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졸속 행정', 초유의 선거 중단에도 여전?…이번엔 선거일 '일방적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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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의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55대 회장 선거는 이날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후보가 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축구협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며 잠정 연기됐다. 류영주 기자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의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55대 회장 선거는 이날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후보가 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축구협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며 잠정 연기됐다. 류영주 기자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큰 혼란에 휩싸였다.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선운위)의 '불공정 의혹'부터 '선거일 일방적 통보'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후보가 선운위를 상대로 낸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허 후보는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축구협회 회장 선거 진행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선운위가 선거인단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규정보다 21명 부족하게 구성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 선거에는 정몽규 현 회장과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가 출마해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당초 축구협회는 8일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선거 하루 전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갑작스럽게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임해지 부장판사)는 7일 허 후보의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선거인단 추첨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졌는지 확인되지 않은 점, 추첨에 앞서 대상자들로부터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받지 않은 점, 그리고 이 때문에 21명이 선거인단에서 제외된 점 등 선거인으로 추첨된 회원 중 21명을 개인정보 동의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거인에서 배제한 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 절차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만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축구협회는 법원이 지적한 문제점을 말끔히 해결해야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처지가 됐다. 일각에서는 차기 회장 임기가 시작되는 22일 전까지 선거를 치르는 건 불가능할 거란 분석도 나왔다.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 23일로 연기. 연합뉴스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 23일로 연기. 연합뉴스
예상대로 차기 회장 임기 시작일을 넘겼으나, 다행히 선거일이 많이 지체되진 않았다.

축구협회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 일정과 선거인 명부 작성 등에 관한 논의 끝에 미뤄진 선거를 23일 치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선거인 명부 작성을 위한 선거인단 재추첨은 12일 실시되고, 13일부터 3일간 선거인들이 선거인 명부를 열람하며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기간을 거쳐 16일 선거인 명부가 확정된다.

확정된 명부는 후보자들에게 제공되며 선거운동 기간은 선거인 명부가 확정된 16일부터 선거일 전날인 22일까지다.

그런데 이번에는 야권 후보들이 "일방적인 통보식 선거 일정에 동의한 적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허 후보는 축구협회의 선거일 발표 후 보도자료를 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급하게 선거일을 정해놓고 통보하는 식의 결정은 잘못됐다"며 선거일에 대한 반대 의사를 전했다.

이어 "법원 결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과정을 위탁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신문선 후보도 "일방적으로 통보되는 일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에 앞서 가처분이 인용될 정도로 불공정, 위법했던 선거 과정에 대해 협회 선거운영위원들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는 점에 대해서도 큰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후보 기자회견. 연합뉴스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후보 기자회견. 연합뉴스
허 후보 측은 "이날 회의를 핑계 삼아 일방적으로 23일 선거일이 합의된 것인 양 거짓 보도로 언론과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허 후보와 신 후보 모두 협회의 일방적인 선거일 통보를 거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늘 사태를 통해 다시 한번 현 상황을 바라보는 정몽규 후보와 축구협회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태도에 대해 개탄한다"면서 "불공정하고 위법한 선거 운영에 대한 엄중한 법원의 판단을 단순히 선거인 몇 명 추가하는 것으로 무마하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 후보는 축구협회가 23일 선거를 강행한다면 '두 번째 가처분' 신청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허 후보 측은 "우리는 새 일정에 동의한 적이 없는데 축구협회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법원이 지적한 흠결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대로 강행한다면 가처분 신청을 또 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선거 일정 연기로 허 후보는 '나이 제한'에 걸려 출마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으나, 축구협회는 허 후보도 출마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축구협회 회장 선거 정관에는 후보자 연령을 70세 미만으로 제한한다. 1995년 1월 13일생인 허 후보는 예정대로 8일 선거가 치러졌다면 문제가 없었지만, 선거가 잠정 연기되면서 연령 제한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이번 선거 일정의 변경이 선거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강해 진행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이미 등록된 후보자들의 선거 후보 자격은 위 새로 정한 선거일까지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에 허 후보 측은 "후보자 자격에 대해 먼저 축구협회 측에서 인정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나중에라도 혹시 있을 소모적인 법적 분쟁의 싹을 없애준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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