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980년 신군부가 한신대학교 신학과 신입생 모집을 2년간 강제 중지 시킨 사건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대학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명백한 국가 폭력이라는 진상 규명 결정이 지난해 내려진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가의 공식 사과와 실질적 피해 회복 방안을 촉구하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정원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1980년 10월 8일, 한국신학대학 학생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고 류동운 학생을 추모하며 계엄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학생들은 대거 연행됐고, 이 가운데 8명이 구속 기소됐습니다.
전두환 신군부는 학교에 대한 강경 조치를 검토했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11월 3일, 학교 법인 이사회는 신학과 신입생 모집을 1981학년도와 1982학년도, 2년 간 중지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려던 학생들은 신학과가 아닌 철학과 A반으로 입학해야 했고, 정상적인 신학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단일 신학 대학이었던 한신대에게는 존립을 위협하는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1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모집 중지 조치가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되면서 학문의 자유와 교육 받을 권리,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국가의 공식 사과와 피해 회복 조치도 권고했습니다.
다만 학교의 경기도 오산으로의 이전 자체가 강제됐다는 주장까지 진실화해위원회가 인정한 것은 아니어서, 이전 경위는 추가 규명이 필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진실 규명을 넘어 국가 책임을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발제에 나선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오동석 교수는 "피해자에 대한 통상적 국가배상 책임을 확장하고 정부 지원 아래 진상 백서를 발간하는 등 적극적인 회복적 정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헌법적 관점에서의 국가 책무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오동석 교수 /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합법을 가장하고 있다라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진상을 조사하고 바로잡는 일이 헌법의 역할이고, 정의라고 하는 것은 통상적인 법리와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오 교수는 과거사 청산이 진실규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과 명예회복, 관련 기록의 보존, 재발 방지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발제한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국가가 행정 절차를 통해 조치를 집행하면서도, 책임은 학교의 의결로 남긴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국가가 모집 중지 처분을 직접 내리기보다 장관의 메모와 학교 이사회 의결을 거치게 해, 국가의 개입이 학교 자체의 결정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입니다.
[녹취] 강성현 교수 /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법적 수단을 쓰면 이 처분이 문교부의 처분으로 기록되니까. 그래서 학교와 나중에 다툴 여지가 있는 거죠. 메모와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처분은 학교의 결정으로 기록되고 학교가 다툴 상대는 학교 자신이 돼요."
강 교수는 국가가 물리력 대신 합법적 외형의 행정 절차를 수단으로 삼았고, 처분의 집행을 피해 당사자와 학교, 교단에 맡기는 이른바 '대리 집행' 방식을 취했다며, 완곡한 교육의 언어로 포장된 국가폭력의 본질을 직시하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학적 기록과 책임의 공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와 한신대는 지난 6월 피해 동문 170여 명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선 상태입니다.
양 측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국가의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자 명예회복, 그리고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신속히 이뤄지기를 촉구했습니다.
CBS 뉴스 정원희입니다.
자막:
1. 한신대 학생 시위 후 신군부의 모집중지 조치
2. 진화위 "중대한 인권침해·대학 자율성 침해"
3. (장소) 대학 자율성 침해 국가 폭력 사례 연구와 사회적 대응 방안 국회 토론회
/어제(지난 15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3. 신학과 모집중지 진상규명 및 국가책임 모색
4. "통상 국가배상 넘어 회복적 정의 조치 필요"
5. [녹취] 오동석 교수 /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합법을 가장하고 있다라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진상을 조사하고 바로잡는 일이 헌법의 역할이고, 정의라고 하는 것은 통상적인 법리와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6. "이사회 의결 통해 외형상 자율적 결정 포장"
7. [녹취] 강성현 교수 /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법적 수단을 쓰면 이 처분이 문교부의 처분으로 기록되니까. 그래서 학교와 나중에 다툴 여지가 있는 거죠. 메모와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처분은 학교의 결정으로 기록되고 학교가 다툴 상대는 학교 자신이 돼요."
8. "'대리 집행' 방식 취한 국가폭력 바로잡아야"
9. 영상PD 송평강 영상편집 김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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