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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한 방망이가 부른 비극' 두산, 정든 잠실 안방과 먼저 슬픈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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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아웃 당하는 두산 세베리노. 연합뉴스삼진아웃 당하는 두산 세베리노. 연합뉴스
믿었던 방망이가 끝내 침묵하며 두산 베어스가 오랜 세월 정들었던 잠실 안방과 먼저 씁쓸한 작별을 고했다.

두산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1-4로 무릎을 꿇었다. 정규시즌 5위로 출발해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2연승의 기적이 필요했던 두산은 단 한 경기 만에 패배를 떠안으며 올가을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를 앞둔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한 지붕 두 가족'의 외나무다리 승부였기에 탈락의 상처는 더욱 쓰라렸다. 1993년과 1998년 준플레이오프 이후 2000년·2013년 플레이오프, 2020년·2021년 준플레이오프까지 가을 무대 맞대결 4연승을 달리며 '잠실 라이벌' LG를 상대로 절대적 우위를 자랑했던 두산의 가을 천적 신화도 여기서 막을 내렸다.

이번 패배로 두산은 LG보다 먼저 추억이 가득한 잠실 홈구장과 먼저 작별 인사를 나누며 올 한 해를 마감하게 됐다.

마운드는 눈물겨운 역투를 펼쳤다. 선발로 나선 에이스 곽빈은 1회말 1사 1루에서 오스틴에게 비거리 119m 좌월 2점 홈런을 맞았고, 2회말 무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곽빈은 세 타자 연속 삼진이라는 괴력을 발휘하며 기적처럼 실점 없이 불을 껐다. 이후 4회와 6회를 삼자범퇴로 막아서는 등 6이닝 102구 3피안타 4사사구 10탈삼진 2실점 퀄리티스타트로 에이스의 자격을 증명했다.

이날 곽빈은 와일드카드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10개), 통산 최다 탈삼진 단독 1위(14개), 통산 최다 이닝 단독 1위(15⅓이닝)라는 대기록을 쏟아냈다. 통산 최다 피홈런(3개)과 통산 최다 실점·자책점(12점)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함께 남길 정도로 가을마다 숱한 상처를 안고 싸워왔던 곽빈의 혼신을 다한 역투였다.

만루 기회 희생 플라이 치는 두산 양석환. 연합뉴스만루 기회 희생 플라이 치는 두산 양석환. 연합뉴스
하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두산 타선이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두산 방망이는 6회까지 LG 선발 카라스코의 구위에 꽁꽁 묶이며 무득점으로 끌려갔다.

7회초 선두타자 세베리노의 안타와 양의지의 2루타로 무사 2, 3루 기회를 만들고 카라스코를 강판시켰으나, 바뀐 투수 케네디를 상대로 1사 만루에서 양석환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단 1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이어 8회초에도 1, 2루 득점권 찬스를 잡으며 동점 기회를 엿봤으나 끝내 결정타가 터지지 않았다.

타선 침묵의 대가는 혹독했다. 동점 기회를 놓친 두산은 8회말 1사 2루에서 박동원에게 안타를 허용해 1사 1, 3루에 몰렸고, 신민재에게 번트안타를 내주며 1-3으로 끌려갔다. 이어 2사 2, 3루에서 뼈아픈 투수 폭투까지 겹치며 3루 주자 박동원의 득점을 허용, 결국 1-4로 LG에 무릎을 꿇었다.

올 시즌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4승 1무 11패로 LG에 철저히 밀렸던 상대 전적의 열세를 가을 무대에서도 끝내 뒤집지 못한 채, 두산의 2026년 가을과 잠실의 역사는 그렇게 쓸쓸히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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