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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AI에 브레이크 걸자는데…추격자 한국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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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속도조절론, 한국에 미칠 파장은

빅테크만 늦추면 기회? 공통 규범은 장벽
경량 모델까지 기준 적용하면 부담 커져
국제 규범은 AI 강대국 간 합의가 관건
배경훈 "안전·신뢰 준비도 더 빨라져야"

    AI 선두기업들이 꺼낸 속도조절론은 후발주자인 한국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빅테크만 개발 속도를 늦추면 추격 기회가 되지만, 안전기준이 후발국까지 확장되면 '사다리 걷어차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격 속도를 높여온 한국은 개발을 늦출 수도, 안전 논의를 외면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였다.

미국발 속도조절론…국제규범까진 먼 길

AI 속도조절론은 최근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 CEO의 제안에 빅테크 수장들이 잇따라 호응하면서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개발 속도를 조절해 위험에 대비할 시간을 벌고, 외부 평가자의 상시 검증과 민주국가 기업 간 공통 안전기준, 국제 공조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논의의 출발점은 성능 경쟁을 주도하는 프론티어 모델이다. 현재는 선도기업들이 함께 지킬 안전기준을 만들자는 제안 단계다. 구속력 있는 국제 규범으로 이어지려면 주요국 간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이성엽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제 규범은 여러 AI 강대국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며 "미중 간 합의가 빠르게 이뤄질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프론티어 기준을 경량 모델에도?

프론티어 모델을 겨냥한 안전기준이 국내 AI 전반에 똑같이 적용되면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하는 AI가 최첨단 모델부터 경량·특화 모델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통화에서 "AI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때는 모델 규모보다 비용과 응답 속도, 보안, 분야별 위험이 더 중요할 수 있다"며 "안전성 평가와 검증은 강화해야 하지만, 관련 논의가 후발기업의 기술 개발을 막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해외에서 논의되는 안전기준을 국내에 곧바로 적용하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선도기업이 만든 기준이 후발기업의 기술 개발과 시장 진입을 제약해 사실상 '사다리 걷어차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앞서 AI 기본법을 준비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규제 흐름을 살펴왔다며 "다른 나라의 규제를 우리가 먼저 과도하게 도입하지 않는 선에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업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법 시행 뒤 최소 1년간 규제 적용을 유예했다.


정부는 '속도책임'…개발·안전 함께 간다

그렇다고 한국이 안전 논의 자체를 비켜갈 수는 없다. AI가 사실과 다른 답변을 내놓거나 사람의 통제를 벗어날 위험에 대비하려면 안전성 평가와 검증 체계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우리는 지금 AI의 속도를 늦출 여유가 없다"면서도 "AI가 빨라질수록 안전과 신뢰를 준비하는 우리의 속도도 더 빨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개발과 활용을 가속하면서 위험 대응도 강화하는 '속도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프론티어급 AI 개발을 뒷받침할 GPU·데이터 지원 예산을 담았다. 개발은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AI 기본법 연구반과 기업 협의를 통해 세부 기준을 다듬고, AI안전연구소와 안전·신뢰 담당 부서를 활용해 안전 기반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안전정책은 국내 이용자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며 "관련 제도를 계속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규범 논의가 본격화하면 적극 참여하되, 지금은 해외 흐름을 살피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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