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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4명씩 생명 잃는 강원…자살은 '사회적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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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강원도의 자살률은 오랫동안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2024년 한 해 강원에서 자살로 숨진 사람은 521명. 이를 365일로 나누면 하루 평균 1.4명꼴이다. 매일 한 명 이상이 자살로 생명을 잃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살은 여전히 개인의 선택이나 정신건강 문제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강원CBS는 [특집-괜찮니? 강원이 먼저 묻겠습니다] 보도를 통해 강원특별자치도의 '2026년 자살예방시행계획'과 강원연구원 정책자료를 토대로 강원의 자살 실태와 대책, 그리고 자살을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와 지역사회의 역할을 짚어본다.

[괜찮니? 강원이 먼저 묻겠습니다①]
2024년 521명 사망, 5년째 500명 안팎…남성·중장년·고령층 위험 뚜렷
강원도 2027년까지 30% 감축 목표…행정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생명안전망 돼야

▶ 글 싣는 순서
①하루 1.4명씩 생명 잃는 강원…자살은 '사회적 재난'
(계속)

매일 1명 넘게 숨진다…이어지는 '지역의 위기'

강원도 시군별 자살 사망자 현황. 강원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홈페이지 캡처 강원도 시군별 자살 사망자 현황. 강원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홈페이지 캡처 
강원특별자치도의 '2026년 자살예방시행계획'에 수록된 국가데이터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4년 강원지역 자살 사망자는 521명이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34.3명으로 전국 평균 29.1명보다 5.2명 높았다. 521명을 하루 단위로 환산하면 약 1.4명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일시적 현상도 아니다. 강원지역 자살 사망자는 2020년 508명, 2021년 501명, 2022년 507명, 2023년 530명, 2024년 521명으로 5년 연속 500명 안팎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2024년 홍천군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59.9명으로 가장 높았고 정선군 56.3명, 태백시 55.0명, 영월군 51.5명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절대 사망자 수는 원주시 121명, 춘천시 89명, 강릉시 54명으로 세 도시에서만 264명이 숨졌다. 도시에서는 사망자 수가 많고, 일부 군 지역에서는 인구 대비 자살률이 높은 이중적 구조다.

성별 격차도 뚜렷하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강원지역 남성 자살 사망자는 399명으로 전체의 76.6%를 차지했다. 남성 자살률은 52.3명으로 여성 16.2명의 세 배가 넘는다. 연령별로는 50대 사망자가 111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와 50대 자살률은 각각 42.7명이었다.  

강원의 인구구조도 위험을 키운다. 도 시행계획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6.7%, 2024년 1인 가구는 전체 인구의 18.3%에 달한다. 고령화와 독거, 인구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에서 자살 문제를 의료서비스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자살의 배경도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국가자살동향시스템 자료를 인용한 도 시행계획을 보면 2024년 자살 추정 동기 가운데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32.6%로 가장 많았지만 경제생활 문제도 27.3%를 차지했다. 경제생활 문제 비중은 2020년 18.5%에서 크게 높아졌다.

김미정 춘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현장에서 만나는 위기는 마음의 병 하나만으로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실직과 빚, 몸의 병, 돌봄 부담, 그리고 관계의 단절이 함께 겹쳐서 온다"고 말했다.

강원연구원은 2023년 '강원도의 높은 자살률은 강원도 재난이다' 보고서에서 자살을 개인의 부족함이나 선택으로만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령화와 지역소멸 등 지역의 사회적 취약성과 개인의 경제·사회적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71명을 향한 숫자 너머,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강원

강원도 연령별 자살 사망자 수 추이. 강원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홈페이지 캡처 강원도 연령별 자살 사망자 수 추이. 강원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홈페이지 캡처 
강원도는 '2026년 자살예방시행계획'을 통해 생명안전망 구축, 자살위험요인 감소, 사후관리 강화, 대상자 맞춤형 자살예방, 추진기반 강화 등 5개 전략을 추진한다. 목표는 2023년 530명이던 자살 사망자를 2027년 371명까지 30% 줄이고 자살률도 34.7명에서 24.3명으로 낮추는 것이다. 2026년 중간 목표는 사망자 410명, 자살률 26.9명이다.  

하지만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크다. 도가 제시한 감축 경로에서는 2024년 자살 사망자가 490명까지 줄어야 했지만 실제는 521명이었다. 2026년 목표인 410명을 달성하려면 2024년보다 111명, 20% 이상을 줄여야 한다.

도는 2025년 지역안전지수 개선회의에서 50~60대 남성을 주요 자살고위험군으로 지목하고 맞춤형 프로그램 필요성을 제시했다. 고위험 음주율과 자살 위험의 상관관계를 고려한 예방·교육도 과제로 언급했다.

치료와 사후관리도 강화한다. 응급의료기관에 내원한 자살시도자에게 응급실과 입원·외래 치료비를 1인당 연간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로 연계한다. 만 15~34세 청년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과 자살유족에 대한 임시주거비·학자금·법률지원도 추진한다. 2026년 전체 자살예방 관련 예산은 약 87억 원이다.  

지난 8월 27일 강원특별자치도자살예방센터는 도내 자살예방 인력을 대상으로 종사자들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 향상을 위해 자살예방 전문가 교육을 실시했다. 강원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제공 지난 8월 27일 강원특별자치도자살예방센터는 도내 자살예방 인력을 대상으로 종사자들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 향상을 위해 자살예방 전문가 교육을 실시했다. 강원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제공 

자살을 '사회적 재난'으로…지역사회가 먼저 발견해야

정책의 성패는 결국 주민들이 살아가는 생활공간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강원도는 올해 16개 시군 64개 마을에서 '생명존중안심마을'을 운영한다. 보건의료·교육·복지·지역사회·공공기관이 함께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전문기관 연계, 예방교육, 맞춤형 서비스, 위험수단 차단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도 예방망의 한 축이다. 강원도는 이·통장과 부녀회장, 반장, 보건진료전담공무원, 봉사단체 등을 '생명지킴이'로 양성하고 있다. 강릉과 속초, 평창, 정선, 철원, 양구에서는 동네의원이 위험 신호를 발견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결하는 '마음이음' 사업도 추진한다.

강원연구원도 자살예방이 상담 중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소득과 주거 등 사회정책과 연계하고 민·관·산이 함께 예방 활동에 나서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위기에 처한 사람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병원과 복지기관, 학교와 직장, 종교기관과 마을 공동체가 평소와 다른 위험 신호를 먼저 알아채고 전문기관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강조되고 있다.

매일 평균 1.4명의 생명이 사라지는 현실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고립된 한 사람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치료와 복지로 연결해 일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강원의 높은 자살률을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지역사회 전체가 생명을 지키는 안전망이 되는 것, 그것이 자살예방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윤정 춘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팀장은 "요즘 좀 힘들어 보여서 걱정됐어라는 말처럼 내가 관찰한 변화와 걱정을 중심으로 말을 걸고 '많이 힘들었겠다' '그동안 혼자 견디느라 힘들었겠다'처럼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누구나 그 정도는 힘들어' '의지가 약해서' 같은 비판이나 '곧 좋아질 거야' 같은 말은 지양해야 한다. 혼자 두지 않고, 적절한 도움으로 연결하겠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주변, 이웃, 지역사회의 관점과 행동의 변화를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제작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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