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구약성경 룻기는 이방 여인 룻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나와 다른 사람을 밀어내고 배척하는 것이 환대보다 더 쉬운 시대.
낯선 이방인과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룻기의 이야기를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보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장세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고향 베들레헴에 기근이 찾아오자 나오미는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이방 땅인 모압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남편과 두 아들을 모두 잃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며느리로 맞았던 모압 여인 룻이 따라옵니다.
끝까지 시어머니를 봉양한 이방 며느리 룻과 그런 룻을 알아보고 보호자를 자처한 또 다른 한 남자, 보아스.
그렇게 모두의 축복 속에서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기 오벳은 훗날 이스라엘의 왕, 다윗의 할아버지가 됩니다.
단 네 장으로 이뤄진 짧고 선명한 이야기.
이 룻기를 오늘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읽어야 할까.
최근 룻기를 주제로 책을 펴낸 세 명의 저자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먼저 기독교인문학자 구미정 목사는 룻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읽었습니다.
책 곳곳에는 여러 노래와 시가 등장하는데 특히 '신은 죽었다'는 선언으로 유명한 철학자 니체의 사상과 룻기를 연결했습니다.
니체가 강조한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의 '아모르파티'가 책 제목에 붙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전쟁이 반복되고 허무가 시대를 좀먹는 이 시기에 슬픔에 맞서 싸우며 다시 삶을 일으켜 세우는 룻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녹취] 구미정 목사 / '룻과 함께 아모르파티' 저자
"하나님은 다 죽은 것 같고 우리 시대 표현으로 하면 AI가 더 전지해 보이고 전능해 보이는 이 시대에, 하나님이 진거죠. 그런 시대에 니체가 붙잡은 것은 신이라는 가설 없이도 우리가 서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그 사상이 뭘까가 아모르파티였어요."고대근동학자이자 문헌학자인 송민원 목사는 성경 원어에 주목했습니다.
하나님이 직접 말씀하시는 부분도, 정죄하는 부분도 없는 룻기에 유난히 반복해서 등장하는 건 다름 아닌 '모압 여인'이란 표현.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이방 여인이 어떻게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습니다.
결국 하나님의 백성답게 만드는 것은 이방 여인이 가진 것 없는 시어머니를 끝까지 책임진 그 계산 없는 책임, 헤세드였다는 겁니다.
[녹취] 송민원 목사 / '더바이블 룻기: 헤세드의 사람들' 저자
"(룻기에는) 사사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어요. 하나님이 보시기에 악했다는 표현을 사사기에서는 여러 번 사용하는데 룻기는 단 한 번도 쓰지 않아요. 룻기가 계속 반복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무엇이냐 하면 유다 베들레헴과 모압…"
종교철학자 권수경 목사는 룻기 속 인물과 사건을 경제와 공동체의 관점에서 다시 읽었습니다.
나오미 가족이 고향을 떠난 진짜 배경부터 룻에 대한 보아스의 환대가 지닌 의미까지.
성경의 흐름과 숨은 뜻을 살피며 룻기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이와 함께 각 챕터마다 묵상을 위한 질문들을 넣어 공동체에서 함께 나눌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녹취] 권수경 목사 / '권수경의 룻기,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저자
"돈에 휘둘렸던 한국교회가 이제 돈 우상에 연결된 이념 우상에 역시 또 휘둘려서 결국 교회가 도덕성도 잃고 영적 능력을 잃어버리고 바닥을 치면서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는 그런 시대가 되었는데 함께 룻기를 읽음으로서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공동체의 모습…."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읽어낸 룻기.
하지만 세 저자가 주목한 건 결국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곁에 서는 일, 그리고 가진 것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였습니다.
기근과 죽음으로 시작된 짧은 이야기가 불안과 분열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 공동체의 모습을 되묻고 있습니다.
CBS뉴스 장세인입니다.
[영상기자: 정선택]
[영상편집: 서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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