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의료진의 도움으로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이른바 조력존엄사를 인정하는 나라가 생겨나면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아직 관련 논의가 활발하진 않지만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계에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장세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프랑스는 올여름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법을 최종 통과시켰습니다.
불치병을 앓는 성인이 의료진의 약물 처방을 받아 죽음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미국 뉴욕주도 지난 2월에 법안을 통과시켜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지역은 모두 14곳.
네덜란드와 벨기에, 스위스 등에서도 조력사망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의 검증을 거치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를 꼼꼼히 마련하고 있지만 논란도 많습니다.
특히 종교 윤리적 측면에서 가톨릭 등 종교계가 반대해 세계적으로도 논쟁이 뜨겁습니다.
[영상] 레오 14세 교황 / 지난달 27일 (출처: 유튜브 VaticanNewsEN)]
"인간이 만든 어떤 법도 존엄성을 잃도록 해선 안 됩니다. 우리는 가짜 연민을 위장한 죽음을 유발하려는 유혹을 거부해야만 합니다."국내에서는 임종과정에서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을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최근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35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하려는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4년에는 조력존엄사법이 발의됐고, 찬성 여론은 80%에 달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논의로 이어지진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혜윤 박사 / 서울대병원 조직은행 간호사, '죽음 낯설게 보기' 저자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이것이 이제 현실적인 문제로 우리한테 덮쳐오는 거죠. 죽음을 반드시 그냥 우리에게 언젠가는 닥쳐올 미지의 사건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반추하는지 또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끊임없이 우리 삶으로 끌고 와서…"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조력사망을 선택하려는 걸까.
미국 오리건주에서 조력사망을 희망한 환자 56명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현재의 통증보다 앞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거나 독립성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 그리고 죽음의 상황을 스스로 통제하고 싶다는 마음이 중요한 이유로 나타났습니다.
죽음에 대한 관심과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만큼 교회가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인생의 후반기,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생산성과 독립성이 약해지더라도 생명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전화인터뷰] 신원하 박사 /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원장
"생명의 의미도 마지막 단계에 있는 생명의 가치에 대한 신학적 인식이 좀 더 필요해요. 그것에 대한 바른 신학적인 인식과 의식이 갖춰지게 되면 고통에 대한 태도도 달라질 수가 있는데… 죽음 교육을 많이 할 필요가 있어요."
조력존엄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갈 것인지, 나아가 생명의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를 이루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CBS뉴스 장세인입니다.
[영상기자: 최현]
[화면출처: VaticanNewsEN 등 유튜브]
[영상편집: 서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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