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 맞춘 권영세 비대위…'尹결탁' 오명 벗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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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줄탄핵' 압박에 일각 '협상론' 주목

친윤계 전면 배치, 탄핵 찬성파 김재섭 포함
'쇄신' 보다 '지지층 결집' 방점…'탄핵의 늪' 제자리걸음
헌재 재판관 임명 외면, 쌍특검 거부 여전…일각 협상론 제기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
12·3 내란 사태에 따른 당 위기를 수습할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회가 31일 출범한다.

쇄신과 안정을 기치로 내세웠지만, 비대위 면면을 살펴보면 친윤계가 다시 전면 배치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던 김재섭 의원이 포함된 반면, 한동훈 전 대표 측에 섰던 인물은 전멸되다시피 했다.

'탄핵의 늪'을 건널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인적 구성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심리할 헌법재판관 임명과 쌍특검법(내란 일반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둘러싼 협상에 있어 야당과 여전히 평행선을 달릴 우려가 커 보인다.

한편 그간 묵살돼왔던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 공략 요구는 일정 부분 수용된 모양새다. 소장파 의원들이 다수 포함됐고, 온건한 성향의 이양수 사무총장을 기용한 데 이어 두 사무부총장을 서울 출신으로 선발했다.
 

쇄신보다 안정에 방점…탄핵 지연시키며 '지지층 결집' 효과

국민의힘 이헌승 전국위원회 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4차 전국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헌승 전국위원회 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4차 전국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은 30일 임이자(3선)·최형두(재선)·김용태·최보윤(초선) 의원 등을 새 비대위원으로 지명했다. 31일 상임전국위원회를 거쳐 정식 임명되는데, 당연직 비대위원엔 권성동 원내대표와 유임된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포함된다.
 
선수(選數)와 지역을 안배한 반면, 계파 성향에선 친윤계 색채가 강하다.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에 임명된 강명구 의원(초선), 전략기획부총장엔 임명된 조정훈 의원(재선) 등이 강성으로 분류된다. 

조직부총장에 김재섭 의원(초선·서울 도봉갑)이 임명됐고 조정훈 부총장 역시 지역구가 서울(마포갑)이다. 직전 원내수석대변인이었던 신동욱 의원(초선)이 자리를 옮겨와 수석대변인으로 발탁됐다.
 
당초 아이디어 차원에서 소장파나 외부인사 기용도 거론됐지만 깜짝 지명은 없다시피한 결과다. 비대위원 전원이 현역 의원으로 채워졌다.
 
친윤계가 대거 기용된 것을 놓고선 한동훈 전 대표가 윤 대통령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고, 탄핵 과정에서 당내 주류인 친윤계로부터 사실상 쫓겨난 결과라는 반응이다. 당내에선 "한동훈 체제를 끝내고 들어선 비대위에 어떻게 친한계 인사가 들어오겠느냐"는 자평도 나왔다.
   
비상계엄과 내란 혐의로 코너에 몰린 당의 현실을 놓고 쇄신에 대한 요구도 분명하지만,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당내 여전하다는 것을 외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최근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상승세가 멈추고 국민의힘 지지층이 결집하는 흐름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 역시 친윤계 재기용에 탄력을 붙였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30.6%로 민주당은 45.8%를 각각 기록했다. 

전주 대비 민주당은 4.5%p 떨어졌고 국민의힘은 0.9%p 오른 결과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국민의힘 지지도는 PK(부산·울산·경남)에서 7.3%p, 보수층에서 8.2%p 오른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오차범위 밖에서 유의미한 흐름 변화가 나타난 것을 두고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비대위 인선에 대해 "일단 집에 불이 났으면 진화하는 게 우선이고, 다시 집을 짓는 것은 그 다음 문제"라며 "보수층이 다시 여론조사에 응답하고 결집하기 시작한 것 역시 진화에 따른 효과"라고 평했다.

"尹과 결탁한 시간끌기" 비판…野 '줄탄핵' 압박에 협상론 고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민의레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민의레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친윤 체제를 연장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몰두하는 사이 당내 정서는 여론과는 더욱 멀어졌다. 지도부 리더십이 진공 상태에 빠진 듯한 모습도 여과 없이 노출됐다.
         
제주공항 참사 직후 대응 측면에서 양당 지도부가 현장을 찾은 시점을 놓고도 "여당답지 못했다"는 자조가 흘러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참사 당일이었던 29일 저녁 8시 50분에 도착한 반면,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는 이튿날 오전 10시, 권 비대위원장은 같은날 오후에 현장을 방문해 관련 일정을 시작했다. 

비대위 설치가 전국위원회 임명 절차에 따른 시차로 늦어지는 동안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역할을 이어가는 애매한 상황도 이어졌다.
 
참사 대응 측면에서 "야당보다 느렸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데엔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우리는 당장 (무안으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당일에는 사고 수습이 우선이었다. 대구시장을 역임한 국토위 간사 권영진 의원을 급파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당 고위관계자는 "비대위는 차차 자리잡아 가겠지만 더 큰 문제는 탄핵의 늪을 어떻게 건널지 아니겠느냐"며 "이번 비대위 구성을 보면 현 상황에 대해 버티는 게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버티기와 시간끌기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운 가운데, 쌍특검과 헌법재판관 임명 등의 쟁점에서 일부 타협이 필요하다는 협상안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쌍특검에 있어서 여당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특검 추천권과 수사 범위에 대해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는 협상안이 그렇다.

하지만 이 마저도 특검과 헌법재판관 임명 중 무엇을 내어줄지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혼란스런 상황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특검보다 헌법재판관 임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어서 현재로선 타결 가능성도 크지 않다. 

또 윤 대통령 측과 여당이 헌재의 탄핵 심리를 늦추려고 해도 민주당이 국무위원 줄탄핵을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결국 헌법재판관 임명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도 여당 내 흐르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민주당의 탄핵 시도에 국민의힘이 버티는 패턴은 당분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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