라거나 '멍청이'(Numbskull), '최악의 패배자'(Major loser) 등의 표현을 동원해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파월 당시 의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절대로 연준 의장이 될 수 없다"며 통화정책 독립 기관인 연준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겠다는 의도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워시 의장의 취임 때부터 통화정책 기관의 독립성에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강하게 일었다.

하지만 워시 의장은 지난 달 잭슨홀 회의에 이어 이날도 "인플레이션 너무 높고 너무 오래 지속됐다"며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이날 FOMC 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의 논의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가장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물가안정으로부터 가장 얻을 것이 많은 사람들이다. 오늘 결정은 물가 안정을 보장하라고 의회가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특정 국가들과 무역을 끊겠다'고 위협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워시 의장은 "할 말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거듭된 질문에 그는 "연준 독립성의 일부는 우리 차선(본연의 임무)을 지키는 것(we stay in our lane)에 있다"이라고 답했다.

워시 두둔했던 트럼프, 이번엔 어떻게 반응할까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속에 워시 의장을 필두로 한 연준이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대응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준의 금리 결정 이후 "미국의 금리는 1% 이하여야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7월 말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고 동결했을 때만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워시는 환상적이다. 뛰어나고 똑똑한 사람"이라며 두둔했다.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워시 의장에게 실망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그가 금리 인하를 원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정치적 이사회가 있고 그들은 금리를 높게 유지하려 한다"며 다른 연준 이사들을 탓했다.
 
하지만 워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장기화된 인플레이션 우려를 강조하고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대단한 고용지표가 방금 발표됐다"며 미국의 신용이 강해졌으니 기준금리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우리가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와 함께 "대단한 신임 지도자가 있는 연준 이사회는 현명해져야 한다"거나 "변화를 위해 애국자가 돼라. 높은 금리는 미국을 아주 불공정한 불이익에 노출시키고 나는 이런 일이 발생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이날 열릴 FOMC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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