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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용적률 버리고 두 교회가 지은 비움의 공간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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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간판 없는 독특한 건물 'ㅅㄱ', 인천 구도심에 자리
두 민중교회 함께 건축…예배·문화 공간으로 활용
"수익형 건물 대신 열린 공간 조성해 이웃과 소통"
중정 비워 이웃에 개방…음악회·전시 등 문화행사
두 교회 이름 자음 딴 'ㅅㄱ', 성경 속 '숙곳' 의미도
경쟁 벗어나 비운 선택…'인천시 건축상' 대상 선정


[앵커]
 
인천 구도심 한복판에 십자가도, 간판도 없는 독특한 교회가 들어섰습니다.
 
빈민 선교와 노동 선교에 헌신해 온 두 민중교회가 뜻을 모아 지은 예배 문화 공간, 'ㅅㄱ'인데요.
 
화려하고 거대한 건축 대신, 이웃을 향해 담장을 낮추고 마당을 내어준 이 소박한 공간이 최근 인천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며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정원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오래된 골목.
 
주거시설과 작은 상가, 고물상이 뒤섞인 이곳에 최근 작은 건물 하나가 들어섰습니다.
 
외부에 걸린 간판이 없어 안으로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 곳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건물 정면에 적힌 건 'ㅅㄱ'이라는 작은 표식 뿐.

이곳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의 송현샘교회와 새벽교회가 함께 지은 예배 문화 공간입니다.
 
두 교회는 1980년대 후반, 각각 빈민선교와 노동선교를 하며 시작된 민중교회란 공통의 뿌리를 갖고 있습니다.
 
재개발로 처소를 옮겨야 했던 송현샘교회와 상가 건물을 전전해 온 새벽교회는 사역 방향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고, 10년 넘게 만나 생각을 나누며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목회를 준비한 끝에 올해 초 이곳에 같이 둥지를 틀었습니다.
 
일반상업지역인 이 땅은 법적으로는 대지의 열 배에 가까운 규모로 건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교회가 선택한 건 정반대였습니다.
 
실제 연면적은 허용 용적률의 약 5.5% 수준.
 
수익을 내는 높고 큰 빌딩 대신, 낮고 작은 건물을 짓고 남은 대지는 중정으로 비워 동네를 향해 활짝 열었습니다.
 
특히 본당과 담장 사이에는 사람과 동물이 오갈 수 있는 틈을 만들어 교회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것뿐 아니라 바깥에서도 자연스럽게 교회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동네의 풍경 속에 들어가 지역과 만나겠단 의도가 담겼습니다.
 
[인터뷰] 조정현 목사 / 송현샘교회
"새벽에 힘든 일을 하러 왔다 갔다 하시는 분들이 불 켜져 있는 우리 교회를 보면서 한 번 들어와서 앉고 싶은, 고물상에 가서 무거운 짐을 끌고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지나가시다가 편하게 '나 물 한 모금 줘요' 하는 교회가 되고 싶고요. 산책을 하는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시는 분들이 이 골목으로 들어와서 이 골목으로 나가는 산책 코스가 되기를 바라겠고요."
 
두 교회는 각자의 역사와 정체성을 존중해 매 주일 예배는 따로 드리지만, 선교와 지역 섬김의 사역은 함께 감당합니다.
 
열린 중정과 예배당을 활용해 음악회와 미술 전시회 등 문턱을 낮춘 문화 행사를 열며 주민들을 환대하고 있습니다.
 
두 교회가 공간을 나눠 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방향을 공유하며 함께 공간을 만들었단 점을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 공간이 의미를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교회 건물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데 있습니다.
 
'ㅅㄱ'이라는 이름도 이런 지향을 담고 있습니다.
 
두 교회의 이름과 숭의동 교회문화공간의 자음 첫 글자를 떠올리는 것과 더불어,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처음 안식을 누렸던 장소, '숙곳'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두 교회 교인들은 물론, 지친 이웃 누구에게나 잠시 멈춰 쉴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뜻입니다.
 
[인터뷰] 김지태 목사 / 새벽교회
"'ㅅㄱ'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고 또 보는 분들 누구든 연상하는 그것이 답이 될 수 있는 이름으로 하나님이 주셨다고 생각하고요. 문득문득 저도 생각해봅니다. 'ㅅㄱ'의 오늘의 새로운 의미는 무엇이지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찾아주시는 분들도 오실 때마다 이곳이 왜 'ㅅㄱ'일까 다시 한 번 물어주시고 새로운 답을 얻어가시면 좋겠다…"
 
세상의 잣대와 규모의 경쟁에서 벗어나, 낮고 비워진 자리를 선택한 공간 'ㅅㄱ'.
 
교회의 사유화를 경계하며 이웃과의 소통을 택한 이들의 결단은, '2026 인천시 건축상' 대상 수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쇠퇴와 난개발로 어려움을 겪는 구도심에서 민간의 작은 건축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크게 짓고, 많이 채우는 대신 필요한 만큼 짓고 나머지를 비워둔 공간.
 
지금껏 지역에서 사람들과 함께해온 두 민중교회는 그 비워둔 자리에서 지역과 사람을 만나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CBS 뉴스 정원희입니다.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이지원]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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