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현행 20석에서 15석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자 조국혁신당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진보 진영 내 연대를 구상하는 민주당과 '독자 교섭단체'를 꾸리려는 혁신당 사이의 이견이 노출되면서, 양당의 합당 및 연대 논의는 시작조차 못한 채 표류하는 모양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혁신당이 김 대표의 '15석'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적 교섭단체 구성을 원천 차단하기 때문이다. 의석 수 12석인 혁신당은 진보당이나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다른 소수 정당 및 무소속 의원들과 손을 잡아야 15석을 채울 수 있다.
이에 혁신당은 '10석 하향'이 단순한 정치적 셈법이 아니라, 거대 양당 중심의 국회 운영을 타파하기 위한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정춘생 혁신당 사무총장은 "현행 20석은 유신 시절 독재 연장을 위해 만든 조항인 만큼, 10석으로 낮추는 것이 역사적 정상화"라며 "과거 소수 정당이 모여 교섭단체를 만들었던 전례가 있지만, 추구하는 입법 방향이 달라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 오래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소통 방식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국회법 개정 결정권은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에 있다. 왜 15석인지를 밝히고 설득해야 하는데, 앞뒤 설명도 없이 불쑥 꺼냈다"며 "정치 개혁을 주요 의제로 삼는 우리 당 입장에서는 선물을 주는데 포장지도 없이 '옛다 가져라' 하는 식이라 참 기가 찰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15석 수치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반론이 이어졌다. 지난해 3월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유신 이전 교섭단체 요건이 10석이었던 것은 맞지만, 당시 국회 총원(204석)의 약 5% 수준이었다"며 "현재 총원(300석)의 5%인 15석으로 정하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며, 당장 10석이나 12석으로 하자는 주장은 혁신당의 현 상황만을 고려한 '위인설법(爲人設法)'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정 사무총장은 "진정 통합과 연대를 원한다면 비공개로 만나 조율을 거쳐야지,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다"며 "진보의 맏형이라면서 기득권은 하나도 내려놓지 않고 힘자랑하는 꼴"이라고 직격했다. 한 민주당 중진은 "서로 존중해야 진정성이 보일까 말까 할텐데 우리 이야기만 쭉 하는 느낌"이라며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너무 매몰차게 하는 것 같이 보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갈등은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합당 논의와 맞물려 있다. 정치권에서는 혁신당이 독자 교섭단체(10석)를 고집하는 것을 민주당에 흡수 합당될 의사가 없다는 방증으로 해석한다. 반면 김 대표의 15석 제안은 혁신당과의 합당보다는 범야권 '연대'에 초점을 맞춘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혁신당과의 합당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겉으로는 대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리적 차원에서 당장 득 될 것이 없다는 시각이다. 다른 민주당 중진 의원은 "혁신당이 청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굳이 합당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혁신당은 지역구 선거보다 분야별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로서의 역할을 국회에서 해주길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가 "합당 논의보다 이중 당적 문제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 것도 갈등에 불을 당겼다. 이에 대해 혁신당은 "어떠한 사전 접촉도 없이 계속 합당을 말하는 것은 관계 및 신뢰 회복에 있어 부적절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틀에 걸쳐 민주당이 화두를 던지고 혁신당이 반발하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여권 안팎에서는 양당의 연대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언론을 통한 기싸움부터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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