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천 일대. 부산시 제공부산시가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동천 정비를 본격화하기 위해 용역을 통해 중장기 개발 계획을 연말까지 확정한다. 하지만 사업비 마련 방안이 불투명한 데다, 전재수 부산시장이 취임 초기 강조한 '생태하천 복원' 구상은 논의되지 않아 임기 내 실현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산시는 다음 달 '부산형 도시명품 통합하천사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할 방침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번 계획에는 수질 개선과 악취 제거, 치수 안정성 확보 등 지지부진한 동천 정비 방향을 확실히 잡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이 담긴다.
시는 다음 달 중간보고회를 통해 사업 윤곽을 공개하고, 오는 12월까지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바닷물을 끌어오거나 바닥을 준설하는 등 그동안의 대책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하천 자체를 '재구조화'하는 게 핵심 방안으로 검토된다.
부산시는 지난 3일 주간정책회의에서도 동천 정비 방향에 대한 보고를 주고받았다. 시는 이번 용역에서 동천 하류에 배수문을 설치해 평상시에는 바닷물의 역류를 막았다가 집중호우 등 필요할 때만 문을 여는 방안도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이다.
배수문 인근에는 하천 물을 바다로 퍼내는 배수펌프장을 따로 만든다. 시는 애초 55보급창 부지에 대형 펌프장을 계획했지만, 보급창 이전 전에는 설치가 어려워 용량을 줄이고 부지를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천 바닥에 쌓인 오염토를 걷어내고 흙을 바꾸는 준설·치환 작업도 계획에 담겼다.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도로 등에서 흘러든 오염물질이 동천으로 향하지 않고 하수관으로 흐르도록 차단하는 시설도 설치한다.
하천 유지용수는 사상~해운대 대심도 고속도로 공사에서 나오는 지하수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동천은 현재 하루 최대 25만㎥의 바닷물을 끌어와 흘려보내고 있다.
시는 이와 별개로 민선 9기 출범 이전부터 추진한 수질 개선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전체 56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부산도시공사와 부산시민공원 인근에 비점오염저감시설을 조성 중이다. 가야천과 전포천, 호계천 등 지류에는 61억 원을 들여 오수를 분리하고 깨끗한 계곡수만 따로 모아 동천에 공급되도록 한다.
공사 중 바닥이 드러난 부산 동천. 김혜민 기자문제는 예산이다. 부산시는 배수문과 펌프, 준설 등 치수사업에만 15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는 행정안전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지정을 통해 사업비의 절반인 750억 원을 국비로 확보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동천 주변에서는 이미 동구와 남구가 비슷한 침수 예방 사업을 벌이고 있어, 시도 중복 투자 문제로 국비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부산시 심재민 환경물정책실장은 회의에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등이 이미 진행되고 있어 중복 투자라는 이유로 국비를 확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날 보고를 받은 전재수 시장은 "동천 살리기 프로젝트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며 꼼꼼히 챙겨 달라고 주문했다. 예산 문제에 대한 별도 언급은 없었다.
취임 이후 전 시장이 직접 밝힌 '생태하천 복원' 구상은 계획에서 빠졌다. 현재 진행 중인 용역에도 복개 구간과 지류 등은 사업 대상지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 시장은 지난 7월 업무보고에서 "예산이 얼마나 들든 복개를 걷어내 자연 친화적인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방안까지 근본적으로 검토해 보자"고 말한 바 있다. 동천 생태복원은 민선 9기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93개 공약에도 들어 있다.
결국 민선 9기가 추진 중인 동천 개선 사업 상당수가 기존 사업을 이어가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 시장이 야심차게 내건 사업을 임기 내에 구체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용역의 공간적 범위가 드러나 있는 구간에 한정된 것은 사실"이라며 "가장 심각한 동천 (본류)부터 사업을 진행하고, 그 뒤에 차례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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