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 인사를 놓고 두 번째 경고에 나섰다. 지난 15일 임원회의에 이어 이번엔 추석 연휴 직전 지주회장들을 조찬 자리에 불러 모아 지주가 은행장을 좌우해온 '낙점' 관행을 콕 찍으며 변화를 압박했다.
추석 직전 지주회장 소집한 이찬진, 지주사 권한 덜어내기 '제안'
이찬진 금감원장은 23일 오전 8개 은행지주회장과 은행연합회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자회사 CEO를 선임할 때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춘추시대 진나라의 충신 '기황양'이 인재를 천거할 때, 밖으로는 원수를 피하지 않고 안으로는 아들도 피하지 않은 자세로 적임자를 추천했다는 고사를 인용하며 승계절차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주회사의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CEO 후보 추천-선정 과정에서 자회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 15일 임원회의에서도 승계절차에서 지주사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원장은 "대부분의 지주회사 자추위가가 수립한 자회사 CEO 승계절차는 미흡하고, 자회사의 임추위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문제제기한 바 있다.
CEO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거나, 검증기간을 설정하지 않고, 상시후보군 관리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실제 사례로 들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사 중심으로 운영돼 온 인사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이사회 의견이 반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라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지주 자추위가 자회사 CEO 상시후보군 현황을 공유하거나 은행 임추위에 추천권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는 요구다.
신한, 임추위에 후보자 추천 권한 부여…타 지주도 임추위 권한강화 '고민중'
그간 금융지주 계열사의 CEO 선임은 지주의 자추위가 후보를 추천하면 자회사 임추위와 이사회가 절차를 거쳐 이를 추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당국이 인사 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올해 말 임기가 일제히 끝나는 5대 시중은행장의 연임 구도에도 파장이 일 전망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난다.
5대 은행장을 포함한 주요 금융그룹 계열사 CEO 54명의 임기도 올해 말 끝나 교체를 앞두고 있다. 지주사별로는 △KB금융 10명 △신한금융 12명 △하나금융 13명 △우리금융 12명 △농협금융 7명 등이다.
5대 금융지주 모두 자회사 CEO 경영승계 절차 개사와 후보를 추천하는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은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신한금융은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 하나금융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우리금융은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 NH농협금융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이를 담당한다.
은행도 임추위를 운영하고 있지만 후보 추천권이 없거나, 규정이 있어도 실제 한 번도 권한을 행사하지 않아 지주 회장의 입김에 좌지우지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신한은행 임추위에 은행장 후보 추천 권한을 부여했다. 신한금융지주 자경위는 지난 21일 회의를 열고 연말 임기가 끝나는 12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절차를 개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자경위는 신한은행 임추위에 자회사 승계 후보군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자 추천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추천 권한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타 은행들도 임추위의 실질적인 권한을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임추위' 권한 강화가 자칫 지주사 흔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지주사 승계 문제를 직접 제기한 만큼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지주사가 자회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인사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이 필수적인데 이 권한을 나누면 경영 관리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