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윤석열 정부 당시 CBS 등 방송사에 내려진 법정제재 30건이 모두 취소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방송사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 측이 잇따라 패소한 뒤 항소·상고 등 불복 절차를 포기하고 제재 처분까지 모두 취소한 것이다. 대상은 2023년 10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재임 당시 내려진 법정제재다.
CBS 법정제재 4건…법원 판단은
18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취소 대상은 류 전 위원장 재임기에 의결돼 소송으로 이어진 법정제재 처분 30건이다.
당시 방송 내용에 대한 제재 수위는 방송통신심의위 또는 제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의결했다. 처분권자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집행했고, 방송사들은 방통위를 상대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CBS에 내려진 법정제재는 '김현정의 뉴스쇼' 2건과 '박재홍의 한판승부' 2건 등 모두 4건이다. 모두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선방위 심의를 거쳐 내려졌다.
선방위는 2024년 1월 31일과 2월 1일 방송된 '김현정의 뉴스쇼' 뉴스연구소 코너에서 김준일 시사평론가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조롱하고 희화화했다며 법정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김 평론가는 윤 전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 가는 길이 역사가 되는구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두고는 "참 미래가 여기저기 고생이 많다"고 논평했다.
법원은 해당 방송이 선방위 심의 대상인 선거방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당 발언 역시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비판·논평이자 즉석 대담에서 나온 풍자적 표현으로, 조롱이나 희화화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같은 프로그램의 2024년 2월 2일 방송에 내려진 '주의' 처분도 취소됐다. 인터뷰에 출연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씨의 명품가방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언급한 방송이다.
법원은 해당 발언이 대통령과 배우자의 정치적 활동이나 청렴성·도덕성 등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와 직접 관련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봤다.
'박재홍의 한판승부'는 2024년 1월 16일과 17일 방송으로 각각 '관계자 징계'를 받았다. 관계자 징계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감점 요인이 되는 중징계다.
1월 16일 방송에서는 진중권 광운대 교수와 장윤미 변호사 등이 정부·여당의 정책을 비판하고, 구용회 CBS 논설위원이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한 법무부 보도자료를 비판한 내용 등이 문제가 됐다. 선방위는 패널 구성과 방송 내용이 공정성과 균형성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다음 날 방송에서는 박성태 당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건희 리스크'를 언급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하고, 진중권 교수가 수도권 험지에 나설 국민의힘 후보를 구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논평한 내용 등이 제재 사유가 됐다.
1월 17일 방송 사건에 대해 법원은 출연자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대담 프로그램에 일방적으로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 보도와 같은 수준의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도 제재 취소 판결이 유지됐다.
MBC 18건 최다…YTN·JTBC 각 2건도 취소
박종민 기자
CBS 4건뿐 아니라 MBC 18건, 울산MBC와 대전MBC·KBS 각 1건, YTN 2건, JTBC 2건, cpbc평화방송 1건 등 모두 30건의 법정제재가 취소됐다.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와 'PD수첩', KBS '뉴스9', JTBC '뉴스룸', YTN '뉴스가 있는 저녁' 등에 내려진 과징금 처분도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2022년 미국 순방 당시 발언 논란을 보도한 MBC에 내려진 과징금도 취소됐다.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cpbc평화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 등에 내려진 제재 역시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법정제재를 둘러싼 정부 측의 잇따른 패소는 지난 4월 고광헌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황정아 의원이 류희림 체제에서 이뤄진 무더기 제재와 소송 패소의 원인을 묻자 고 후보자는 "당연한 결과"라며 "자의적으로 심의 안건을 선택하고 소수가 심의하면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기회를 스스로 잃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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