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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경찰은 왜 일진 소탕작전에 돌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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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신고하는 순간 교사와 학생사이는 ''땡이다''.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줍니다.[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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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대대적인 일진회 소탕작전에 나섰다.

지난 6일 정부가 학교 폭력 근절을 선언한 뒤 이틀 만인 지난 8일 경찰이 전국적인 ''일진회 소탕작전''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먼저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중학교의 일진 실태를 파악한 뒤 고등학교 일진 실태를 파악해서 학교별로 담당형사를 지정해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일진회를 와해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경찰과 일선학교 교사들 간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경찰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신고가 중요하다는 입장인 반면교사들을 학생들을 선도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부터 할 경우 교사들과 학생들의기본적인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경찰은 일반 범죄조직과 유사한 잔혹한 학교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학교에서는 처벌을 우선시 할 경우 전과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처벌보다는 선도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경찰은 왜 일진 소탕작전에 돌입했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경찰이 ''일진회'' 소탕작전에 나섰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 경찰은 우선 전국적으로 일진회의 실태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경찰청은 전국 일선경찰서 별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담당형사를 지정해 생활지도 교사와 함께 학교별 일진 실태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다음 주 초까지 전국 3,075곳의 중학교에 대한 일진회를 비롯한 폭력서클의 실태를 파악하고 2차로 오는 16일까지 전국 2,264곳의 고등학교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일진을 비롯한 폭력서클에 가입된 학생들을 상대로 이른바 ''8대 다짐서''를 받아 해체시키겠다는 것이다.

8대 다짐서에는 ''일진''과 어울리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주일 단위로 일진현황을 조사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탈퇴한 학생에게 보복을 가할 경우 담당형사를 멘토로 지정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도입할 방침이다.

- 경찰의 의지는 강한 것 같은데?

= 그렇다.

조현오 경찰청장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학교 일진들도 천차만별"이라면서 "경찰이 소탕하겠다는 일진회는 가혹하고 잔혹한 폭력행위를 행사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를 일삼는 경우"라고 강조했다.

경찰청 이재열 형사과장도 "학교폭력 근절을 어떤 업무보다 우선 시 하겠다는 것"이라며 "학교폭력은 전국 공통현상인 만큼 관할 경찰서별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대응하겠다"고밝혔다.

경찰의 이 같은 강력한 의지는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례라디오 연설을 통해 학교폭력 근절에 대한 경찰의 엄정조치를 언급한 데다 김황식 국무총리가''일진경보제''를 비롯한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학교폭력에 대해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히고 나선 것은 지난해 대구중학생자살사건과 서울 양천구 여중생 자살사건 등 학교폭력이 학생들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등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일선 학교에서는 경찰의 조처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 않느냐?

= 그렇다.

8년간 일선학교에서 생활지도부장을 하고 있다는 교사와 통화를 했는데 경찰의 강력한 대응은 이해를 하지만 방법상 걱정이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교사는 "경찰의 조치는 선도를 포기하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라며 "교사가 폭력학생을신고하는 순간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끝난다"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경찰의 방식대로 하자면 심할 경우 (학교별로) 전과자 10명을 만들게 된다"면서"경찰서에 가서 진술서 쓰고 이게 뭐냐? 웃기는 얘기다. 경찰은 왜 교사들이 신고 안 하고 은폐하냐고 하는데 이게 무슨 각개전투냐? 교사로서 신고하는 건 기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면서 웬만하면 화해시키고 선도시키려 노력해야지"라고 강조했다.

생활지도교사는 "교사가 학생을 신고했다고 알려지면 그 다음부터 수업이나 학생지도를할 수 있겠냐? ''땡이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국교총도 9일 서울경찰청을 방문해 우려의 뜻을 전했다.

- 경찰은 학교에서 ''신고''라도 제대로 해 달라는 것이고 학교에서는 ''신고''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명하는 건데?

= 그렇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폭력행위가 발생하거나 심각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즉각 신고를 해서 경찰이 조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학교당국에 맡겨두니 숨기거나 덮으려고만 한다"면서 "신고는 철저히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경찰에 신고하면 사안별로 분리해서 선도하거나 사법처리하거나 하겠다는것이다.

그렇지만 교사들은 신고자체가 학교에서의 교사와 학생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 중학교 교사는 "경찰이 학교폭력에 대해 은폐, 축소하지 말고 반드시 얘기해 달라. 가해 학생이 아니라 피해학생이라도 얘기해 달라고 하지만, 피해학생을 돌본다는 명목으로 가해학생을 알아내게 되고 결과적으로 교사가 가해학생을 고발한 셈이 된다"면서 "그러면 교사로서 학생들과 더 멀어지게 되고 교사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 교사들이나 경찰이나 학교폭력을 근절하자는 데는 같은 입장일 텐데 왜 방법에 있어서는 차이가 나는 거냐?

=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학생의 입장에서 학교폭력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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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일진회 소탕''이라는 강경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전국적으로 일진 실태를 파악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가해학생들을 엄정조치 하겠다는 것이다.

