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내란특검에서 2차 소환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석방 4개월 만에 다시 구속 기로에 놓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공범들의 진술 변화를 꼽고 있다. 일부 공범들 진술이 기존과 달라지고 있는데 윤 전 대통령 측에 의한 회유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회유는 없었다는 입장이어서 특검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김성훈·강의구, 진술 변화 주목한 특검…尹 변호인 입회 영향?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9일 오후 2시15분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구속 심사 때처럼 이번에도 직접 출석해 구속 수사가 부당한 이유에 대한 의견을 밝힐 계획이다.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양측은 구속 필요성을 두고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그가 중요 참고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구속 필요 이유로 들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공범인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다. 특검은 김 전 차장의 경찰 조사 진술이 바뀐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은 김 전 차장 진술이 바뀌게 된 계기를 변호인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에 속한 변호사들이 입회했을 때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고, 이들이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때부터 윤 전 대통령 혐의를 진술하기 시작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은 향후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 혐의를 입증하는 데 김 전 차장의 오염되지 않은 진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계엄군 지휘부가 사용한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는 데 관여했을 뿐 아니라, 보안 수준이 높은 메신저 '시그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 계획 및 상황을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尹 측 "답변 유도 없었다"…법원, 회유 실체·가능성 따질 듯
윤석열 전 대통령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특검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진술 변화에도 주목했다. 강 전 실장은 지난달 29일 특검 조사를 받았는데, 기존 검찰 진술을 뒤집고 윤 전 대통령 입장에 맞춰 새롭게 진술했다고 한다.
이 역시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입회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특검 설명이다.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윤 전 대통령 조사에 변호인으로 참여한 변호사가 갑자기 강 전 실장 조사에도 '원포인트'로 입회해 답변을 유도하고 검사 질문을 중단시키는 행위를 반복했다"고 언급했다.
특검은 강 전 실장이 윤 전 대통령의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입증할 인물로 본다. 강 전 실장은 계엄 선포문에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서명이 없으면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서명란이 있는 문건을 사후에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 요청으로 문건을 폐기했다는 게 특검 수사 내용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측은 사후에 만들어진 문건은 행정 서류일 뿐이며, 이에 대한 강 전 실장의 진술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계엄 선포문이 아니라 그것에 첨부할 1~2장 정도의 행정 서류였다"며 "기존 진술에서도 행정 처리 문건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답변 유도같은 것은 없었다"라며 "윤 전 대통령은 문서 작성이나 파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법원은 특검 측 주장대로 실제 윤 전 대통령 측에 의한 진술 회유가 있었는지, 다른 사건 관계인에 대해서도 회유 가능성이 있는지 따질 전망이다.
이 밖에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다시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도 구속 필요 사유로 제시했다. 당시 대법관들이 "사법부를 향한 중대한 범죄 행위"라는 입장을 냈던 만큼 윤 전 대통령 구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데도 재발 가능성이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