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80년대 대학가에는 '언더 서클'이 존재했다.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서클(circle)로, '지하 서클'이라고도 불렸다.
'비밀 동아리' 쯤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학교 당국의 승인없이 비밀스럽게 운영되는 학생 조직이었다.
유물론과 러시아 혁명사 등 사회과학을 학습하고 현 정세를 분석해 학생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곤 했다.
언더 서클의 일부는 총학생회나 전대협 등 공개된 학생조직을 지도하기도 햇다.
단위가 큰 언더 서클은 구성원들이 가명을 쓰고 소속 대학과 학과도 서로 묻지 않았다.
안기부와 보안사, 대공 경찰들은 지하 서클의 동향 파악에 열심이었다.
학생 운동 조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데다, 언더 서클들을 엮어 북한과 연계된 대규모 공안사건을 만들면 정권이 원하는 시기에 정국을 반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이 열리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입장하는 김상욱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최근 국민의힘에서도 언더 조직이 회자되고 있다. '언더 찐윤'이라는 그룹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이 한달 전쯤 이름 붙인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을 일컫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영남권 의원들로, 특징은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꺼리면서도 친화력은 강하단다.
지역구 맹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들의 목적은 공천이라고 주장했다.
언더 찐윤의 숫자는 대략 20~30명 정도지만 친화력이 워낙 강해 이들의 세력권에 60명 정도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포함될 정도여서 당 실세 조직이라는 것이다.
윤상현, 나경원 의원 등 윤석열 전 대통령 지키기에 앞장섰던 중진 의원들도 사실은 이들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윤희석 전 대변인도 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언더 찐윤이 실제로 존재한다"며 "이들의 목적은 계속 공천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천이 목적인 언더 찐윤은 '혁신'을 싫어할 수 밖에 없다는게 김 의원 등의 설명이다.
혁신은 공천 물갈이 등 인적 쇄신을 동반하는데, 이는 언더 찌윤의 목적과 정면 충돌한다.
연합뉴스안철수 혁신위가 출범도 못한 채 기울어진 것은 언더 찐윤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내란 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고 그의 아바타로 비난받는 한덕수 전 총리를 당 대선 후보로 바꿔치려 했던 것, 대선 패배 이후 새로 구성된 주요 당직들이 영남 일색으로 채워졌던 것도 언더 찐윤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만약 언더 찐윤의 실태가 이러하다면 국민의힘 혁신은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
보수 언론인 조갑제 씨의 일침이다.
"(언더 찐윤의) 근본 원인은 대구 경북 유권자들입니다. 이런 사람들 계속 지지해서 당선시켜 줬잖아요. 유권자들도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겁니다. 뽑아준 국회의원이 나라 위해 일하지 않고 윤석열 위해 계엄 옹호 세력이 되고 부정선거 편승 세력이 됐다면 지역구 사무실로 (항의)전화를 걸어야 하지 않습니까? 유권자가 살아 있어야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