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연합뉴스지난 3월 도입된 재판소원 사건의 99% 이상이 헌법재판소의 본안 심리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를 선임하고도 실질적인 판단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재판소원이 국민에게 비용 부담만 안기는 '사법 희망고문'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재판소원 1560건 처리…99.6% 각하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부산 서구·동구)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제출받은 '재판소원 접수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제도 도입 이후 7월 말까지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모두 191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처리된 사건은 1560건으로, 취하된 6건을 제외한 1554건이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됐다. 전체 처리 사건의 99.6%가 본안 심리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반면 접수 사건 가운데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15건으로, 전체 접수 건수의 0.78%에 그쳤다. 다만 이 수치는 전원재판부 회부 비율로, 실제 청구가 받아들여진 인용률과는 구분된다.
재판소원 청구 사건을 유형별로 보면 형사사건이 1216건(63.5%)으로 가장 많았고, 민사 464건(24.2%), 행정 190건(9.9%), 기타 44건(2.3%) 순이었다.
변호사 선임했지만 본안 판단도 못 받아
곽규택 의원. 의원실 제공재판소원 청구에는 원칙적으로 변호사 대리인 선임이 필요하다. 이번 자료에서도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된 사건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청구인들이 변호사 선임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고도 본안 심리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곽 의원은 "억울함을 풀어보려 어렵게 변호사를 선임해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린 국민 100명 중 99명 이상이 본안 판단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돌아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용과 시간만 들이고 결과는 각하 통지서 한 장뿐인 지금의 재판소원은 국민에게 '사법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헌재 출신 전관예우 우려…제도 개선 시급"
재판소원 도입으로 헌법재판소 출신 법조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새로운 불복 절차가 마련되면서 헌법재판소의 심리 절차와 내부 사정에 밝은 전직 헌법재판관과 헌법연구관 등이 법률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곽 의원은 "재판을 한 번 더 받아볼 수 있다는 국민의 기대심리가 재판소원 청구로 이어지는 사이 국민의 절박함이 로펌의 새로운 영업장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전관예우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압도적인 각하 비율과 국민의 소송 비용 부담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 제도 운영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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