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삼성, LG마저 휘청…韓산업계 실적쇼크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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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전자, 2분기 영업익 반토막…관세 부담 등 영향
자동차·배터리·철강·정유, 2분기 실적도 먹구름
8월 상호관세, 하반기 반도체 품목관세 부과시 부담 가중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여파가 국내 주요 기업 실적에 수치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신으로 다음달 1일부터 25%의 상호관세 부과가 예고됐고, 반도체 품목별 관세 등 통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모양새인데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효과?…LG전자 이어 삼성전자도 2분이 영업익 반토막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통상정책' 검토 지시 이후 관세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엔 철강·알루미늄 품목별 25% 관세를 발효한 데 이어 4월 5일부터는 모든 수입품을 대상으로 10% 보편관세를 발효했다. 지난달 23일부터는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쓰이는 철강 파생제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연이은 관세 조치는 수출 비중이 큰 국내 기업의 실적을 직격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4조 6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5.9% 급감했다. 시장 전망치(6조1832억원·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보다는 1조 5천억원 이상 낮은 수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이 재고자산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손실로 인식해 처리하는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을 반영한 것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지만, 첨단 AI(인공지능)칩에 대한 미 정부의 대중(對中) 제재도 영향을 줬다.

잠정실적 발표 때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지만 철강 등에 대한 관세가 가전과 TV를 포함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 부진에도 한 몫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전날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LG전자 역시 실적이 반토막 났다.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6391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6.6% 줄었고, 시장 전망치(847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LG전자는 "주요 시장의 소비 심리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2분기 들어 본격화된 미국 통상 정책 변화가 관세 비용 부담과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이어지는 등 비우호적 경영 환경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 남 일 아냐…차·철강 등 2분기 실적 우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자동차·철강 등 품목관세에 대한 우호적 대우를 요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자동차·철강 등 품목관세에 대한 우호적 대우를 요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반도체 등과 더불어 국내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자동차와 철강, 배터리 등 다른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전망도 녹록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 2분기 영업이익 시장전망치는 전년 동기(4조2791억원) 대비 1조원 가까이 하락한 3조6121억원으로 집계됐고, 기아 2분기 영업이익 시장전망치(3조824억원) 역시 전년 동기(3조6437억원)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을 감소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지난 4월 3일부터 자동차 품목별 관세(25%)의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5월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25%)까지 시행됐다.

50%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철강 업계 역시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관세 협상을 위해 방미(訪美)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자동차·철강 등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에 부과된 품목관세를 놓고 경쟁국 대비 우호적인 대우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한 미 측의 확답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 본부장을 비롯한 한국 협상 대표단은 당분간 워싱턴 DC에 머무르며 막판 관세 협상에 총력전에 나선다.

상호관세 부과, 일단 3주 연기…반도체 품목별관세, 사정권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현대자동차,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한 관련 기업 및 경제단체, 업종별 협회, 연구기관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미국의 관세조치가 우리 주요 산업 및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미국 관세 조치 관련 민관 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미국 관세 조치에 대한 국내산업 영향 및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현대자동차,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한 관련 기업 및 경제단체, 업종별 협회, 연구기관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미국의 관세조치가 우리 주요 산업 및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미국 관세 조치 관련 민관 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미국 관세 조치에 대한 국내산업 영향 및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문제는 하반기 전망도 먹구름이 끼어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오는 9일부터 부과할 예정이던 상호관세 25% 적용 시점을 유예해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발송했다. 3주의 시간을 번 셈이지만 불확실성은 협상 타결까진 통상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는 8일 '2025년 하반기 산업경제 진단 및 대응 방향' 주제 포럼 발표에서 "2025년 하반기 수출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돼 자동차(-7.1%), 자동차부품(-6.5%), 철강(-7.2%), 일반기계(-3.8%)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설상가상으로 하반기엔 '수출 효자'로 꼽히는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까지 예고됐다. 미 정부는 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등의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조사하고 있는데,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 부과 등 수입 제한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율에 대해 "25%나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 한아름 수석연구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미 정부가 반도체 등에 대한 232조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하반기 중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결과 반도체와 파생제품에 대한 품목별관세가 가시화되면 부과되지 않던 관세가 새롭게 부과되는 것이어서 관련 기업엔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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