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정 기자정부가 추진 중인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 농업인들도 정부를 향해 질타를 쏟아냈다.
21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관련 농업인 간담회'에는 농업인 단체 대표 6명과 농업이 집중돼 있는 군위군, 달성군 부군수가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농업인들은 농지를 제대로 관리하고 투기를 막으려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 현장, 특히 지방 사정을 전혀 모른 채 제도를 마련하고 시행에 나선 점을 비판했다.
청년 농업인인 김고헌 대구광역시4H연합회 통합회장은 "벼룩 잡겠다고 초가집을 태워서 청년 농업인을 힘들게 하는 행태"라며 "부동산 불로소득을 막겠다는 제도 같은데, 수도권도 아니고 지방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무리"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정부에서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고 농지 마련을 위한 대출도 해줘서 농업을 시작했는데, 이번 전수조사로 농지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점을 우려했다. 단순히 땅값이 하락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전수 조사로 인해 담보물인 토지의 거래가 하락하게 되면 농사를 위한 시설물 설치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결국 땅값 하락으로 농사 유지도 어렵고 토지를 팔아서 대출을 갚는 것도 힘든 상황이 우려된다.
반대로 이번 전수 조사가 고령화 된 실제 농업 현장의 분위기를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영섭 (사)한국농촌지도자대구광역시연합회 회장은 "농촌 고령화가 심각해 65세 이상 농업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농촌 소멸에 대한 우려로 인해 농업인들이 생업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농업인 걱정 크다"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은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농지전수조사는 농민의 눈높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령 농업인도 많고 일시적인 질병이나 자연재해, 병충해로 조사 당시 농사를 못 짓는 경우도 있다"며 전수조사에서 이런 점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 회장은 특히 고령화 된 농촌 현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이번 전수 조사에서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 농사 짓기가 어려운 고령 농부의 경우 자식은 농사를 물려받기를 원하지 않아 주로 이웃에게 계약서 없이 농사를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주변에 임차를 주기도 하지만 워낙 고령이고 따로 서류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수 년간 직접 농사를 지었지만 이를 증명할 길이 없는 고령 농부도 상당수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현재 전수 조사에서 위반 사항을 지적 받고 부담금을 내야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농지전수조사는 농민의 눈높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령 농업인은 농사를 못짓는 경우도 많고 일시적인 질병이나 자연재해, 병충해로 조사 당시 농사를 못 짓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조사 대상에 6만 1천여 필지가 포함된 달성군 서경현 부군수는 "지금까지 절반 가량을 확인했고 확인한 필지 열 곳 중 일곱 곳에서 위반 가능성이 나왔다. 조사가 끝나면 1만 필지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군수는 토지 소유주의 피해도 문제지만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농민도 생업을 잃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또 처분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이 매우 큰 점을 지적하며 농업 소득과 강제금을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달성군의 경우 제2국가산업단지, 하빈 도매시장 예정지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는 농지 면적이 꽤 큰 점도 문제다. 서 부군수는 "개정 농지법에 따라 일부는 허가구역 농지를 1년 처분 의무에서 제외했고 일부는 곧바로 처분 명령 대상으로 정했다. 허가구역 농지가 유예를 받을 수 있는지 조문상 불분명하다"고 설명하며 "이번 조항이 겨냥한 것은 투기성 취득이고 이들은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원주민 중 이웃에게 계약서 없이 농사를 맡긴 분, 몸이 아파 농사를 놓았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분들은 유예가 안 될 경우 땅을 팔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위군 역시 달성군과 토지 조사 대상 규모가 비슷하며 TK신공항 부지 등 토거래허가구역이 있어 유사한 우려를 하고 있다. 달성군과 군위군은 농식품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관련 조항에 대한 유권 해석을 명확하게 내놓아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날 쏟아진 농민들의 불만은 전성배 (사)한국후계농업경영인대구광역시연합회 회장의 한 마디로 요약된다. "지금은 농민이 투기꾼으로 몰려서 투기꾼 농민이 되어서 이렇게 농민이 농업을 존속할 수 없는 상황".
간담회를 주재한 추경호 대구시장은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의 현실을 고려해 농촌, 농민 친화적으로 방안을 고민하고 마련해야 하는데 섣불리 일종의 탁상행정식으로 전수 전면조사를 통해 바로 잡겠다, 강제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하니 곳곳에서 볼멘 소리가 많이 나오고 여러 우려 사항이 나오는 것 같다. 오늘 전해주신 생생한 말씀을 잘 정리해서 중앙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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