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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형 증거수집제도(K-디스커버리)를 무력화하는 변호사 비밀유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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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현 기자고상현 기자
"한국의 변호사 비밀유지권 개정이 놀랍다."

최근 일본의 한 변호사단체 인사가 지난 2월 19일 개정된 한국의 변호사법(변호사 비밀유지권)에 관해 내놓은 평가다.

K-디스커버리는 기술탈취·특허침해 소송에서 대부분의 증거가 가해자 일방에게 쏠려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가 소송에서 제대로 다퉈볼 수 있게하고자, 법원이 전문가를 지정해 필요한 조사를 하는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다. 그런데 이 법에 변호사 비밀유지권이 명시돼 가해자의 방어권을 강화해주게 생겼다.

올해 개정된 상생협력법 증거수집제도에 변호사법의 비밀유지권은 증거수집에서 제한한다고 명문화했다. 변호사법의 비밀유지권은 변호사와 의뢰인과의 의사교환 내용과 수임한 사건과 관련한 소송·수사·조사를 위해 작성한 서류나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변호사 특권이다. 기술탈취와 관련된 핵심 자료가 '변호사 비밀유지권'이라는 이유로 기술탈취 사실 조사에서 빠질 게 불 보듯 뻔하다.

대기업들은 사내 변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술탈취 및 손해배상과 관련된 대부분의 자료를 '변호사 비밀유지권'으로 지정해 놓을 것이다. 대형 로펌들이 상생협력법에 도입된 K-디스커버리에 대한 시사점으로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든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강자를 더 강하게 만들어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들이 염원하던 입법 취지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은 그 목적이 명확하다.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갑으로부터 을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특별법이다. 두 법의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는 기술탈취 소송에서 가해 대기업에 편중된 증거를 국가의 힘을 빌려 확보하고 피해 중소기업들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변호사 비밀유지권' 명시는 K-디스커버리의 형해화(形骸化)를 초래할 수 있다.

기술탈취를 강하게 처벌하는 미국에서도 변호사 업무 성과물 보호에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데, 우리의 '변호사 비밀유지권'은 그런 게 없다. 법무부가 예외의 필요성 의견을 제시했지만 입법과정에서 묵살됐다. 미국에 예외 조항(입증에 필요하고 다른 방법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 있듯이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도 상당한 조건(상대방 당사자의 부담이 과중하지 않고 상당한 혐의가 인정되고 다른수단으로 증거확보를 기대하기 어려울때)이 성립할 때 개시되는데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기술탈취 증거수집에서 제한한 대목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관의 과중한 업무를 초래해 기술탈취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상대방 회사·공장 등에 들어가 증가조사를 시작해도 변호사 비밀유지권으로 지정된 자료는 수집할 수 없어서 법관이 일일이 관련 자료를 확인해야 할 수도 있다. 유럽식 전문가 사실 조사제도가 기반인 한국형 증거수집제도에 영미법에서 발달한 가해자 방어권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 바라고 싶다.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들의 고통을 조금만 더 고민하고 배려해달라고.

정부는 이제라도 힘없는 자들의 아우성을 외면하지 말고 더욱 경청하고 토론해서 잘못된 법은 보완해야 한다. 개정된 변호사법의 비밀유지권은 내년 2월 20일 시행된다. 상생협력법 K-디스커버리 시행일인 2028년 2월 20일보다 1년 앞선다. 아직 보완할 기회가 있다. 죄를 지어도 처벌은 약하게, 죄지은 자의 방어권은 강하게 하는 법은 반드시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곱씹어야 한다.

"2026년식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재단법인 경청 장태관 이사장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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