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 수원에서 배달 전문매장을 운영중인 A씨가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정성욱 기자"소비쿠폰이 풀려도 저희 같은 배달 전문매장은 달라지는 게 없을 걸요."7일 경기 수원에서 족발 배달매장을 운영하는 A(58)씨는 정부가 지급 예정인 소비쿠폰에 큰 기대가 없다고 했다. 자신과 아내, 직원 1명이 전부인 소상공인이지만 정작 소비쿠폰의 직접적인 영향에선 비켜나 있어서다.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15만~5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쿠폰은 연매출 30억 이하의 동네 마트나 식당,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지에서 사용할 수 있다.
A씨는 새 정부가 시행할 소비쿠폰으로 가벼워진 주머니를 조금이나마 채울 계획이었지만 제한된 사용 방식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우리는 홀(내점) 없이 오직 배달 장사만 하다 보니 배달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정부의 설명을 보니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앱으로 소비쿠폰을 사용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실제 고객이 배달앱으로 소비쿠폰을 사용하려면 △배달기사와 직접 만나서 △매장 자체 단말기로 결제하는 방식을 선택할 때만 가능하다. 이외 일반적인 카드 선결제 방식 등으로는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없다.
고객 입장에선 배달기사가 오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직접 카드를 건네는 수고를 들여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자리 잡은 선결제 및 비대면 음식 수령 문화와는 정반대다.
A씨가 운영하는 족발 매장의 경우, 배달기사와 대면 결제하는 고객들은 한 달에 2건에 불과하다. A씨는 "연세가 있거나 평소에 배달앱을 잘 사용하지 않는 분들만 현장에서 카드 결제를 한다"며 "나머지는 모두 자동 선결제, 비대면 주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에서는 정부의 소비쿠폰으로도 음식을 주문할 수 있어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기업들의 배달앱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어서 A씨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A씨는 "경기 불황 속에서 정부 쿠폰 소식을 듣고 잠깐이나마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용 방식을 보고 힘이 빠졌다"라며 "먹거리촌이라고 불리는 동네에서도 매장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어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법인 등을 포함한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 8282명이다.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초로 1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전체 52개 업종 가운데 소매업 폐업자가 29.7%로 가장 높았고, 음식점업이 15.2%로 뒤를 이었다.
A씨는 "정책을 만들 때 우리 같은 소수 업종까지 고려하긴 어렵다는 걸 잘 알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감도 큰 게 사실"이라며 "하루빨리 장기 불황이 끝나고 숨통이 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