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표정의 류지현 감독. 연합뉴스단순한 쐐기포 정도로 여겨졌던 홈런이, 훗날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야구를 살려내는 한 방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숙명의 한일전 패배가 안긴 충격 속에서 대표팀의 운명을 구원한 것은 다름 아닌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터진 윤동희(롯데 자이언츠)의 솔로 홈런이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일본에 0-5로 완패했다. 지난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20년 만에 사회인 선수 위주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에 무릎을 꿇은 참패였다.
게다가 1994년 야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영패를 당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상대가 프로 선수가 아닌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충격과 굴욕은 배가 됐다. 모처럼 한가위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한국 야구의 승리를 응원했으나, 프로 최정예로 나선 자존심에 깊고 뼈아픈 상처만 남긴 채 잔칫집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프로 최정예로 나선 대표팀이 사회인 야구 선수들에게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너졌지만, 좌절하기엔 아직 이르다. 한국은 26일 오후 6시 30분에 열리는 중국과의 슈퍼라운드 경기에서 승리하면 결승 진출 가능성을 매우 크게 높일 수 있다.
운명의 갈림길에서 작용하는 경우의 수는 철저한 데이터와 규정에 기반한다. 이날 일본이 대만을 이기면 한국은 슈퍼라운드 2승 1패로 2위에 올라 결승에 안착한다. 반대로 대만이 일본을 이기면 한국·일본·대만이 모두 2승 1패 동률을 이뤄 (득점/공격이닝 - 실점/수비이닝) 공식의 TQB(팀 퀄리티 밸런스)로 순위를 가리게 된다.
앞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대만을 5-0으로 꺾고 일본에 0-5로 패했다. 대만전에서는 9회말 공격을 생략해 공격 8이닝·수비 9이닝을 기록했고, 일본전에서는 9회말 일본의 공격이 생략돼 공격 9이닝·수비 8이닝을 소화했다. 두 경기를 합산한 세 팀 간 TQB는 (5득점/17공격이닝) - (5실점/17수비이닝)으로 정확히 '0'이 된다.
일본전에서 뼈아픈 완패를 당했음에도 추가 실점을 더 허용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순간 강력한 우군이 된 셈이다. 윤동희가 대만전 4-0으로 앞서가던 8회 2사 후에 터뜨린 솔로 홈런이 없었더라면, 한국은 피를 말리는 경우의 수를 마주해야 했다.
만약 26일 대만이 일본을 6점 차 이상으로 꺾는다면 대만이 1위, 한국이 2위가 되면서 한·대만 결승전이 성사된다. 반면 한국이 전력상 열세인 중국전에서 만약 패배한다면 상황은 급격히 복잡해진다. 일본이 대만을 잡을 경우 한국·중국·대만이 1승 2패 동률을 이뤄 세 팀 간 맞대결 TQB를 다시 복잡하게 따져봐야 한다.
결국 이 모든 복잡한 계산을 지우고 자력으로 결승에 오르기 위해서는 오늘 열리는 중국전을 무조건 잡아내야만 한다. 이날 한국의 중국전 선발 투수로는 최민석(두산 베어스)이 출격해 팀의 승리를 겨냥한다. 한가위 명절에 터진 참패의 아픔을 씻고, 윤동희의 홈런이 가져다준 기회의 문을 결승행으로 열어젖힐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시선이 도요하시로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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