학교나 교사들의 입장은 가해학생도 선도해야할 대상으로 본다.

피해학생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지만 가해학생도 가르치고 선도해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이나 학교나 학교폭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같지만 접근방법에서는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선생님들의 기본적인 생각은 학생들은 ''선도''의 대상으로 봐야지 ''처벌''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현정 앵커가 지난해 12월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중학생 어머니와 인터뷰를 했지 않느냐?

그 어머니도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자신의 아이에게 물고문 전기고문까지 하고 죽음으로 몰고 간 아이들이니까 죗값을 치러야 하겠지만 그렇고 나서 자신의 아이 몫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피해학생의 입장에서 가해학생들에게 극형을 주장해야 하는 입장이겠지만 교사의 입장에서는 그 학생들도 사회의 구성원이 되도록 선도해야 하는그런 처지가 되는 것이다.

- 경찰도 일진회를 전원 사법처리하겠다는 건 아니지 않느냐?

= 그건 그렇다. 경찰의 입장도 일진회에 가입하거나 소속된 학생들을 모두 사법처리하거나 범죄자 취급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선도 가능한 학생까지 처벌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학교에서신고가 들어오면 가정이나 학교에 맡길 사안은 맡기고 경찰이 개입해야 하는 사안에 한해서만 개입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조현오 청장은 경찰의 강력 대응방침에 대해 교사들이나 교원단체에서 우려를 나타내는 데 대해서는 "학교에서 책임질 테니까 경찰은 손 떼라는 공문을 보내 달라"면서 "그런 의지로 학교가 나선다면 학교에 맡기겠다"고 말한 뒤 "학교가 못 하는 범죄행위에 대해 사법처리 하겠다는 데 일체 개입하지 말라고 하는 건 옳지 못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조 청장은 "경찰이 조폭척결에 나서는 데 업주들이 우리 영업을 보호해주니 손대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경찰이 처벌하겠다는 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잔혹한 범죄행위"라면서 "선도 가능한 학생까지 처벌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지만 경찰이 일진학생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학교별로 조직도를 그려서 관리하고 그렇게 하는 자체가 어떻게 보면 예비범죄자를 대하듯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나 교사들은 그런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 정말 궁금한 것인데 경찰이 ''일진회 소탕''에 나서면 학교폭력 뿌리 뽑히는 거냐?

=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학교나 학부모뿐 아니라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우리의 자녀이고 조카이고 가족이고 이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찰이 이번에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실 검찰이나 경찰이 그동안 학교폭력 대책을 세운 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대표적인 것만 해도 1997년 검찰의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이나 2005년 ''학교폭력과의 전쟁 선포'' 등등이다.

경찰은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지난 1월에도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동안 경찰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 여러 대책들을 쏟아냈지만 학교폭력이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추세를 보여 왔고 폭력의 정도도 심각해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유가 좀 다르기는 하지만 범죄에 대한 형량을 높이고 사형제를 도입하고 집행한다고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학교폭력의 원인을 해소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나오는 것이지 어떤 구호를내세우거나 대증적인 요법을 동원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냐?

= 김현정 앵커는 학교폭력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사람마다 전문가들도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다르다.

정부는 학교폭력의 원인을 ''인성교육 부족'', 게임이나 인터넷 등 사회 문화적 영향 탓으로 돌리며 ''일진회 소탕'' 이나 게임시간 줄이기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6일 주례연설에서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으려면 어릴 때부터 좋은 인성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2009 개정교육과정을 통해 국어, 영어, 수학 과목 비중을 늘리고 정작 인성함양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예술, 체육 과목은 한 번에 해버리는 집중 이수제를 편성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필요한 정서함양이나 왕성한 신체발달기에 맞는 활동 등을 무시하고 입시 위주의 과목을 강요하면서 인성교육을 실행하겠다는 건 모순이다.

학교폭력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지나친 경쟁강요와 입시 학원화된 학교현실 때문이라는진단이 가장 설득력 있다. 한 개그프로에서 나온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말 기억이 나느냐? 학교의 현실은 그런데 정부의 진단은 그 문제는 외면하고 대증적인 요법만 나열하고 있다.

교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학교에서는 인성을 가르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중학교의 한 교사는 "담임이 반 학생들을 상담할 시간이 없다"면서 "아이들과 인간적으로 교감할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하라고 하지만 인성교육 시간을 배정해 주지도 않는다. 학교에서 1시간을 빼려면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 외부강사 부르면 비용을 들여야 하고 수업 외에 그런 행사 좋아하지도 않는다. 교사들도 생활지도교사 서로 안 하려고 한다. 더구나 신고를 의무화시키면 누가 지도교사 하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경찰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일진회 소탕''이 학교폭력을 뿌리 뽑게 되기를 기원하지만 이런 방식의 대응이 ''전과자 양산''이나 ''학교 구성 원간 신뢰 붕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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