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공사현장에서 땅 속에 묻힌 고양이들이 구조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땅속에 새끼고양이가 있는 사실을 알고도 흙 위를 아스팔트로 덮는 공사를 강행해 비난이 예상된다. 직접 구조에 나선 동물보호단체는 "사실상 생명체를 생매장했다"며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1일 부산지역 여러 동물보호단체에 "부산 구덕운동장에 살아있는 새끼고양들이 땅속에 생매장당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제보자는 "하루 전(20일) 오전 7시쯤 구덕운동장 바닥 공사 현장 흙속에 새끼고양이 3마리가 있었지만, 작업자들이 그 위를 아스팔트 콘크리트로 덮는 공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땅 속에 고양이가 있다고 말했지만, 공사 작업자는 휴대전화 손전등으로 잠깐 비춰본 뒤 없다고 했다"며 "공사를 방해하지 말고 뒤로 물러서라고 하고는 공사를 그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부산지역 동물단체 관계자와 인근 주민들은 현장으로 달려갔고, 아스팔트로 포장된 땅속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슷한 시기 구덕운동장 측에도 관련 민원과 제보가 잇따랐다.
동물단체는 결국 장비를 이용해 땅을 덮고 있는 아스팔트를 직접 드러내고 구조 작업에 나섰다.
단단한 포장을 일부 철거하자 고양이 울음소리는 더욱 또렷해졌고, 결국 흙속에 묻혀 있던 새끼고양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물단체는 두 마리를 하루 만에 구조해 이 가운데 한 마리를 포획했지만, 다른 한 마리는 밖으로 나온 뒤 행방을 감췄다.
직접 구조에 나선 이창영씨는 "아스팔트를 파내고 어미고양이 울음소리를 들려주며 새끼 고양이들이 밖으로 나오도록 유인해 2마리를 구조했다"며 "나머지 한 마리가 여전히 안에 있을지도 몰라 인근에 포획틀을 설치해두고 구조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공사현장에서 땅 속에 묻힌 고양이들이 구조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취재 결과 당시 공사는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발주한 내진 보강 작업으로, 고양이들이 묻힌 현장은 기초 보강을 위해 H빔을 부착하는 작업이 실시되고 있었다.
흙에 있던 고양이들은 당시 공사소리 등이 들리자 안으로 숨어들었다가 아스팔트로 땅 표면이 모두 덮여버리자 그대로 땅 밑에 묻혀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동물단체를 중심으로 시 산하 공공기관이 땅속에 고양이를 사실상 생매장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확산하고 있다.
동물단체 케어 측은 "구덕운동장 측은 생명이 생매장 당한 상황에도 사태의 심각성과 긴급하게 조치에 나설 의지보다는 SNS에 이 사실이 공개된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따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고양이를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공사를 진행해 고양이를 생매장한 업체 작업자들에 대해서 동물학대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소 측은 관련 민원에 따라 땅속을 모두 확인했지만 고양이를 찾지 못해 공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당시 공사 작업자가 흙에 고양이가 있다는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2시간 가량 땅 속에 고양이가 있는지 다 확인했다"며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 없다고 판단해 공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양이 구조에 나선 동물단체에 협조해 아스팔트도 함께 드러냈다"며 "아직 한 마리가 안에 있을 수도 있어 보름 동안 현장을 보존해 고양이를 구조하는데 최선을 다해 협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