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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재제청 '조청갈등' 2라운드…"정식절차 만들자"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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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제청 사유·헌법적 근거 요구…헌법 82조 제시
제청 거부 둘러싼 해석 엇갈려…권한쟁의 헌재 판단 주목
대법관 증원 앞두고 향후 인선 절차 선례될 수도

박종민·황진환 기자 박종민·황진환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대법관 재제청을 놓고 2라운드에 돌입했다. 조 대법원장이 헌법 조문을 근거로 청와대의 요구를 거부하자, 청와대가 조목조목 반박에 나서면서다.

대법관 인선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대법관 증원을 앞둔 만큼 앞으로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정식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가 맞나' 대신 '절차 맞나' 짚은 조희대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전날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가 지난달 28일 보낸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재제청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하도록 한 헌법 제82조도 근거로 들었다.
 
법원 내부에선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의 해석 다툼에 직접 결론을 내리기보다 재제청 요구의 근거와 절차부터 짚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견해가 나뉘고 어느 하나가 맞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대법원장은 그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반려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는 헌법재판소에서도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손봉기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한 것이 국회의 대법관 임명동의권 등을 침해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한 판사는 "당초 대통령의 제청 반려 조치가 헌법이 규정한 절차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이에 따라 대법원장의 재제청 요구 불응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청와대 입장에도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임명 효력 부정' 거론하며 반격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을 거부하면서 공은 다시 청와대로 넘어가게 됐다.
 
청와대가 재제청 요구를 철회하고 손 후보자에 대한 후속 절차를 밟거나, 조 대법원장이 지적한 형식을 갖춰 헌법적 근거와 구체적인 사유를 담아 재제청을 다시 요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청와대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 이후 추가 입장문을 내고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가 없어 재제청 요청이 무효라는 취지라면 지금까지의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 효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가 형식을 갖춰 다시 재제청을 요구할 경우 조 대법원장도 다시 선택해야 한다. 이를 받아들이면 이미 활동을 끝낸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꾸려 후보 추천 절차를 밟을지 등이 쟁점이 된다.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는지, 이를 받은 대법원장이 다시 후보자를 제청해야 하는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단계에서는 양측이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게 법원 내부의 시각이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며 "결국에는 양쪽이 잘 합의해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접점을 찾지 못하는 동안 대법관 공석에 따른 부담도 이어진다. 대법관 한 명이 비어도 전원합의체나 소부 재판이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남은 대법관들이 그만큼 사건을 나눠 맡아야 한다.
 

대법관 증원 앞두고…"제대로 된 절차 만들어야"

한편 법원 내부에선 이번 갈등을 손 후보자 한 명의 인선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법관은 2028년부터 3년간 매년 4명씩 늘어나 2030년 26명이 된다. 앞으로 대법관 인선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의견이 맞지 않는 상황도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과거에도 대법관 인선을 두고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의견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지만, 한쪽이 양보하거나 제3의 인물을 택하는 등 양측의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협의'에만 의존하기보다 이번 기회에 재제청 요구와 그에 따른 처리 절차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판사는 "앞으로 대법관이 증원되는데 기존처럼 '협의'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지시하거나 통보하는 방식이 계속되면 특정 정권의 입맛에 맞는 대법관들로 구성될 우려가 있다"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절차를 정식으로 갖춰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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