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내란·외환 사건을 수사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수사 개시 18일 만인 6일 오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내란특검이 내란 우두머리의 신병 확보에 신속히 나선 것은 윤 전 대통령이 두 차례의 대면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공범과의 말 맞추기 등 증거 인멸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장청구에 적시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이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은 정당하다'는 취지로 국내외 언론에 알린 점이 대통령실 공보 직원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포함됐다. 허위공문서 작성은 계엄 선포 국무회의 문건을 사후에 작성해 계엄 절차의 허점을 숨기려 한 의혹과 관련된 혐의다. 특수공무집행방해는 지난 1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가 저지한 것과 관련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내란특검 2차 소환조사에서 체포영장 집행방해와 계엄 국무회의 소집과정에서 저지른 직권남용,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 무인기 북풍공작 의혹 등 진술과 증거가 확보된 혐의들 조차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두 달 앞서 발생한 지난해 10월 8일 평양 무인기 침투의혹과 관련해 최근 내란특검팀은 당시 드론사령부에 'V(대통령)의 지시'라며 관련 지시가 하달됐다는 증언을 확보한 바 있다. "V가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했다"는 현역 장교의 녹취록도 있다는 것이다.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의 신뢰도는 지난 정권 초부터 깨어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논란에서 시작된 석연치 않은 해명은 집권 내내 이어졌고, 내란사태 이후 수사와 재판에서는 책임을 모면하려는 증언으로 진실을 가리려했다. 계엄 당시 출동한 군에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군 간부들의 진술이 잇따르고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이라"는 국정원 간부의 진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은 '호수 위의 달그림자' 운운했다.
요건에 맞지 않는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군이 투입되고, 수사기관의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가 막았는데도 군통수권자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기는 책임이 없고 부하들이 알아서 했다는 말인가? 무인기 평양침투와 관련해서도 'V의 지시라고 들었다'는 진술이 있는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계엄 선포의 명분과 요건을 쌓기 위해 군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는 외환 혐의는 이번 구속영장에서 빠졌다. 외환유치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중대범죄이고 준비만 했어도 처벌받는다. 이처럼 중대한 범죄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고 일반인의 법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엄청난 특혜로 비친다. 특검 1차 대면조사에서는 경찰관 출신 수사관을 교체해 달라며 조사받는 피의자가 조사자를 고르려는 오만함마저 보였다.
오는 8일이나 9일쯤 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이 그동안 보인 법꾸라지 행태와 특검에서의 진술 태도로 볼 때 풀려난 상태가 지속된다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인 만큼 법원은 영장발부 여부를 진상규명 차원에서 접근하길 바란다.
중대범죄자가 단지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이었다는 이유로, 혹은 이른바 법꾸라지라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는다면 사회에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형사절차를 포함해 형벌이 갖는 의미는 당사자에게는 단죄를, 일반에는 '그릇된 행동을 하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른다'는 예방효과를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