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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잡기' 농지 전수조사 후폭풍…대통령까지 직접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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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284만 필지 '위반 의심'…불법 임대차 21.1%로 가장 많아
"고령 농민도 땅 팔아야 하나"…농촌 현장 우려·야당 공세 확산
李 "투기 명확한 농지 가려내기 위한 것…강제매각 사실 아냐"
21일 당정협의회…투기 엄단하되 경미한 위반은 보완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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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 농지의 소유·이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시작한 농지 전수조사가 농촌 현장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민들까지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야당의 공세까지 이어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해명에 나섰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1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보완책을 논의한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농지 투기 문제를 지적한 이후 지난 5월 18일부터 농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투기 잡겠다' 시작한 농지 전수조사…284만 필지 위반 의심

대상은 농지법이 시행된 1996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전국 농지 136만ha다. 정부는 행정정보를 활용한 기본조사를 거쳐 지난달부터 현장 확인 중심의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7월 29일까지 조사 대상의 97%인 132만ha, 1013만 필지에 대한 기본조사를 마친 결과 284만 필지, 27%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됐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로 가장 많았다. 무단 휴경 11.6%, 불법 전용 9.0%, 소유 제한 위반 1.4% 순이었다. 한 필지가 여러 유형에 해당할 수 있어 유형별 비율에는 중복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심층조사를 통해 실제 위반 여부를 가려낸 뒤 투기 목적이 명확한 농지에는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농지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농사를 짓지 않거나 불법으로 임대한 사실 등이 확인되면 농지 처분 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 처분명령을 받고도 농지를 처분하지 않으면 감정가와 공시지가 가운데 높은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농식품부와 민주당은 앞서 지난 4월 당정협의를 통해 농지 투기를 근절하고 농지법 위반을 해소하기 위한 농지 조사를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농사 못 지으면 땅 팔아야 하나"…농촌 현실과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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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가 진행되면서 정부가 내세운 '투기 근절'과 농촌의 현실 사이에 간극이 드러났다.

농촌 현장에서는 고령화와 질병, 일손 부족 등으로 땅을 직접 경작하지 못하고 이웃이나 지인에게 농사를 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지법상 자경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투기 목적이 없는 농민들까지 농지법 위반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현장에서는 고령이나 질병으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민에게까지 농지 처분 의무가 부과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임대 중인 농지 소유자가 처분명령을 피하기 위해 임대를 중단하면 오히려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지 전수조사로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까지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농민은 "농지가격 하락과 거래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농지를 사려는 사람들이 끊긴 상황에서 정부의 강제 처분 압박까지 더해져 농민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전수조사 이후 농지 거래가 급감하거나 가격이 폭락했다는 주장은 통계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농지 거래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 농지 실거래가격은 지난해보다 4.4% 하락했지만, 하락 폭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야당은 전수조사 중단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민과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자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직접 해명…21일 당정서 보완책

농촌의 우려가 확산하자 이 대통령도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반발이 쌓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조사의 목적은 부동산 투기가 명확한 농지를 가려내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농민에게 일률적으로 농지를 강제로 처분하도록 하는 조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아버지가 농사 짓다가 힘들어서 지금 농사를 못 짓는데 그럼 강제로 팔란 말이냐' 이렇게 항의한다"며 "그건 진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제출해 농지를 취득하고도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는 등 투기 목적이 명확한 사례를 확인하는 것이 조사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투기 목적의 중대한 위반과 농촌 현실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위반을 구분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농식품부는 기본조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부터 투기 농지는 철저히 조사하되 일반적인 위반 사항에는 처분보다 계도 등 대안적인 조치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농지 전수조사는 실경작을 하는 농민을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고 청년농 등의 농지 활용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고령화나 관행적 경작 등 농촌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 경미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자진정비와 계도 위주의 유연한 행정을 펼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농식품부는 오는 21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농지 전수조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처분과 이행강제금 등을 포함한 보완책을 논의한다.

민주당은 명백한 투기 목적의 위반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되 농촌 현장의 일상적인 농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 경미한 법 위반은 계도와 제도 개선 중심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84만 필지에 대한 심층조사가 본격화하는 만큼 투기 목적의 위반과 고령화·인력 부족 등 농촌 현실에서 비롯된 위반을 가려낼 구체적인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이번 당정협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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