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약인 주4.5일제에 대해 실현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주 4.5일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직장인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주 4.5일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해 나가야 할 것 같다"며 "사회적인 흐름으로 정착돼 가다 보면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주4.5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CBS노컷뉴스 인턴기자들이 지난 4일 길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25명에게 '주 4.5일제와 연봉 인상 중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와 그 이유를 물었다.
주 4.5일제 택한 시민들 "쉴 시간 너무 부족"
시민 25명 중 주 4.5일제를 선호하는 사람은 10명으로, 이들은 대부분 "쉬고 싶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가산디지털단지의 한 중소 IT업체 인사팀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김민정(31)씨는 "다수의 기업들이 소란스럽게 움직인다면 점진적으로 실현 가능해 보인다"며 "놀금제도를 도입한 카카오 같은 선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독 업무시간이 길고 공휴일이 적은 국가이기도 하지 않냐"고 덧붙였다.
여의도의 한 금융자문사에서 일한다는 오모(32)씨는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서 조금이라도 더 쉬고 싶다"고 했다. 같이 있던 최모(32)씨도 "집이 경기도라서 출퇴근하는데 왕복 3시간이나 걸리다 보니 너무 쉴 시간이 없다"며 "주 4.5일제를 한다면 금요일 오후는 여행을 갈 수도 있고, 가족들이랑 보내도 된다"고 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시민 2명은 '워라밸'을 이유로 들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만난 박모(30)씨는 "공공은 어차피 급여가 적어 그게 그거"라며 "기왕이면 워라밸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여의도역 사거리에서 만난 송모(39)씨도 "아이가 둘이라 함께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다"며 "지금도 부족한 편은 아니지만 주 4.5일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역 사거리. 김도원·김다연 인턴기자'연봉 인상' 택한 사람 절반 가량은 "어차피 못 쉰다"
연봉 인상을 고른 15명 중 8명은 '주 4.5일제'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업무 특성 등을 이유로 어차피 주 4.5일제가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인 대안으로 '돈'을 선택한 것이다.
광화문의 한 마케팅 대행사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마케터 정모(26)씨는 "월급을 올리는 게 낫다"고 했다. 그는 "직군 특성상 야근이 잦을 수밖에 없어 우리 회사 같은 곳은 30년은 걸릴 듯하다"며 "클라이언트(고객사)가 먼저 4.5일제 하지 않으면 우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정씨의 회사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마케팅 의뢰를 받는 중소기업이다. 그는 "4.5일제 취지는 좋은데 현실적으로 포괄임금제나 없애주길 바란다"며 "야근수당도 더 챙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하는 김모(27)씨도 "워라밸을 중시하지만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업무량이 많아서 4.5일제를 해도 중간에 제대로 (일을) 못 끝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성과를 바라보고 일한다는 그는 "차라리 연말에 시간을 충분히 주고 연봉을 인상하는 게 낫지 않겠냐"며 "10% 정도 더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봉 인상을 택한 시민 15명 중 4명은 쉼 보다는 임금인상을 우선시했다.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서 사장님 운전기사로 일한다는 윤모(65)씨는 "돈이 곧 인격"이라고 했다. 그는 "돈이 없으면 아무리 인격이 좋은 사람이라도 밑으로 보더라"며 "우리 운전기사 보면 나같이 나이 한 50~60 되는 사람들은 '연봉'"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연봉은 5천500만원 정도 받는데, 알고 보니 그것도 좋은 게 아니었다"며 "규모 있는 회사에 가면 그룹 차원에서 부장급 대우를 해줘서 연봉이 1억이 넘는다"고 했다.
인공지능(AI) 쪽 취업을 생각하고 있다는 대학생 강모(25)씨는 "대학생은 가난하다"며 "초봉으로 억대 이상을 원한다"고 했다.
서울 신촌 거리. 김도원·김다연 인턴기자임금감소 우려에 주 4.5일제 반대하기도
임금감소 걱정 때문에 주 4.5일제를 반대하는 사람도 2명 있었다. 전기전자학을 전공했다는 김태성(26)씨는 "주 4.5일제를 하면 임금 감소가 필연적"이라며 "임금이 줄지 않더라도 세금으로 메우는 등 누군가가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니냐"고 했다. 그는 "지금(주 5일제)이 딱 좋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회계학 전공 김동영(26)씨도 "근무시간 단축이 임금 감소 없이 될 수가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기계발을 위해 주 4.5일제를 선택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금융계를 지망한다는 구모(23)씨는 "저는 일하는 걸 좋아한다"며 "저한테 도움이 된다면 주 4.5일제가 된다고 해도 남들보다 더 일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