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이태호. 한국배구연맹유럽 무대를 누비며 산전수전을 겪은 아포짓 스파이커 이태호가 2년 만에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V-리그 복귀를 알렸다.
한국전력은 지난 2025-2026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KB손해보험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승점 단 1 차이로 5위에 그쳐 봄 배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뼈아픈 좌절을 겪은 뒤 새로 부임한 석진욱 감독은 지난 6개월간 선수단에 강도 높은 집중력과 기본기를 요구하는 한편, 활기찬 코트 분위기를 이끌며 대대적인 리빌딩에 돌입했다.
12일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만난 이태호는 2년 만의 복귀 소감과 함께 포르투갈, 체코 등 해외 리그에서 얻은 배움, 그리고 새 시즌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이태호는 "다시 돌아와서 정말 기쁘고 좋다"며 "특히 지금 석진욱 감독님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새로운 배구를 배우고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뜻깊다"고 복귀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한국을 떠나 있던 동안 포르투갈과 체코 리그에서 뛰며 배구 외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했다. 이태호는 "두 나라 모두 정말 좋은 곳이었다. 배구 실력 면에서는 한국보다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현지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고 다양한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온 것 자체가 큰 자산이 됐다"며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아 소통에도 큰 무리가 없었고, 팀 동료들이 잘 도와줬다"고 돌아봤다.
국내에 머물던 시기에는 개인 레슨과 물류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며 배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보냈나 싶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다. 물류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레슨도 많이 했다"면서도 "하지만 힘들기보다는 그 나름대로 재미있었고 틈틈이 운동을 이어갔다. 핑계 댈 틈 없이 보낸 시간들이라 오히려 내겐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국전력 이태호. 한국배구연맹산전수전을 겪고 돌아온 만큼 코트를 바라보는 시야는 한층 넓어졌다. 이태호는 "이제는 마냥 어리다고 할 수 없는 나이가 됐고, 실력으로 증명해야 할 시기"라며 "해외에서 경기를 뛰며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법을 배웠다. 석진욱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만큼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비시즌 동안 경기 감각을 잘 유지해 온 만큼, 외국인 선수 쇼와 시너지를 내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덧붙였다.
석진욱 감독 역시 이태호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태호는 "감독님께서 공격이나 수비 쪽에서는 크게 제약을 두지 않고 날 믿고 자유롭게 하도록 배려해주신다. 대신 서브와 블로킹에 대해서는 꼼꼼히 짚어주시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 제도의 변화로 설 자리가 좁아질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의 현실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짚었다. 그는 "외국인 선수가 늘어나면서 토종 아포짓이 코트 위에서 살아남는 게 커다란 미션이 됐다. (임)동혁이 형처럼 뛰어난 선수도 있지만 경쟁이 훨씬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그렇기에 이번 시즌이 내게는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존을 위해 미들블로커 포지션 소화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태호는 "예전에는 라이트 자리가 불안한 상태에서 미들블로커를 오가다 보니 힘들었지만, 지금은 감독님께서 라이트를 기본으로 두고 '팀을 위해 필요할 때 미들블로커도 준비해보자'고 말씀해주셨다"며 "두 자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건 큰 강점이다. 이제는 거부감 없이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시즌을 자신의 진정한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이태호는 "솔직히 지난 국내 무대에서는 많이 보여드린 게 없었다. 포르투갈에 가서는 단 두 경기 만에 한국에서 기록했던 득점을 다 채웠을 정도였다"며 "이전까지는 뚜렷한 커리어가 없었기 때문에, 올 시즌 제 몫을 해낸다면 그 자체가 곧 '커리어 하이'가 될 것이다. 쇼가 뛸 때나 내가 들어갈 때나 팀이 항상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태호는 다가오는 2026-2027시즌 목표에 대해 "경기에 최대한 많이 나서고 싶다. 한국전력이 좋은 세터진뿐만 아니라 '믿음직한 아포짓 스파이커 둘을 보유한 팀'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이 목표"라며 "득점도 많이 올리고,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임팩트 있는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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